땅집고

공무원 고소에 700억 혈세 소송까지…하림-서울시 '10년 전쟁'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6.09.04 06:00

하림, 양재 개발사업 시 건축심의 통과 못해
6.8조 개발사업, 서울시와 10년째 충돌
과거 용적률 갈등에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전·현직 서울시 간부 상대 손배소까지
도로 사용료 소송도 현재진행형

[땅집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 하림그룹은 2016년 자회사 NS홈쇼핑과 손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9만1092㎡를 4525억원을 들여 매입했다./하림


[땅집고] 하림그룹이 추진 중인 총사업비 6조8000억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이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연거푸 재검토 결정을 받은 가운데, 그 이면에 자리한 양측의 10년 묵은 갈등이 재조명받고 있다. 용적률과 개발 방향을 놓고 충돌한 양측은 인허가 지연 문제로 감사원까지 갔고, 최근까지 부지 내 도로 사용권을 둘러싸고 수백억원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 공무원 개인을 향한 소송 등 하림의 강경한 요구와 압박이 깐깐한 심의 잣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7월 건축심의에서 하림 측 설계안에 대해 무려 50여 건의 지적 사항을 쏟아내며 재검토를 의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11층 규모의 거대한 포디움(기단부)이 도시 경관을 훼손한다는 것이었지만, 과거부터 이어진 마찰로 서울시에 이른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결과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기사 : 양재동에 장벽 쌓는 하림, 무리수 설계에 '50여 건 보완' 심의 퇴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부터 공무원 개인 손배소까지

양측의 해묵은 갈등은 수년 전 ‘용적률 힘겨루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4525억원에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를 인수한 하림은 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용적률 800%를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상습 교통 정체 등을 이유로 400%를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서울시는 하림이 기존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초고밀 개발을 요구한다고 지적했고, 하림은 서울시가 도시첨단물류단지 정책과 관련 법령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하림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를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감사원이 하림의 손을 들어주며 용적률 800% 관철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행정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고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하림 측은 감사원 감사 청구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불편 부당한 업무 처리로 1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하림그룹은 2022년 김학진 전 행정2부시장, 이정화 전 도시계획국장 등 당시 전·현직 고위 간부를 비롯한 9명 안팎의 시 공무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냈다. 민간기업이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서울시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땅집고] 하림그룹이 건립 추진 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서울시


◇도로 사용료 두고 여전히 수백억 소송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소송전이다. 쟁점은 양재동 225번지 일대 옛 화물터미널 부지 내 도로(약 2630평). 하림 측은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서울추모공원 진입로 등으로 무단 점유해 쓰고 있다며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9월 1심 재판부는 하림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서울시는 2016년부터 6년간 누적된 도로 사용료와 이자 등 총 362억원을 하림에 우선 지급했다. 이후 2심에서는 서울시가 승소하며 상황이 뒤집히는 듯했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어 올해 1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서울시에 약 661억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결금 지연 이자 부담을 막기 위해 1분기 시 예비비를 동원, 약 341억원을 하림 측에 추가로 가지급하는 수모를 겪었다. 앞서 1심 직후 지급한 금액을 합치면 도로 사용료 분쟁으로만 총 703억원의 혈세가 지출된 셈이다. 서울시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2월 대법원에 재상고를 제기하며 끈질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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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비리로 얼룩졌던 땅

사실 이 부지는 개발을 둘러싼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정·관계 실세들이 인허가를 대가로 뇌물을 받아 줄구속됐던 이른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의 무대다. 대형 권력형 비리로 비화하며 시행사와 금융권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사업은 완전히 멈춰 섰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알려졌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서울시 관계자 등이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처벌받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이 부지를 하림이 2016년 인수해 야심 차게 정상화를 꾀하고 나섰지만, 인허가 칼자루를 쥔 서울시와 수백억 원대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마당에 사업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수백억 원이나 쓴 서울시가 하림의 매머드급 개발사업 인허가를 순순히 내줄 리 만무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굵직한 인허가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한 착공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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