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기부채납 8%에 추가 인센티브 포함해 7%를 더 내놓은 상황입니다. 2년 전에 다 약속해 놓고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신감을 느낍니다." (하안주공 10단지 소유주)
총사업비 13조원이 투입되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행정 갈등으로 법적·사업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정비계획 수립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 광명시가 '공공임대주택 추가 반영'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조합원 분담금 증가와 사업 지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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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항목으로 용적률 330% 확보해왔으나 광명시, 뒤늦은 공공임대 요구
광명시는 지난달 19일 철산·하안 택지지구 내 재건축 조합과 지정개발자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기존 용적률을 초과해 부여받는 인센티브 항목에 공공임대주택을 추가 반영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 재건축은 초과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반면, 경기도는 지구단위계획 인센티브 적용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그동안 하안동 일대 단지들이 광명시의 종전 안내에 맞춰 정비계획을 수립해 왔다는 점이다. 이에 하안동 조합들은 공공임대 대신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녹색건축, 지능형건축물 등 친환경·지능형 항목을 적용해 기준 용적률을 최고 330%까지 끌어올리는 인센티브 구조를 짜왔다.
실제로 하안주공 8단지의 경우 지난 3월 정비계획안 작성 당시 공공임대를 일절 포함하지 않고 '제로에너지 및 녹색건축' 항목만으로 목표 용적률 330%를 충족해 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법적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에서 시가 뒤늦게 기준을 변경하려 한다는 것이 정비업계와 소유주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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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재수립으로 2~3년 지연"… 추가 분담금 가구당 최대 3330만원 추산
철산하안 재건축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상당한 기부채납을 이미 수용했음에도 소유주 동의 없는 추가 임대주택 강요는 원주민을 쫓아내는 재산권 침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하안주공 6단지 소유주는 "임대주택이 들어가면 동·호수 배치와 소셜믹스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변경해야 한다"며 "설계 변경과 분담금 재조정, 시의 재심의 과정까지 거치면 사업이 최소 2~3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주택 도입에 따른 조합원 재정 부담도 정량 수치로 확인됐다. 입주민 측이 8단지 전용면적 59㎡를 기준으로 분석한 모의 계산에 따르면, 인센티브 총량(20%) 중 공공임대를 최저 비중으로 반영하더라도 가구당 추가 분담금은 약 1469만원에 달한다. 임대 비중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에는 가구당 추가 부담금이 3330만원까지 증가해 시나리오별 격차만 1900만원에 이른다.
하안주공 8단지 소유주는 "공공임대는 시가 공사 원가 수준으로 매입해가기 때문에 일반분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 수십억원을 포기해야 하고, 그 손실은 온전히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지속된 원자재·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향분과 사업 지연 기간 발생하는 금융이자까지 가산되면 조합원들의 실제 실질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1조1500억 규모 수주전 이상기류… 광명시 "2000만원 이하로 피해 최소화"
행정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행보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비 1조1500억원 규모로 대형 건설사의 관심이 집중됐던 '하안주공 6·7단지 통합재건축'은 지난달 24일 열린 1차 현장설명회에서 유력 인수 후보였던 대우건설이 최종 입찰 불참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임대주택 비율과 기여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건설사 차원의 사업성 검토와 입찰가 산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입주민들은 광명시가 내부적으로는 7월 31일 결재를 완료한 임대주택 관련 보고서를 20일가량 지난 8월 19일에야 발송한 점을 두고 고의로 공문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명시 관계자는 "공문 발송 지연에 고의성은 없었다"라며 "임대주택 반영에 따른 추가 분담금은 2000만 원 이하 수준으로 예상하며,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광명시의 공공기여 전환 요구가 수도권 노후 택지지구 재건축 전체의 민감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성남, 고양, 부천, 안양, 군포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서도 지자체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로 주민 갈등이 발생한 바 있어, 3만8000여 가구에 달하는 하안주공의 최종 협의 결과가 향후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 전반의 사업 추진 속도와 수익성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herim570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