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강변에 20년 가까이 방치된 염창근린공원 훼손지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짓는 계획을 두고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방치된 땅을 정비하면서 주택과 녹지를 함께 조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 대책도 없이 발표했다”고 반발한다.
정부는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지만 교통대책과 임대주택 비율, 주민 편의시설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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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방치된 한강변 땅”…공공주택 1000가구 들어선다
사업지는 염창근린공원 내 약 5만1000㎡ 규모 훼손지다. 과거 골프연습장으로 이용됐지만 민간 개발사업이 무산된 뒤 장기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한강과 맞닿아 있고 지하철 9호선 염창역과 등촌역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월13일 이곳을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발표했다. 공급 규모는 1000가구다. 이번 대책에서 서울에 새로 발표된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강서구 염창동이 유일하다.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을 예정이다.
◇“왕복 2차선인데 1000가구”…교통·임대주택 우려
주민들이 가장 먼저 문제 삼는 것은 교통이다. 염창공원 주변에는 이미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해 있지만 공원 인근 도로 상당수는 왕복 2차선 규모다. 일부 구간은 차량 두 대가 마주 지나가면 도로가 거의 꽉 차고 출퇴근 시간에는 정체도 발생한다. 주민들은 1000가구 자체보다 기반시설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규모부터 발표했다는 점에 불만을 나타낸다. 입주 후 차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공사 기간 대형 차량까지 오가면 교통 혼잡과 통학로 안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양동과 등촌동에 이미 대규모 공공임대단지가 들어선 상황에서 염창동까지 대규모 임대단지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계획된 1000가구가 모두 영구임대주택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되 민간 건설사가 시공하는 민간아파트 브랜드로 조성하고,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을 혼합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대주택 비율도 통상적인 재건축 수준이 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주택 유형과 임대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냥 공원으로 만들면?”…강서구 “보상에 3000억원”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훼손지를 공원으로 복원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이곳은 1990년 토지 소유자가 민간공원 조성허가를 받아 문화회관과 청소년회관, 경로당 등 주민 편의시설을 짓기로 했던 곳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시설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고 골프연습장이 운영됐다. 강서구는 2006년 실시계획 인가를 취소했고 2009년 골프연습장 운영도 중단시켰다. 이후 부지는 장기간 훼손된 상태로 남았다.
강서구는 이 땅을 보상해 공원으로 복원하려면 약 3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사유지를 막대한 세금으로 사들이는 데 따른 재정부담뿐 아니라 형평성과 특혜 논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서구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로 공공주택지구 조성을 검토했다. LH가 주택을 공급하면서 장기간 방치된 훼손지를 정비하고 녹지와 주민 공간도 함께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계획보다 ‘1000가구’라는 숫자가 먼저 알려졌다는 점이다. 진 구청장 역시 주민에게 충분한 설명과 의견수렴이 이뤄지기 전에 발표된 데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토지보상 등의 절차를 단축해 발표 후 33개월 만인 2029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1000가구를 짓느냐 마느냐보다 기존 주민이 납득할 교통·통학로·생활 인프라 대책을 함께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tmg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