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조 개발사업 첫 삽 못 뜨는 하림
서울시 "거대 장벽 형성하지 말라"
건축 심의서 50여건 보완 요구
[땅집고] 하림그룹이 총사업비 6조8000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이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지난 3월 심의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은 데 이어 7월에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인허가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제12차 건축위원회에서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안건에 대해 ‘재검토’ 의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건축위는 이번 심의에서 도시경관, 건축계획, 교통, 방재 등 9개 분야에 걸쳐 50여 건의 보완 사항을 무더기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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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교통·방재 등 50여건 무더기 지적
가장 눈에 띄는 지적은 건축물 저층부인 ‘포디움(Podium)’이다. ‘거대한 장벽’처럼 도시를 막아선 기단부, 이른바 ‘포디움’ 설계를 두고 보완 요구가 제기됐다. 포디움은 복합건물 하층부에 판매시설이나 주차장 등을 배치하기 위해 상층부 주동보다 넓게 계획하는 단상 형태의 구조물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포디움은 주변 경관을 고려해 5개 층 안팎의 규모로 조성한다.
하지만 하림 측은 이번 심의에서 포디움 높이를 지상 11층 규모로 제시했다. 워낙 부지가 방대한 데다 사업 규모까지 크다 보니 막대한 면적을 차지하는 초거대 포디움이 만들어진 것이다. 앞선 심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다. 하림은 지난 3월 사업계획안에서도 17층 높이에 길이 250~300m에 달하는 긴 장벽 형태의 포디움을 제시했다가 “주변 도시 맥락과 스케일을 고려하지 않은 거대 매스(Mass)”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층수를 낮춰 다시 상정했지만 여전히 경관적 위압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은 이례적으로 11층 규모의 굉장히 큰 포디움이 계획됐다”며 “경관적 문제뿐만 아니라 화재 발생 시 피난 동선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어, 포디움 규모를 줄이고 분절을 시켜 경관과 안전을 향상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여 방안 추가 검토해야
건축위는 건물 내부와 주변 지역의 단절 문제도 꼬집었다. 단지 내부 이용자만 편리한 설계에서 벗어나 주변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을 마련하고 공공기여 방안도 추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대형 화재 및 사고 예방을 위해 주거시설과 물류시설의 차량 출입구를 충분히 이격시켜 진출입 동선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계안을 다시 짤 것을 요구했다. AI 특구의 입지 특성을 반영한 업무시설 계획과 보행 활성화를 위한 저층부 계획, 공동주택 설계 보완 등도 요구했다.
신분당선 ‘만남의 광장역’과의 연계 가능성도 향후 계획에 반영하도록 했다. 철도 연계가 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무빙워크 등 건축적인 접근 공간을 검토하고, 외부 이용객과 내부 근로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셔틀버스 운영계획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가 주변 지역과 단절된 거대한 섬처럼 개발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도심 복합개발에서 기단부(포디움)를 11층 높이로 올리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이라며 “단일 사업장 심의에서 50여 건에 달하는 지적이 쏟아진 것 역시 이례적이라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첩첩산중 인허가…사업 지연 불가피
양재동 복합개발 사업은 하림그룹이 2016년 5월 4525억원에 매입한 옛 한국트럭터미널 부지에 첨단물류시설과 업무·상업시설, 주거시설을 결합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8만3183㎡(약 2만5000평) 부지에 지하 9층∼지상 58층, 연면적 147만㎡ 규모의 복합단지를 개발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각각 998가구, 972실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번 서울시의 결정으로 하림 측은 서울시 건축위원회에 다시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심의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을 마련해 재상정하고, 건축위원회가 이를 다시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향후 서초구청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등 주택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특히 건축 심의 결과에 따라 교통 및 물류단지 사업계획 등도 연동되어 있어 최종 착공 및 분양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심의의결 조서에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대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할 계획이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