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구 '빅3' 건설사 태왕이앤씨, 법정관리…부채 1889억인데 현금 67억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9.01 06:00

[건설사 기상도] 대구 ‘빅3’ 건설사 태왕이앤씨, 흑자에도 법정관리 못 피한 이유는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땅집고] 대구지역에서 ‘빅3’ 건설사로 꼽히는 태왕이앤씨가 이달 법정관리를 신청해 업계 충격을 주고 있다. 태왕이앤씨는 ‘태왕아너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대구시 주택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올해 전국 67위를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태왕이앤씨는 지난해 실적으로도 매출 3233억원, 영업이익 367억원을 각각 벌어들여 얼핏 재무 구조가 나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이런 태왕이앤씨가 끝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이유가 뭘까.

◇4000억대 매출에도…가용 현금 단 67억원에 불과해

건설업계는 태왕이앤씨가 장부상 이익은 창출해냈지만 지방 위주 개발사업 현장과 부동산PF에 현금이 묶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전형적인 ‘흑자 부도’ 상태였다고 분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태왕이앤씨는 매출 3223억원, 영업이익 367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789억원, 59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30%대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었다.

[땅집고] 태왕이앤씨의 2024년과 2025년도 주요 재무 지표 비교. /이지은 기자


하지만 감사보고서상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항목이 67억원에 그친다. 매출·영업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유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다 전년도까지만 해도 123억원이던 현금 자산이 45% 감소한 것. 더 나아가 금융부채 만기표를 보면 태왕이앤씨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금융부채가 1889억원에 달했다. 즉 가용 현금의 약 28배에 달하는 금융부채를 1년 안에 막아야 하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해당 장부에 단기금융상품이 296억원으로 집계돼 얼핏 유동성 여력이 더 있어보이지만, 이 중 210억원짜리 정기예금의 경우 대출 약정으로 인한 질권이 설정돼있다. 현금성 자산 중 일부 신탁계좌에 대해서도 역시 근질권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태왕이앤씨가 자산 규모 대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었던 셈이다.

◇대구·경북 악성 미분양으로 재고자산 떠안아…1년 만에 2배 넘게 폭증

이처럼 태왕이앤씨가 활용할 현금이 부족했던 이유는 악성 미분양과 공사 미수금 폭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가 대구 및 경북 지역에 편중된 주택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던 가운데, 현장마다 미분양이 터지면서 공사대금 대신 받은 아파트·상가 등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면서 재무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했다.

[땅집고] 2025년 말 태왕이앤씨의 재고 자산 목록. /이지은 기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1196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이 2025년 말에는 1805억원으로 1년 만에 약 51% 증가했다. 여기에는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2021년 12월 첫 분양을 시작한 ‘남포항 태왕아너스’가 포함됐다. 당시 1순위 청약에서 334가구를 모집하는데 155명 신청해 경쟁률이 0.46대 1에 그쳤던 현장이다. 시행사가 이 아파트를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자 태왕이앤씨는 지난해 공사비 일부를 현금 대신 이 부동산으로 떠안았다. 지난해 기준 58억32000만원 상당인데, 이 아파트를 다시 금융기관에 차입금 담보로 제공했다.

대구 북구 관음동에서 시공을 맡았던 ‘태왕아너스 프리미어’도 악성 미분양이 장기화한 현장이다. 2022년 분양 당시 모든 주택형이 청약 미달을 겪으면서 경쟁률이 0.25대 1로 저조했다. 이 현장 총 계약금액이 453억원인데 누적 공사 수익이 371억원이고, 공사미수금은 289억원이나 남아있다. 대거 미분양으로 태왕이앤씨가 공사비를 못 받으면서 유동성 악화에 불을 지폈다.

이 밖에도 대물 변제 재고 자산 목록에는 ▲대구시 달성군 ‘태왕아너스 테크노 더힐’ ▲대구시 북구 ‘태왕 디아너스 오페라’ ▲대봉교역·이시아폴리스·죽전태왕상가 등이 포함돼있다.

태왕이앤씨는 전체 재고 자산 1805억원 중 69%에 달하는 1249억원을 금융회사에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을 다량 보유하긴 했지만, 팔리지 않는 미분양 자산에 현금이 갇혀버린 기업으로 전락한 상태였던 것이다.

◇지분 49% 가진 사천IC복합유통 개발사업, 토지 분양 폭망으로 타격

태왕이앤씨가 지분 49%를 가진 주주이자 시공사로 참여한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 도시개발사업 부진도 법정관리를 앞당겼다. 이 사업은 사천IC 배후 부지인 경남 사천시 축동면 일대 26만2000㎡ 부지에 일반상업용지(11만4960㎡)와 유통상업용지(4만9680㎡)를 조성한 대형 프로젝트다.

[땅집고] 태왕이앤씨가 지분 49%를 보유해 직접 시행, 시공을 맡았던 경남 사천시 축동면 일대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 조감도. /사천시


지난해 말 기준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 현장에 대한 공사수익이 대부분 인식됐다. 하지만 공사미수금이 약 191억원 집계됐다. 태왕이앤씨가 공사를 진행해 매출은 올렸지만 현금으로 공사비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돈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PF보증이다. 사업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사천아이씨도시개발에 대해 금융권이 약 783억원 상당 PF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고, 관련 토지담보대출 연대보증 역시 224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 관련 보증으로 1000억원 수준 금융 노출이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진행한 사업인데도 토지 매각 실적이 저조해 태왕이앤씨 재무에 타격을 줬다. 2022년 진행한 공매에서 대다수 상업·유통시설 용지가 유찰됐고 400억원대 대형 유통상업용지도 팔리지 않았다. 사업지 내 2024년 말 준공한 ‘사천 스카이시티’는 총 53필지 중 27필지가 분양을 마쳐 분양률은 51.6%였지만, 뜯어보면 이 중 17필지는 태왕이앤씨가 직접 인수했다. 원래대로라면 외부에 매각해 현금을 회수해야 하는 토지를 태왕이앤씨가 떠안으면서 유동성 악화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2023년 비상경영에도 임금 체불, 하도급비 대물 변제…대구시 긴급 대응 나서

각종 부동산 분양·개발 사업으로 현금 흐름이 막힌 태왕이앤씨는 2023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사내 법인카드를 정지했다. 각종 자구책을 펼쳤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직원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고,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일부 공사비를 대물로 변제했다고 전해진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금융권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면서 결국 회생 절차를 밟게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태왕이앤씨가 대구지역 3위 건설사 자리를 지켜온 만큼, 기업이 쓰러지면 협력업체 및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관련 피해를 줄이고 공사 현장에 생길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태왕이앤씨는 앞으로 법원 보호 아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언론을 통해 "가뜩이나 지역 건설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태왕이앤씨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한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금융기관 및 건설업계와 밀착 관리를 통해 자금경색 등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대구시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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