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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비에 합의금까지 얼마 주실건데요" 세제개편이 만든 세입자 퇴거 위로금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8.30 06:00

등록임대사업자 양도세 중과배제에 ‘매도 시한’
세입자 낀 집 매각 어려워지자 수백만~수천만원 합의금
“임대차는 2030년까지 가능한데 매도는 2027년까지” 반발

[땅집고]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 서초구 8·3 부동산 세제개편 세무 설명회를 찾은 구민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땅집고] “전세 계약 만기 후에 갱신권을 쓰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올해 임대사업자 말소가 돼 내년까지 집을 팔아야 한다고 나가주면 안 되냐고 하네요. 나갈 경우 위로금을 얼마나 요구하면 될까요?”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에 사실상 ‘매도 시한’을 두기로 하면서 임대사업자와 세입자 사이에 때 아닌 ‘퇴거위로금’이 등장하고 있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면 정해진 기간 안에 집을 팔아야 하는데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거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일부 집주인은 이사비와 중개수수료에 별도 보상금까지 얹어 수백만~수천만원을 주고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조기에 끝내는 방안까지 알아보고 있다.

관련기사 : "실거주 안 해도 12억 공제?" 8.3 세제 개편 믿었다가 또 발등 찍히나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등록임대사업자 사이에서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합의해지하기 위한 이른바 ‘퇴거위로금’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임차인이 법적으로 보장된 계약기간을 채우기 전에 집을 비워주는 대신 집주인이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별도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027년까지 팔아야 세제혜택…갱신권 행사하면 매각 난감

퇴거위로금이 등장한 배경에는 정부가 이달 내놓은 세제개편 후속 조치가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매입임대 아파트에 적용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원칙적으로 2027년 12월 31일까지 양도하는 경우로 제한한다. 임대의무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경우 등에는 별도의 1년 처분기한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등록임대주택이라면 임대의무기간을 채운 뒤 매도해도 중과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해진 기한 안에 처분해야 혜택을 유지하도록 출구가 좁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처분기한 안에 집을 팔아야 하지만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으면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문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한 차례 계약갱신을 요구해 2년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집주인이 단순히 집을 팔겠다는 이유만으로 갱신을 거절할 수도 없다.

세입자가 거주 중이라고 주택 매매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계약갱신 거절이 가능한 기간 안에 주택을 매수한 새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이미 갱신된 임대차 계약이 장기간 남아 있다면 당장 입주하려는 실수요자에게 집을 팔기는 어려워진다.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투자 목적의 매수 수요까지 줄어든 상황에서는 세입자를 낀 주택이 매각 기간이나 가격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결국 일부 임대사업자는 세입자에게 먼저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을 중도에 끝내려면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이사비와 새집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고 별도의 위로금까지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택 가격과 남은 계약기간, 주변 전셋값 등에 따라 수천만원대 합의금을 거론하는 사례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 퇴거위로금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이후 집을 팔거나 직접 들어가 살려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사비 등을 지급하고 조기 퇴거를 요청하는 일이 잇따랐다. 이번에는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세제상 처분기한까지 생기면서 비슷한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모습이다.

[땅집고]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반대 의견. 28일 기준 1490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임대차는 2030년까지 가능한데 매도는 2027년까지”…입법예고에 반발

정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게시판에도 임대차 계약기간과 세제상 매도기한이 충돌한다는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임대사업자는 2026년 1월 체결한 임대차 계약의 최초 만료 시점이 2028년 1월이고,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030년 1월까지 계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안에 따른 양도세 중과배제 처분기한은 2027년 말이어서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이달 28일 기준 1500건에 달하는 의견이 제출됐다. 상당수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료 5% 증액 제한과 임대의무기간 등 정부가 정한 요건을 지켜왔는데 사후적으로 세제혜택에 처분기한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며 경과규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세제상 매도기한과 임대차 계약기간이 엇갈리면서 세입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차인에게는 계약기간을 유지하거나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법적 권리가 있지만 집주인에게 수억원의 양도세 부담이 걸려 있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퇴거를 요청할 유인이 커질 수 있어서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단순히 위로금 액수만 따져보기는 어렵다. 합의해지로 당장 목돈을 받을 수 있지만 주변 전셋값이 오른 지역이라면 새 전셋집을 구하는 데 드는 추가 보증금과 이사비 등이 위로금을 웃돌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에게 정해진 기간 안에 집을 팔도록 유도하면서 기존 임대차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와 합의해 집을 비우는 것이 매각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매도기한이 가까워질수록 임대사업자와 세입자 사이에서 이사비나 합의금 문제가 더 많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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