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옆에 5007·2091가구 신축 들어서
공공기여 108동 부지와 3560㎡ 교환 제안
아파트 40가구엔 신축 배정 요구
조합·서초구 “사업 변경 현실적으로 어려워”
[땅집고] 서울 반포 한복판에서 50년 넘은 주상복합 건물이 7000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 사이에 홀로 남을 처지에 놓였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앞 ‘한신상가아파트’다. 한쪽에서는 5000가구 규모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고, 반대편 2091가구 신축 아파트는 이달 입주한다. 일부 소유주들은 결국 자신들의 땅과 재건축 사업의 공공기여 부지를 맞바꾸고, 새 아파트 40가구를 배정해달라는 요구까지 내놨다.
1974년 준공한 한신상가아파트는 약 3560㎡ 부지에 아파트 40가구와 상가 118개 점포가 들어선 주상복합이다. 소유주 측은 1999년 반포아파트지구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 건물이 반포2주구에서 빠졌고, 도시계획시설상 ‘시장’으로 남으면서 주변 단지와 함께 재건축할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한다.
◇양옆 7098가구 신축…“우리 땅 주고 새 아파트 가겠다”
한신상가 바로 옆에서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대편에는 2091가구 규모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이 들어섰다. 트리니원은 이달 입주하고,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내년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두 단지만 합쳐도 7098가구다.
한신상가 일부 소유주들이 편입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에도 편입 추진 과정에서 소유주 동의율 약 75%를 확보했지만, 조합은 사업 지연 가능성 등을 이유로 편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주민들이 다시 꺼낸 카드는 ‘부지 맞교환’이다. 반포1·2·4주구가 공공기여를 위해 내놓을 옛 108동 부지와 한신상가 부지를 바꾸자는 것이다. 현재 약 3000㎡ 규모인 108동 부지에는 공공예식장 등 공공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신상가 아파트 소유주 40가구는 한신상가 부지를 조합에 제공해 공공기여 부지로 내놓도록 하는 대신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일반분양 물량 일부를 배정해달라고 요구한다. 한 주민은 “우리 땅을 주는 것이니 작은 평수라도 갈 수 있다면 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가만 118곳…조합·서초구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제는 맞교환을 실제로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반포1·2·4주구 사업은 이미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신상가를 사업구역에 새로 넣으려면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 등을 변경해야 해 사업 지연과 추가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신상가에는 아파트 40가구보다 많은 118개 상가 점포가 있다. 부지를 통째로 넘기려면 상가 소유주들의 토지·건물 권리와 영업손실, 보상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조합도 선을 긋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공공시설을 짓기로 한 땅과 한신상가를 바꾸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108동 부지는 이미 기부채납하기로 한 땅으로 조합이 마음대로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역시 “2027년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민원인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신축 아파트 특별분양 역시 현행 주택공급 관련 규정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맞교환이 무산되면 한신상가는 독자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도시계획시설상 ‘시장’ 용도를 바꾸는 문제부터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 간 권리 배분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주변 재건축이 끝나면 50년 된 한신상가만 7000가구가 넘는 신축 단지 사이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미 진행 중인 대규모 재건축 사업의 계획과 공공기여 부지를 다시 바꾸기도 쉽지 않다. 대단지 재건축 경계에 홀로 남은 노후 건축물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한신상가의 ‘땅 맞교환’ 요구가 정비사업의 또 다른 숙제를 던지고 있다. /tmg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