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00세대 쪼개기 재개발 시대 열리나" 정비사업 오세훈 패싱 입법 논란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8.28 09:57

오세훈 "현실 모르는 정치 꼼수…난개발·혼선만 가중" 직격
여당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 vs 야당 "오세훈 패싱 표적 입법"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땅집고] 당정이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자치구청장으로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서울시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여권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실과 괴리된 판단이며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정비사업 단계 중 초기 2단계를 제외한 조합설립,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7개 인허가 권한이 이미 자치구에 넘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맡은 구역 지정과 통합심의는 약 4개월 내에 마무리되어 전체 사업 기간의 2.7%에 불과하므로, 서울시 때문에 사업이 지연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오 시장은 “자치구의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구별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현장의 혼선만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거대 생활권으로 보고 상하수도·도로·교통 등 광역 인프라를 종합 조율해야 하는 도시계획의 특성을 무시한 채 권한을 쪼개면 난개발과 구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이번 추진의 배경을 두고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권한을 가져가면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정치적 구호”라며 “500세대를 기준으로 권한 주체를 달리할 도시계획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땅집고] 한성숙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조선DB


◇여당 “신속한 공급 위해 권한 이양” vs 야당 “오세훈 패싱 입법”

정부·여당은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 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구청장들이 요구해온 사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자치구가 지역 여건에 맞춰 행정 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당 정책조정회의와 서울시당 간담회를 통해 법적 규제가 이미 촘촘한 만큼 광역단체장의 과도한 권한을 자치구로 넘겨 1·2인 가구 맞춤형 주택 등을 속도감 있게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시정비법 8조는 정비구역 지정을 서울시가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면적·건폐율·용적률 등 자치구에서 처리 가능한 정비구역의 변경 사항도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여권은 이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과 서울시는 이를 서울시장의 정당한 권한을 강탈하려는 정치적 꼼수로 규정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7곳을 장악한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에게 개발 이권의 칼자루를 쥐여주려는 표적 입법이자 ‘오세훈 패싱’이라는 비판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신속한 주택 공급을 내세우지만 음흉한 속내는 뻔하다”며 “천만 시민이 선출한 수도 서울시장의 정당한 권한을 강탈하고 서울 다수를 장악한 자기편 구청장들에게 ‘개발 이권의 칼자루’를 쥐여주려는 노적인 정치 꼼수”라고 직격했다.

서울시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 방안이 발표되고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서울의 정비 사업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정면 반박했다. 서울시는 “제대로 된 주택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단순히 권한을 나눠 갖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실효성은 떨어지고 현장의 혼란만 키우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이미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우선 서울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서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인 거대 생활권”이라며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적률과 높이 등 도시계획적 지원은 물론 상하수도, 도로, 공원 등 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하면 “서울시 상위 계획과의 정합성이 저하되고 자치구별 개별 정비 사업에 따라 잣대가 달라져 도시 관리 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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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관련 업계에서는 500세대 기준이 도입될 경우, 규제를 피하고 구청장 결재를 얻기 위해 대규모 단지를 인위적으로 잘게 쪼개어 추진하는 기형적 정비사업이 판을 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 경로당, 어린이집 등 필수 주민 편의시설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실제 사업을 가로막는 원인이 시의 심의가 아니라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정부의 규제, 그리고 자치구 단계에서의 민원 처리 지연에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 의견을 도외시한 채 법 개정이 강행될 경우 서울의 도시 관리 체계가 흔들리며 현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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