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 평택시 도일동과 장안동 일대 약 482만㎡에 조성되는 ‘브레인시티’. 대학, 연구시설, 종합병원을 자족도시를 만들겠다며 이름까지 ‘브레인시티’라고 붙였지만, 정작 도시의 ‘브레인’ 역할을 할 핵심 시설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1700가구 규모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분양 당시 최대 호재로 꼽혔던 아주대병원 부지는 여전히 텅 비어 있다. 당초 2027년이던 아주대병원 개원 목표는 2031년으로 밀렸다. 첫 중학교는 2029년에야 개교한다. 집은 예정대로 완성됐지만 병원과 학교, 대학·연구시설이 뒤늦게 따라오는 ‘반쪽짜리 입주’가 시작된 셈이다.
◇1700가구 집들이 시작했는데…병원 부지는 여전히 빈 땅
브레인시티는 계획상 1만7000여 가구, 약 5만명이 거주하는 미니신도시급 개발사업이다.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산업과 주거, 대학, 연구시설, 종합병원을 한곳에 넣은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청사진을 앞세워 아파트도 잇따라 분양했다.
이달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 1700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1월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 1182가구, 2월 ‘평택브레인시티 중흥S-클래스’ 1980가구가 차례로 입주할 예정이다. 2028년에는 ‘한신더휴’ 991가구와 ‘브레인시티 푸르지오’ 1990가구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요 단지만 합쳐도 약 8000가구다.
문제는 사람보다 도시의 핵심 기능이 늦게 들어온다는 점이다. 브레인시티 첫 초등학교인 평안초는 다음 달 개교한다. 첫 중학교인 가칭 도일중 개교 예정 시점은 2029년 3월이다. 당장 입주하는 중학생들은 2년 넘게 다른 지역 학교로 통학해야 한다. 신도시 초기에 학교와 상권이 뒤늦게 따라오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것은 따로 있다. 아파트 분양 당시 브레인시티의 미래 가치를 상징했던 아주대병원이다.
◇2027년 개원한다던 아주대병원…8년째 첫 삽도 못 떴다
평택시와 아주대의료원이 처음 병원 건립 협약을 맺은 것은 2018년이다. 당초 계획은 500병상 이상 규모 대학병원을 2027년까지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 착공은커녕 본격적인 설계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 공식 사업기간은 2031년까지로 연장됐다.
아주대의료원은 2023년 약 1만2000평 규모 병원 부지를 매입했다. 땅은 확보했지만 정작 병원을 지을 돈에서 문제가 터졌다. 당초 예상 건립비는 약 2900억원이었다. 브레인시티PFV가 1000억원, 민간 공동사업자인 투게더홀딩스가 지식산업센터 개발 수익을 통해 1000억원을 지원하고, 아주대병원이 나머지 900억원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공사비와 물가가 급등하고 지식산업센터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산이 틀어졌다. 평택시가 파악한 현재 예상 사업비는 약 4500억원. 처음보다 1600억원이 늘었다.
결국 문제는 늘어난 1600억원을 누가 낼 것이냐다. 평택시 자료에는 아주대 측이 PFV와 투게더홀딩스에 각각 500억원의 추가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반면 아주대병원 측은 땅집고에 “증액 요구는 사실이 아니며 공사비 규모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민간사업자인 투게더홀딩스도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기존 사업협약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택시는 사업 무산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어느 사업 시행자도 공식적으로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은 없다”며 “철회 의사 표현을 사업 무산으로 확정해 이야기하는 것은 앞서 나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사업비 부담 주체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2031년 개원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준구 평택시의원은 “다시 사업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라면 거의 초창기 단계까지 돌아간 것 아닌가 싶다”며 “평택시가 있는 그대로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의회와 시민들이 여러 차례 궁금증을 제기했는데도 그동안 시에서는 ‘순항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는 설명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거 보고 집 샀는데”…입주민에게는 청천벽력
입주 예정자들에게 아주대병원은 단순한 편의시설 하나가 아니다. KAIST 평택캠퍼스와 함께 브레인시티가 다른 수도권 외곽 신도시와 차별화되는 대표적인 미래 가치로 받아들여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입주 예정자는 아주대병원 상황을 묻자 “안 좋다. 그거 바라보고 왔다”며 “아파트 옆에 들어올 시설과 비전을 보고 오는 것인데 병원이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KAIST 평택캠퍼스는 병원보다 상황이 낫다. KAIST는 브레인시티 내 약 46만㎡ 부지에 AI 반도체 교육·연구시설과 실증시설 등을 갖춘 혁신융합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며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브레인시티의 대학·연구 기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린다.
◇5억원에 분양한 아파트, 입주장엔 ‘마피 6000만원’
생활 인프라와 핵심 개발사업이 아파트 입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가장 먼저 입주하는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 전용 84㎡ 최초 분양가는 약 4억7200만~5억2600만원이었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최근 시장에는 계약금을 포기한 매물부터 분양가보다 6000만원가량 낮춘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까지 등장했다.
개별 매물 가격을 아주대병원 지연이나 인프라 부족만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평택 주택시장과 입주물량,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입주민들이 기대했던 브레인시티의 모습과 현재 눈앞에 펼쳐진 도시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 /tmg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