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의 세무톡톡] 지방으로 이사하면 양도세 5억 감면해준다고?…‘부의 대물림’ 특급 열차로 악용
[땅집고] 최근 이재명 정부가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마련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만 65세 이상 1주택자가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를 팔고 비수도권으로 이사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5억원까지 깎아준다는 항목이 눈에 띄는데요.
정부가 이런 세금 정책을 내놓은 취지는 명확하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하고, 고령자들을 지방으로 이주시켜 지방 소멸 위기를 조금이나마 늦춰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꽤나 냉소적인데요. 이런 정부의 생각이 순진하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고령 1주택자 한시적 양도세 과세 특례는 악용 소지가 다분해요. 지방 활성화는 커녕, 서울 강남권 등 지역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가진 고가 주택 부유층이 양도·증여·상속세를 아끼고 금융 자산까지 불릴 수 있는 ‘합법적 조세 회피처’로 둔갑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이 왜 최악의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해보겠습니다.
◇5년만 버티면 양도세 감면?…지방을 ‘조세 회피처’로 만든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앞으로 집 한 채를 가진 65세 이상 1주택자가 5년 이상 거주했으면서 양도일 현재 2년 이상 계속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매각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우, 2027년 양도세의 50%, 최대 5억원을 감면해준다고 합니다. 2028년에는 감면 비율이 30%로 조정되고 최대 3억원을 깎아주되, 5년 안에 수도권으로 돌아가거나 수도권 주택을 취득하면 다시 세금을 추징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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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에 이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타이밍’과 ‘5년 거주 요건’인데요.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기 위해 혜택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수도권 집을 팔고, 딱 5년만 지방에 머물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라서죠.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은 여기서 산산조각이 납니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이들에게 지방은 여생을 보내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터전이 아니라, 최대 5억원이라는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해 잠시 머무는 ‘조세 회피처’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5년 의무 거주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럼 결국 지방에선 장기적인 인구 유입이나 인프라 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잠시 머물다 떠나는 뜨내기 수요만 양산될 뿐일 겁니다.
◇부유층, 양도·증여·상속세 한 번에 아낀다…현금 사전 증여 가능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정책이 자산 불평등과 부의 대물림을 합법적으로 방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수도권의 대형 고가 아파트는 가격이 높은 만큼 자녀에게 물려줄 때 막대한 상속세 혹은 증여세가 발생하죠. 하지만 이번 특례를 이용하면 최대 5억원의 양도세를 줄이면서 부동산을 온전히 현금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방 소재 저렴한 주택을 매입한 뒤, 남은 막대한 현금은 5년 유예 기간 동안 자녀들에게 쪼개 사전 증여하는 계획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을 때 꼼짝없이 납부해야 했던 세금이, 정부가 열어준 ‘양도세 면제 특례’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현금 분산 증여라는 합법적 절세로 둔갑하는 겁니다.
정부가 일반 서민은 쉽게 만져보지 못할 5억원이라는 세금을 깎아주면서,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까지 덜어주는 꼴이죠. 과연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이를 용인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 5년 뒤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가격 폭등할 것
정책 실행 5년 뒤 모습을 예상해보겠습니다. 여유 자금을 금융 상품에 투자해 이자와 배당 등으로 굴린 현금 부자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 때 이들의 매수 목표는 수도권 핵심 입지에 있는 중소형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이런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가 20~30대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주거 상품이라는 점이에요. 절세로 자산을 불려 돌아온 고령의 현금 부자들이 이 시장에 무더기로 진입한다면, 중소형 아파트 집값은 또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겠죠. 결국 지방 소멸을 막겠다며 마련한 세금 정책이, 5년 뒤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조세 형평성 훼손하는 섣부른 정책…전면 재검토 해야
정책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해당 정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악용될지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곧 무능한 정책이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고령 1주택자의 세금을 무작정 깎아주기 전에, 이 정책이 초래할 조세 회피와 시장 왜곡의 파장을 직시해야 합니다.
정부가 진심으로 지방 거주를 장려하고 싶다면 거주 요건을 5년이 아닌 10년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거나, 감면 혜택을 받은 후 수도권으로 돌아와 주택을 다시 매입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감면받은 세액을 토해내게 하는 강력한 환수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계층에게 5억원이라는 막대한 세금 혜택을 주면서 부의 대물림까지 쉽게 만들어주는 제도는 ‘특례’가 아니라 ‘특혜’라고 불려야 마땅합니다. 2026년 세제 개편안의 해당 조항은 조세 정의와 시장 안정을 위해 반드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글=YB세무컨설팅 박영범 세무사,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