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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잠실 리센츠, '이주 없이' 632평 커뮤니티 만든 비결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8.27 06:00

자연지반 대신 선큰·사무실 등 기존 공간 재구성
집 내부 안 건드리고 증축…주민 동의·인허가도 속도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리센츠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공사를 마치고 20일 개장했다./입주민 제공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에 최근 문을 연 커뮤니티센터 ‘라테라스’. 피트니스센터와 필라테스, 스크린골프장, 카페, 도서관 등을 갖춘 시설로 전체 면적이 2086㎡(약 632평)에 달한다. 웬만한 신축 대단지 커뮤니티시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리센츠가 2008년 입주한 구축 아파트라는 점이다.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세대 내부를 뜯어고친 것도 아니다. 입주민들이 기존 주택에 그대로 거주하는 상태에서 단지 안에 있던 부대시설과 유휴공간을 다시 짜는 방식으로 600평이 넘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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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리센츠는 이달 20일 커뮤니티시설 라테라스를 정식 개장했다. 기존 커뮤니티 시설 면적은 약 759㎡(230평)였지만 이번 공사를 거쳐 2.6배 확대했다.

◇자연지반 못 건드리자 ‘선큰’ 위에 천장…유휴공간 이어 붙였다

리센츠가 별도 이주 과정 없이 대규모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단지 내에 이미 존재하던 부대시설과 유휴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이다.

기존 아파트에 커뮤니티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은 신축 단지만큼 간단하지 않다. 이미 건폐율과 용적률, 조경면적 등이 정해진 상태여서 빈 땅이 있다고 무작정 건물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주택 단지에서 법정 기준에 포함되는 자연지반 조경면적을 훼손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른다.

리센츠는 이 때문에 새 건물을 별도로 짓는 대신 기존 커뮤니티시설 주변 공간을 다시 설계했다.

대표적인 곳이 ‘선큰가든’이다. 지하 공간에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도록 외부에 개방돼 있던 선큰 공간을 활용해 상부에 천장을 만들고 공간을 위아래로 나눴다. 여기에 기존 커뮤니티시설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던 인접 공간을 함께 재정비해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연결했다.

기존 방재실 등으로 사용하던 건물도 리모델링 대상에 포함됐다. 이렇게 여러 공간을 증축·용도변경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아파트 동이나 개별 세대는 손대지 않고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에 걸쳐 대규모 커뮤니티시설을 확보할 수 있었다.

◇2/3 주민 동의도 6개월 만에…사업 추진 3년 만에 완료

공간을 확보했다고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동주택의 부대·복리시설을 증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주민 동의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행위허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리센츠 커뮤니티 사업에서도 가장 큰 관문 중 하나가 주민 동의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23년부터 주민 설명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사업을 추진했고, 전체 입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했다. 2024년 당시 행위허가 동의율은 67.2%였다.

특히 수천 가구가 사는 대단지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 3분의 2 이상 동의를 모으는 작업을 약 6개월 만에 마쳤다는 점도 사업 속도를 높였다.

리센츠는 5563가구 규모다. 가구 수가 많은 만큼 커뮤니티시설의 종류나 사업비 부담, 공사 방식 등을 놓고 주민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설명회와 설문조사를 반복해 의견을 수렴했고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한 뒤 인허가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 4월 말이다. 같은 해 7월 공사를 시작했고 올해 8월 시설을 열었다. 주민 의견 수렴을 시작한 2023년부터 따지면 약 3년 만에 사업을 끝낸 셈이다.

사업비 약 45억원은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했다. 통상 장기수선충당금은 승강기나 외벽 등 공동주택 주요 시설을 교체·보수하는 데 쓰이지만, 리센츠는 기존 주민복리시설을 개보수·증축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시설 개선에 활용했다.

◇재건축 기다리는 구축들…‘커뮤니티 리모델링’ 확산하나

리센츠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서울 주요 구축 대단지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는 피트니스센터와 골프연습장뿐 아니라 수영장, 사우나, 조식 서비스, 카페와 라운지까지 갖춘 커뮤니티시설이 사실상 상품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 반면 2000년대 중후반 지어진 단지들은 입지가 뛰어나더라도 커뮤니티시설에서는 최근 신축과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 핵심지 대단지는 재건축 연한을 채우더라도 실제 정비사업을 마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재건축만 기다리는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해 주거 만족도를 먼저 높이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이유다.

잠실에서도 이미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단지인 ‘잠실 엘스’도 커뮤니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증축과 용도변경을 통해 약 2586㎡(783평) 규모의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구축 아파트의 상품성 개선은 내부 인테리어나 재건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커뮤니티시설이나 조경, 관리 서비스 등 단지 자체의 상품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기존 부대시설과 유휴공간이 충분한 대단지라면 리센츠처럼 전면적인 정비사업 없이도 신축과의 격차를 일부 줄이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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