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비판했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 교수
"용산공원 등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기대 접었다"
"500세대 권한 이양 정책을 낸 사람부터 잘라야"
[땅집고]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인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마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통해 당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엔 그보다 더 수위 높은 표현으로 현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았다.
마 교수는 글 서두에 “현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일인”이라고 밝히며 “최근에 나오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산으로 가고 있는 배를 보며, 모두가 '어어…' 하고 있는데도 그냥 그대로 직진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쓰면서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마추어 대학생이 만든 정책 수준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여러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이제는 기대를 접었다”고도 했다.
☞ 매일20명 프리미엄 혜택! AI 데이터로'내일의 낙찰가' 맞추러 가기
◇”용산공원 주택공급, 허둥지둥 던질 카드 아니다”
마 교수는 먼저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비판했다. 그는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도 놀랐다”며 “용산공원은 집값 오른다고 그렇게 허둥지둥 주택 공급 카드로 던질 수 있는 땅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기에는 용산정비창, 한강대로 주변 정비사업 등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것들만 모아봐도 주변 개발사업과 정비사업이 많아서 교통 수용 용량도 안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관 문제도 짚었다. 그는 “이곳은 국제적 브랜드 중 하나인 남산 조망과 관련해 경관이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라며 “이 경관은 용산구민만을 위한 경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적률 높여 고밀로 주택공급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500세대 권한 이양', 서울 주택공급 행정 1도 모르는 정책”
마 교수가 가장 격한 어조로 비판한 대목은 '500세대 권한 이양'에 대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앞서 지난 23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마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번에 언급된 '500세대 권한 이양' 추진은 정말 너무나 충격적이다. 이건 서울 내 주택공급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1도 모르는 사람이 낸 정책이고, 정말 책상에서 만드는 정책의 끝판왕”이라며 “혹자는 서울시 힘을 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만일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낼 수 있는 정책이 있고, 그렇지 못한 정책이 있다”고 비판했다.
마 교수는 “아파트 500세대가 작아 보여도 도시계획적으로 작은 사업이 아니다”라며 “이런 사업들이 쪼개기로 가겠지요. 400세대 다섯 군데 더 생기면, 2000세대 훌쩍 넘어간다. 이 쪼개기 때문에 도로도, 공원도, 학교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마 교수는 “아파트 400세대를 지으려면 도시계획, 건축, 교통, 경관, 환경, 교육, 재해…. 엄청난 분야가 싱크로되어야 한다”며 “이 체계를 25개 구청에 만드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절대로 구청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구청엔 애초에 그런 통합 행정을 할 시스템 자체가 없다”고 했다.
이어 “'시스템을 갖추면 되지 않겠냐'고 얘기하는 분들, 정말 주택공급 행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르는 분들”이라며 “그냥 인력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다. 서울시도 전문가 모으는 데 허덕이고, 해당 전문가들도 생업을 포기하고 각종 위원회에 일주일에 2~3번씩 불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어려움을 뚫고 실제로 시행하게 된다면 25개 구 정비사업 기준이 서로 달라지고, 서울 내 정비사업은 정말 엉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 교수는 “필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신념만으로 정책을 만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며 “한 번 해봤다가 잘 안 돌아간다고 되돌리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500세대 권한 이양 정책을 낸 사람부터 잘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 교수는 글 끝에 “아는 기자분을 통해 조금조금씩 인터뷰를 해왔지만, 부동산 정책 인터뷰, 티비토론회 등은 참여 안 한다”며 “화가 나서 거기서 벌어질 논쟁과 갈등까지 감당할 멘탈이 안 돼서”라고 밝혔다. 이어 “미리 죄송하다”며 “혹시 이 글을 보시더라도 인터뷰나 토론 요청으로 연락은 주지 않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