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년차부터 아파트 거래 허가제 등 초강경 정책
효과 없이 국민 괴롭히는 정책 양산한다는 비판 받아
서민 주거사다리 파괴의 대가는 가짜 강남 부자 축출
[땅집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라도 국민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국민들의 삶에 피해를 준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모든 사안을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어떤 사항도 성역 없이 적극적으로 고치는 유연하고 능동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정책을 돌아보면, 대통령의 이 말이 정확히 스스로를 겨누는 ‘자가당착’이자 ‘역설’로 다가온다.
◇ 강남 ‘가짜 부자’ 쫓아내다 서민·청년 주거 사다리 끊어
최근 발표된 8.3 대책은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올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60억~100억 원대 강남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세금 폭탄 우려에 호가가 10억, 20억씩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초고가 주택은 평소에도 거래가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는 특수 시장이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보통 국민들의 삶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실거래 없이 치솟은 집값 때문에 뜻밖에 ‘억지 부자’가 된 은퇴자나 1주택자들은 보유세 폭탄과 대출 규제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이사를 고민한다.
더 큰 문제는 엉뚱하게 중저가 아파트와 전월세 시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초고가 주택을 겨냥한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권 중저가 아파트로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여기에 1주택 실거주자 위주의 세제 강화는 전세 물량 자취를 감추게 만들며 ‘전세 소멸, 월세 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건만, 현 정책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중저가 집값과 전월세 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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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거래허가제·대출 죄기… 국민만 괴로운 ‘듣보잡 규제’
현 정부 주택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목표가 불분명하고 수단이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아파트 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무차별적 대출 규제라는 금융과 부동산의 절연을 선언했다.
평양도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내 집을 사는 데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청년층의 사다리가 되어주던 전세자금 대출마저 막혀버렸다. 국민의 불편과 불만은 극에 달하는데, 정작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정책의 실효성도 없으면서 국민의 기본권만 제약하는 셈이다.
집권 초기 집값 상승은 사실 전임 정권에서 누적된 공급부족과 수출 호조 등 경제성장 등 시장 환경의 영향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공급 부족 책임을 물으면서 대통령은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성급하게 6·27 대출 규제, 10·15 거래허가제 같은 '듣보잡' 초강수 대책을 잇따라 던지면서, 집값 상승의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는 외통수에 걸려들었다. 선진국들이 집값 상승기에도 서민·청년의 내 집 마련 대출을 완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역행하는 행보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반발을 초래하는 주택정책을 연발하자 “대통령에 대한 관료들이 소극적 저항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조롱도 나온다.
◇ ‘사이비 좌파’ 선동에 포박된 실용주의… 유령과의 전쟁 멈춰야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 공약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고, 재개발·재건축 등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실용주의적 노선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정책은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의 실패 방정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글로벌 경제 흐름과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채, 모든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 및 투기꾼’ 탓으로 돌리는 사이비 진보 지식인들의 교조적 프레임에 포박당해 규제를 남발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글로벌 유동성과 금리 환경이라는 거대한 저수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투기꾼'이라는 유령과 싸우느라 허송세월했다. 사이비 주술의 결과에 대해 지식인들은 책임지지 않으며, 그 부담은 오롯이 대통령과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
글로벌 주택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독일 등 전통적 좌파 정책이 강한 유럽 국가들조차 다주택자 규제보다는 빠른 임대주택 공급과 10년 이상 보유 시 양도세 전액 면제 등 공급 유인책을 적극 활용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도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성역 없이 수정해야 한다. 현 정부가 진정 국민의 삶을 위한다면, 시장을 뒤흔드는 무리한 징벌적 과세와 규제를 거두고 실용적인 주택 공급 확대 노선으로 조속히 되돌아와야 한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