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사비 1억 안주면 버틴다" 전월세 시장 혼란에 막가파 세입자 등장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8.26 06:00

전세시장 뒤흔든 '실거주 압박', 정부 20일 만에 '백기투항'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 아파트를 매매하려는데 세입자가 이사비로 1억원을 요구합니다. 세입자 협조 없이 집을 보여주지 않고 팔 수는 없나요? 미치겠습니다.”

최근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다. 자신을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소유주라고 밝힌 작성자는 지난 20일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조합 설립 전에 집을 팔려고 하는데, 세입자가 이사비 1억원을 요구해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대차 만기까지는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댓글에는 “매수자에게 집값을 깎아주는 편이 나을 것 같지만, 세입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다”, “같은 평형을 보여주고 거래해야 한다”, “세입자 협조가 없으면 거래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토지거래허가제에서는 세입자가 명도확약서 제공해야 승인 받는거라 세입자 협조가 관건” 등 반응이 잇따랐다.

반대로 세입자 편을 드는 반응도 있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가야하는 상황이니 계약을 깬 데에 대한 위약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위약금 줘야 하는 건 맞지만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애매하다”, “조합설립 기간까지 애매한 기간에 세입자를 넣은 집주인의 잘못” 등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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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 사연이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을 넘어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벌어지는 거래·임대차 혼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 세입자의 협상력이 커지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와 실거주 요건, 정비사업 일정 등이 복잡하게 얽힌 지역에서는 매도인이 세입자의 퇴거와 집 공개 협조를 얻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을 키운 것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다. 정부는 ‘사는 집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내걸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세 부담 상한은 150%에서 200%로 높아진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거주 기간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해, 집을 오래 보유했더라도 직접 살지 않은 1주택자는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 의도는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압박하면 기존 전월세 주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면 해당 주택은 임대차시장에서 즉시 사라진다. 집주인이 매도를 선택하더라도 새 집주인의 실거주가 필요하다면 기존 세입자의 퇴거 협조가 거래의 핵심 조건이 된다. 전세 공급 감소와 세입자 퇴거를 둘러싼 분쟁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는 실거주 규제와 임대차 매물 부족이 겹칠수록 세입자 명도 여부가 주택 거래 가격과 일정까지 좌우하는 현상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 비거주 1주택자 규제 20일 만에 재검토…“임대 공급 대책 없으면 미봉책”

시장 부작용과 여론 악화가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은 뒤늦은 정책 주워담기에 나서고 있다. 대책 발표 20일 만에 사실상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방안을 보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직장·취학·육아·가족 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제 거주하지 못한 경우를 폭넓게 인정하고,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인상도 다시 살펴보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거나 실거주 1주택자와 같은 14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수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과세 강화 방침을 일부 되돌리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전환과 전세 매물 감소에 대한 우려는 일단 누그러질 수 있다. 문제는 임대차 공급을 담당하는 다주택자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까지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전세 공급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제개편안에는 등록임대사업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를 축소하고 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임대인에게 비과세·장기보유특별공제상 거주요건 혜택을 주는 상생임대인 제도도 폐지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일괄 규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거주를 장려한다는 명분만 앞세워 세금과 거래 규제를 동시에 강화하면 임대 공급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라는 비용이 무주택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범위를 넓히는 정도의 보완에 그칠지, 임대차 공급 정책까지 함께 손볼지에 주목하고 있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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