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실 객실별 소유권·대지권 정리 관건
프로젝트리츠 통해 조선호텔 브랜드 전환 검토
호텔 자산 모아 상장 리츠 재도전 관측
[땅집고] 신세계그룹이 전남 여수의 ‘라마다 프라자 바이 윈덤 여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일반적인 호텔 한 채를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과는 다르다. 겉으로는 427실 규모의 단일 호텔이지만, 등기상으로는 객실마다 소유자가 나뉜 분양형 생활숙박시설이기 때문이다. 과거 90%가 넘는 높은 분양률을 기록했던 점이 오히려 현재 인수 과정에서는 복잡한 권리관계로 돌아온 셈이다.
24일 부동산·호텔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자산관리회사(AMC)를 맡는 프로젝트리츠를 통해 여수 라마다를 인수하고,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과 브랜드 전환을 담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인수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여수시 돌산읍에 있는 여수 라마다는 지하 1층~지상 23층, 총 427실 규모 생활숙박시설로 2020년 문을 열었다. 현재 공개된 호텔 정보에서도 객실 수는 427실로 확인된다. 대한토지신탁이 참여한 분양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개발됐으며 객실을 개인과 법인에 나눠 판매했다.
◇90% 넘게 분양된 호텔…이번엔 흩어진 소유권이 발목
문제는 이 같은 소유 구조에 있다. 외관과 호텔 운영은 하나지만 법적으로는 여러 소유자가 객실별 소유권을 보유한 집합건물이다. 각 객실에는 호텔 대지에 대한 지분인 대지권도 붙는다. 신세계가 호텔 전체를 확보하려면 객실마다 소유권과 대지권을 넘겨받고, 근저당권 등이 설정된 경우 관련 권리관계도 개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과거의 분양 성공도 지금은 부담이다. 여수 라마다 측은 2019년 전체 427실 가운데 수익형 객실 385실이 모두 분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객실의 90%가 넘는다. 당시에는 높은 분양률이 사업 성공의 지표였지만, 신세계 입장에서는 흩어진 소유권을 다시 사들여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일부 객실 소유자가 매각에 동의하지 않거나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 결국 잔여 개인·법인 소유 객실을 얼마나 빠르게, 적정 가격에 확보하느냐가 거래 성사의 핵심 변수다.
그럼에도 신세계가 권리관계가 복잡한 자산을 검토하는 것은 소유권을 일정 수준까지 확보한 뒤 조선호텔 계열 브랜드로 리모델링할 경우 자산가치를 높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별 객실을 협상을 통해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체 매입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사업성을 높일 여지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경매 등을 통해 일부 객실 소유권이 기존 시행·운영 관련 법인으로 넘어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에 걸쳐 객실을 모아가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업비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객실 매입가격을 평균 1억5000만원으로 단순 가정하면 427실 매입에 약 64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근 부지 확보와 리모델링, 브랜드 전환 비용 등을 더하면 전체 사업비는 1000억원 안팎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외부 펀드 대신 ‘자체 리츠’…호텔 자산 직접 모은다
이번 거래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인수 방식이다. 신세계는 여수 라마다를 프로젝트리츠를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AMC를 맡아 리츠를 운용하고, 조선호텔앤리조트가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는 지난해와 달라진 방식이다. 신세계그룹은 2025년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과 그래비티 조선 서울 판교 등을 확보하면서 외부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부동산펀드를 활용했다. 실제 포포인츠 명동 거래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와 퍼시픽투자운용이 매수자로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호텔 자산 투자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랜드 조선 제주 인수의 경우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거래를 주도했지만 약 3070억원의 인수대금 가운데 금융권 차입과 재간접펀드를 활용하는 구조로 추진됐다. 오라카이 대학로 인수에는 프로젝트리츠가 활용돼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리츠 운용을, 조선호텔앤리조트가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내부 협업 구조가 한층 뚜렷해졌다.
신세계가 리츠를 적극 활용하는 배경에는 자본 효율성이 있다. 호텔을 그룹 자금으로 직접 사들여 장기간 보유하면 수백억~수천억원의 자금이 부동산에 묶인다. 반면 리츠를 활용하면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직접 투입해야 할 자본을 줄일 수 있다.
향후 여러 호텔을 상장 리츠에 편입하면 투자금을 회수해 신규 호텔이나 복합개발 사업에 다시 투입하는 ‘자본 재순환’도 가능하다.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은 AMC로서 운용보수를 받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호텔 운영을 계속 맡으면서 자산을 전부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스타필드 청라, 화성 스타베이시티 등 대형 복합개발은 물론 호텔과 데이터센터로 부동산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는 만큼 리츠 활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자기자본을 개별 자산에 장기간 묶지 않아야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한 차례 무산됐던 상장 리츠 사업을 호텔을 중심으로 다시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룹의 첫 스폰서 리츠로 추진됐던 신세계스타리츠는 스타필드 하남 등을 기초자산으로 2025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리테일 부동산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결국 해산 절차를 밟았다.
다만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은 여수 라마다 인수와 관련해 “최근 내수 경기가 회복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