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리온이 지난 70년 동안 써왔던 서울 용산구 문배동 사옥 부지를 매각한다. 당초 이 곳에 최고 38층 높이 주상복합아파트를 개발할 계획을 세웠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분양 기대 수익을 포기하고 이 땅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과거 오리온이 건설업 진출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서 관련 계열사를 일괄 매각했던 역사가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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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과기업 오리온은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1956년 설립한 동양제과 때부터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사옥을 차리고, 올해까지 약 70년 동안 이 건물을 본사로 활용했다. 하지만 올해 6월 강남구 도곡동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본사와 연구소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레스토랑·주차장 용도로 쓰던 강남구 도곡동 부동산 자산을 효율화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초 오리온은 용산 사옥을 지하 5층~지상 최고 38층, 아파트 156가구와 오피스텔 212실을 합해 총 368가구 규모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로부터 삼각지역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지난해 7월 이 같은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이 가결된 것. 계획상 2029년 준공이 목표였다. 사옥 인근 아파트 시세가 국민평형인 84㎡(34평) 기준 24억~2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오리온이 이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1조원 수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오리온은 용산 사옥 부지를 직접 개발해 분양하는 대신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희망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용산구 초역세권 입지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수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오리온이 과거 건설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관련 계열사를 일괄 매각한 상황이라 용산 사옥 개발에 직접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오리온 관계자는 “용산 사옥 부지에 서울시와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계획을 세웠던 것은 맞지만, 과거 계열사던 건설사(메가마크 등)를 청산해 현재 직접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1997년 부동산 개발사인 리온자산개발을 설립했고, 이어 1999년 주거용 건물 개발회사인 하이랜드디앤씨와 2006년 종합 건설사인 메가마크를 만들었다. 단순 식품 회사에서 건설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각 법인마다 적자 행진을 면치 못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 특히 메가마크는 2016년 등록사항 신고불이행으로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서 신규 건설 계약을 수주할 수 없게 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오리온은 2022년 4월 리온자산개발·하이랜드디앤씨·메가마크를 한꺼번에 매각했다. 건설업을 완전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구체적인 거래 상대방과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기준 사업보고서 장부상 매각 예정 비유동자산 규모가 270억원으로 기재됐다. 오리온이 메가마크 한 곳에만 1200억원을 출자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