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구청장 '공공주택 환영' 올렸다가 날벼락…'묻지마 닥공'에 곳곳서 역풍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8.20 10:35

강서구청장 블로그에 주민 반대 140건
용산 어린이 정원엔 반대 화환 100개 넘어

[땅집고]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 일대의 모습. 정부는 해당 부지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땅집고] 정부가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1000가구 규모 공공 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 일대를 비롯해 용산·과천 등 주택 공급 후보 지역들에서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목표 물량에 맞춰 ‘닥치고 공급’을 밀어붙이며 오히려 역풍에 부딪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강서구청장 “공공주택지구 환영”에 주민 거센 항의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진교훈 강서구청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발표된 염창동 일대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한 환영 의견을 밝혔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진 구청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20년을 기다린 염창근린공원, 드디어 해법을 찾았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오랫동안 방치돼 주민들의 걱정과 불편이 이어졌던 염창근린공원 훼손지가 오늘 국토교통부의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에 포함됐다"며 "그동안 주민들께서도 안전 문제와 도시미관 개선을 꾸준히 요청해 오셨기에 이번 발표가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서구 주민들은 진 구청장의 이같은 입장이 주민 의견과 반대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염창공원은 과거 골프연습장으로 쓰이다가 2006년 민간 개발사업이 취소된 뒤 20년 가까이 방치된 땅이다. 염창동은 주택이 밀집돼 있고 도로 녹지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편이어서 주민들은 이곳에 녹지와 편의시설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진 구청장 블로그에 올린 댓글을 통해 "염창동에 필요한건 기존 입주민들이 요구하던 편의시설과 녹지시설 개발이지 1000세대의 공공주택이 아닙니다"라며 "강서구내에 염창동은 땅크기는 작지만 아파트가 오밀조밀 밀집되어있고 난개발이라 도로도 좁아 개발부지에 아파트 1000세대가 들어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소리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강서구민이 환영한다는 택도 없는 소리로 자꾸 언플하지 마십시오. 대책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대응 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진 구청장 블로그에는 이날까지 140개가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렸다.

◇ 숫자만 나열한 대책 밀어붙이다 ‘역풍’

정부는 이번 8·13 대책에서 지난 1·29 대책에 포함된 △노원 태릉골프장(6800가구) △과천 경마장·방첩사(9800가구) △용산국제업무지구(1만가구) 등에도 속도를 낸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역풍에 부딪치고 있다. 노원·과천 주민들은 오는 28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정부 주도 공급대책을 반대하는 연합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용산구 어린이정원 앞 놀이터에는 19일 이재명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임대주택 공급 구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어린이정원 앞에는 몇 주 전부터 공원 개발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조화가 100개 넘게 놓여 있다.

과천 경마장 일대는 과천시와 한국마사회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교통난 심화를 우려한 주민들도 반발한다.

정부가 무리한 대출·세금 규제를 밀어붙이며 촉발한 주택난과 전월세난을 해결하겠다며 이번엔 '묻지마 공급'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시장에 공급 안정화 신호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여론을 더 악화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숫자를 앞세워 내세운 발표들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정책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며 "주택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도 필요하지만 주거 환경이나 도심 내 녹지 시설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공급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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