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설사 팔았던 '초코파이' 오리온, 용산에 38층 아파트 개발, 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8.20 06:00

[땅집고]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 /뉴스1


[땅집고] 국민 간식 ‘초코파이’를 생산하던 오리온이 서울 용산구에 38층 높이 아파트를 짓는 부동산 시행사업을 벌인다. 지난 70년 동안 쓰던 용산 사옥 부지를 매각하는 대신 직접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분양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단지가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초역세권 입지인 만큼 앞으로 분양 시장에 등장할 경우 예비청약자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한다.

◇70년 만에 용산 떠나는 오리온…남은 부지에 368가구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국내 제과기업 오리온은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풍국제과를 인수한 뒤 1956년 설립한 동양제과 시절부터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둥지를 튼 뒤 약 70년 동안 이 사옥을 본사로 써왔다. 하지만 사옥이 낡아 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데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응하려면 강남권으로 사옥을 옮기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올해 6월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인근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 확보한 지하 6층~지상 10층 건물로 본사를 변경하고, 기존 문배동 사옥은 전부 비웠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오리온이 문배동 사옥 및 부지를 매각하는 대신 직접 새아파트로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 용산구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통하는데다, 건물이 지하철 4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삼각지역까지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초역세권 입지라 아파트를 지으면 분양 수익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서울시가 진행하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과 결합하면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받아 사업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 부지 주상복합아파트 완공 예상 모습. /서울시


오리온은 서울시로부터 삼각지역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난해 7월 제12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이 수정·가결됐고, 올해 6월 도곡동 사옥 이전 작업을 마친 뒤 최근 철거를 위한 밑작업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오리온 용산 사옥은 지하 5층~지상 최고 38층 높이 주거 단지로 거듭난다. 아파트 156가구와 오피스텔 212실을 합해 총 368가구 규모다. 주택 외에도 오피스·상가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클라이밍·농구·풋살 등을 즐길 수 있는 연면적 약 4000㎡ 규모 다목적 체육관도 함께 조성한다. 계획상 2029년 준공이 목표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에서 정한 계획에 따라 용산 사옥을 개발 중”이라며 “구체적인 아파트 분양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건설부문 매각한 뒤 첫 부동산 개발 사업…분양 수익 1조 육박할듯

부동산 업계에선 현재 용산구 아파트 시세를 고려하면, 오리온이 이 단지를 준공해 분양하는 경우 수천억원대 분양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올해 7월 오리온 용산 사옥으로부터 직선 500여m 거리에 있는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2019년·478가구) 84㎡(34평)가 올해 7월 25억5000만원, 인근 ‘용산e편한세상’(2011년·867가구) 84㎡가 24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만약 오리온이 단지 전체를 84㎡ 주택형으로 구성한 뒤 25억원에만 분양해도 단순 계산으로 92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더군다나 매년 새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오리온이 확보 가능한 분양수익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 위치. /이지은 기자


오리온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건설 계열사인 메가마크를 통해 서울 곳곳에 고급 빌라를 지어 분양했던 것.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지은 총 18가구 규모 ‘흑석 마크힐스’와, 기존 오리온제과 창고 부지를 개발한 총 38가구짜리 ‘청담 마크힐스’다. 각 단지마다 분양가가 40억~7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이었던 만큼 현재 연예인들이 여럿 거주하는 단지로 유명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 오리온이 건설사업을 비핵심이라고 보고 메가마크를 매각했는데, 이번 용산 사옥을 통해 다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이라며 “해당 건물과 부지를 매각하는 대신 직접 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수익 확보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823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5.5%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9% 증가한 298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이 같은 실적 상승을 고려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주요 제품에 대한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국 법인별로 신규 공장 및 물류센터 확보에 나선 것. 한국 법인의 경우 총 4600억원을 투자해서 짓는 진천통합센터가 내년 하반기 완공 에정이며, 러시아 법인은 2400억원 규모 트베리 신공장동을 건설하는 등이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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