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 경마장 9,800가구 조기 개발 선언에 과천시 반발 "文실패 재현"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08.19 15:02

국토부 "부분개발로 속도 낸다"
과천시 "교통·인프라 대책 없는 밀어붙이기 안 돼"
마사회 노조 "말산업 종사자 2만 4000명 생존권 무시한 관치행정"
"이번이 처음 아냐"… 문재인 정부 때도 무산


[땅집고] 과천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발표에 따른 졸속 이전 추진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마사회노동조합


[땅집고] 정부가 8·13 부동산 대책으로 경기 과천시 경마장 부지의 착공 시점을 2029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히자, 과천시와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즉각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약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과천시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전면 철회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국토부는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과천 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일대에 9800호 규모 주택을 짓는 시기를 2029년 12월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마장 이전 계획을 이달 중 수립하고, 이전 대상지는 다음 달 중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과천 경마장 부지는 약 134만㎡(약 40만 평) 규모로, 인근 과천지구와 맞먹는 크기다. 정부는 그동안 이 부지를 잠재적 개발 대상으로 꾸준히 점찍어 왔다. 과천시는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대립이 이어질 경우, 정부의 2030년 공급 타임라인이 첫 단추부터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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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부분개발과 동시에 9월까지 이전 대상지 발표하겠다”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부분개발’이다. 전체 경마장을 한꺼번에 옮기는 대신, 화성 화옹지구로 우선 이전이 가능한 ‘마사구역’ 등을 우선사업구역으로 지정해 선착공하고, 확보되는 부지부터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계획대로면 일부 마사시설은 2028년 화옹지구로 먼저 옮겨가고, 전체 경마장은 이전 대상지 선정 후 부지 매입·설계·공사·준공 절차를 거쳐 이전한다.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는 통합 지구지정을 통해 녹지면적을 포함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런 쪼개기 이전 방식이 나온 배경에는 시간 압박이 있다. 이전 대상지 선정 후 부지 매입·설계·공사·준공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서는 정부가 목표로 한 2029년 착공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 국토부 관계자는 “태릉CC는 국방부와 관계부처 협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총리 주재로 논의 테이블이 격상되면서 당초 2030년에서 2029년으로 착공 시기를 앞당겼다”며 “농식품부 주관으로 9월까지 새로운 이전 대상지가 발표될 예정이고, 과천시가 지적하는 교통문제 등도 개선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땅집고] 경기 과천시 별양로에 위치한 과천의 대장 아파트 '과천자이'. 바로 옆 과천대로가 이어지고 있다. 주암동 일원에 9800호가 들어설 경우, 주민들은 '교통난'을 우려하고 있다. /강태민 기자


◇ 과천시, “인프라 부족한 상태에서…또 공급?”

그러나 과천시는 13일,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과천시가 우려하는 점은 도시 기본 인프라 부족과,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대란이다. 실제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 주암지구, 과천지구, 갈현지구 등 이미 대규모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어서 출퇴근 시간대 과천대로와 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 남태령고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 민원이 잦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충분한 광역교통대책이나 자족 용지 확보 없는 주택 수 채우기식 공급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 마사회 노조, “2만 4000명 생존권 무시한 관치행정”

한국마사회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강도 높게 반발했다. 노조는 “정부가 일정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며 “2만 4000명에 달하는 말산업 종사자의 생존권과 한국 경마의 미래를 무시한 관치행정의 전형”이라고 했다.

노조는 부분개발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일부 마사시설이 먼저 빠져나가더라도 남은 부지에서는 경마가 계속 시행돼야 하는 만큼, 주택 건설 공사와 경마 운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주택이 먼저 들어설 경우 기존 경마장과 주거시설이 일정 기간 공존할 가능성도 있는데, 경마 개최일마다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교통 문제와 소음 등을 고려하면 두 시설의 동시 운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정부의 이전 의지가 강한 만큼 이전이 불가피할 경우 근무자 고용승계, 이전 비용 마련, 레저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을 선결조건으로 요구 중이다. 새 경마장 부지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의 배후 인구와 교통망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천 마리의 말과 관련 시설을 함께 옮겨야 하는 만큼, 부지 선정부터 기반시설 구축, 안전성 검증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경기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앞 유휴부지. /과천시의회


◇ 문재인 정부 때도 논란된 과천 개발 갈등

과천이 주택공급 논의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20년 ‘8·4 주택공급 대책’에서도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약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과천시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전면 철회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과천지구와 인근 유휴부지를 활용해 약 4300가구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당시 갈등의 무대였던 청사 앞 유휴부지, 이른바 4·5·6번지의 활용 방안에 대해 신 시장은 “4번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전 계획이 진행 중이며, 5번지에는 추가 행정기관이 유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6번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 공간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해당 부지에도 주택공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현재도 과천지구(약 1만 가구), 주암지구(약 6000가구) 등 총 2만 6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이미 계획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마장 일대까지 개발 시점이 앞당겨진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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