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민 어디 사는지 GPS로 감시?"…부동산 '빅브라더 국가' 우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8.18 06:00

비거주 중과세 도입 개편안에 사생활 침해 논란
과세당국, 지금도 주거지 소명 요구 중
법안 계류 중인 부동산감독원에 과도한 권한 우려
집값 핑계로 개인 재산·사생활 침해 도 넘어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땅집고]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 징벌적 부동산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 개편안에 따라, 앞으로 주택 보유자의 실거주 여부를 실시간으로 정부에 감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도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을 적용할 때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과세 당국의 검증 절차가 존재하는 만큼, 세제 개편에 맞춰 거주 여부 판단을 위한 절차를 대폭 확대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세금을 핑계로 북한의 ‘오호담당제’ 같은 감시 체계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 국민의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 정보(GPS)를 활용한 조사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또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보유자의 실거주 여부를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 GPS로 '실거주 확인'에 방문 조사까지…"부동산 핑계로국민 감시"

정부는 앞서 이달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1주택 보유자라고 해도 실제로 거주하지 않을 경우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징벌적 과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휴대전화 GPS를 활용한 주민등록지 거주 여부 확인을 시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생활을 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행안부의 주민등록 사실 확인 결과는 과세를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세청에 거주 여부 소명해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세금 부과 과정에서 납세 의무자의 보유 주택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일은 이미 현실화 돼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시다. 현행 양도소득세법은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에게 보유 기간 1년당 4%씩, 거주 기간 1년당 4%씩 합계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이 때 거주 기간을 인정 받으려면 납세자의 신고 이후 관할 세무서에서 진행하는 검증 절차에 따른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무 업계에 따르면 이 때 거주 기간과 실제 거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자료는 주민등록 전입·전출 기록이다. 그러나 세무 당국은 납세자의 주민등록과 실제 거주지가 다르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 실제 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입증 자료를 요구한다. 이때 세무 당국은 전기·수도 사용내역, 신용카드 사용지역, 차량등록·주차기록, 직장과 가족의 생활근거지 등의 자료를 종합해 판단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휴대전화 GPS를 이용한 주민등록 사실 조사의 경우 이미 몇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제도인데다 비거주자에 대한 세금 부과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실거주 여부 감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징벌적 과세의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니라 실거주 여부로 판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의 과세 의지가 워낙 강력한 만큼 실거주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의 현장 조사는 물론이고 행안부가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GPS 자료를 확인 절차로 도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감독원에 거주지 감시 당하는 세상 오나

정부가 부동산 투기 단속을 전담하는 목적으로 출범을 준비 중인 부동산감독원과 맞물려 사생활 침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감독원은 부동산 거래 조사 과정에서 실거주 여부 확인을 위한 주민등록 전입신고 내역을 비롯해 금융거래 내역과 세무 정보, 자산 변동 현황, 실거래 신고 자료, 건강보험 납부 기록, 출입국 기록 등 관계 기관이 보유한 각종 자료를 요청·활용하는 권한을 갖는다. 단일 기관에 금융·세무·건보 정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는 것만으로도 국민 사생활과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부동산감독원은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기구다.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 조직으로 설치해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와 투기 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7명은 지난 2월 발의한 '부동산감독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다주택자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도 투기세력으로 규정한 것이 이번 논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보유한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세를 주는 것은 자유로운 주거 선택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인데다 이것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근거도 전혀 없는데, 이를 통제하려다 보니 과도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이미 자유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아파트 매매 허가’ 제도를 수도 전역에서 시행 중인데, 집값을 잡겠다며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취득하고 처분하는 권리를 통제하는 국가를 정상적인 민주 국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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