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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품아' 속았다" 시행사-교육청 싸움에 '공사 중단'…1800가구 분통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8.17 06:00

[땅집고] 이장우 전 대전시장(왼쪽에서 5번째) 및 ㈜평정 관계자 등이 학하초 신축 기공식 첫 삽을 뜨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올해 9월이면 단지 근처에 초등학교가 신설될 것이라는 홍보를 믿고 입주를 결정한 대전시 한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시행사가 총 1800여가구 규모 아파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단지 인근에 부지를 확보한 뒤 초등학교를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했는데, 사업비가 예상보다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는 이유로 교육청에 돌연 학교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시행사는 교육청이 늘어난 사업비를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교육청은 협약을 어긴 시행사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취소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초등학교가 문을 열기만을 목 빼고 기다렸던 아파트 입주자들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평정, 1800가구 ‘한화 포레나 유성’ 건설하며 새 학교 지어주기로

문제의 아파트는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 일대에 들어선 ‘한화 포레나 유성’. 대전시에 본사를 둔 시행사 ㈜평정이 건설한 총 1754가구 규모 대단지다. 1단지 1029가구, 2단지 725가구로 구성하는데 이 중 2022년에 1단지 872가구를 ‘포레나 대전학하’라는 이름으로 먼저 분양하고, 나머지 물량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해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했다. 2단지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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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은 아파트를 건설하기 전인 2021년 3월 대전시교육청과 학하초 학교용지 및 학교시설을 기부채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사업자가 부담해야하는 학교용지부담금 등 의무 비용을 해당 기부채납으로 갈음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기존 학하초가 1963년 설립해 대전시 초등학교 중 시설이 낡기로 악명 높았던 데다 총 6학급 뿐이라 과밀인데도 개발제한구역에 속해 있어 증축이 불가능했기에 학하초를 이전해주겠다는 이 협약이 대전시교육청 입장에선 반가웠다.

[땅집고] 학하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에 들어서는 ‘한화 포레나 유성’ 부지와 기존 학하초 부지, 기부채납으로 새로 짓는 새 학하초 부지 위치. /대전시교육청


학하초 기부채납 사업은 ‘한화 포레나 유성’ 아파트로부터 직선 약 500m 거리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학하초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특수학급 1학급을 포함해 총 19학급, 병설유치원 3학급 등으로 구성한다. 총 사업비는 524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올해 9월 개교가 목표였다.

협약에 따르면 사업비 중 시행사인 ㈜평정은 학교용지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 191억원과 설계·건축·토목 등 학교시설을 짓는 비용 224억 원을 합해 총 415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나머지 기계·전기·통신·소방 등 시설공사 총 109억원은 대전시교육청이 조달하는 조건이었다.

◇학하초 사업비 100억 증가에 공사 중단…2단지 아파트 사업 취소될까

하지만 학하초 공정률이 약 75%에 도달한 지난 7월, ㈜평정은 대전시교육청에 초등학교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평정 협약 당시와 비교하면 토지 매입가와 공사비가 예상했던 정도를 크게 웃도는 바람에 시행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총 5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에 기존 학하초 부지와 건물 소유권이라도 넘겨 달라고 대전시교육청에 거듭 요청했는데, 재차 거절당하자 결국 공사를 멈추는 초유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김진웅 ㈜평정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존 공사비 범위 내에서) 조금 증가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1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서 '너 같으면 하겠냐'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평정에게만 기존 기부채납 협약을 변경하는 특혜를 줄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시행사가 대단지 아파트를 짓어 분양수익과 임대보증금 수입을 거두는 대신 초등학교를 기부채납하겠다는 협약에 따라 지구계획을 승인받았기 때문에, 학교를 책임지고 완공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9월 개교할 예정이었던 학하초가 공사가 멈춰 서면서 ‘한화 포레나 유성’ 입주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입주자 초등학교 자녀들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계산초로 임시 통학하고 있는데, 학하초 개교가 무기한 미뤄지면 각 가구가 겪는 피해가 크다. 입주민들은 이달 교육청 건물 앞에 ‘대전시와 교육청은 시행사의 호구다!’, ‘평정 사업 중지!’, ‘교육청은 책임져라!’라는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과 집단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앞으로 ㈜평정이 협약을 계속 미이행하는 경우 제재 방안으로 대전시와 유성구에 ‘한화포레나 유성’ 2단지 공사 중지 명령 및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철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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