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벌가 주택이 몰려있기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강뷰’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호 회장이 지난해 한남동에 2층 높이 단독주택을 건설하기 시작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만약 집이 다 지어지는 경우 이중근 회장이 갖고 있는 맞은편 땅 한강 조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서다.
◇600억 한남동 집 짓는 조정호 메리츠 회장…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땅 한강뷰 망친다
한진가(家)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회장은 2002년 조중훈 창업주가 별세한 뒤 한진투자증권(메리츠증권), 한불종합금융, 동양화재(메리츠화재) 3개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후 부동산 PF 및 기업금융 등 고위험 고수익군 상품을 운용하면서 2011년 메리츠를 금융지주로 승격시킨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지난해 그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만 12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1위 주식 부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뒤를 추격할 정도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조정호 회장은 그가 1992년부터 보유해왔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2014㎡(609평) 규모 단독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설계는 정림건축, 시공은 장학건설이 맡았다. 올해 12월 완공이 목표인데, 만약 다 지어지는 경우 공시가가 500억~6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조정호 회장이 주택을 신축하고 있는 부지와 약 5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보유한 땅이 있다는 것.
이중근 회장은 1994년 한남동 부지를 매입한 뒤 이 곳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짓고 실거주 중이다. 2015년에는 이 집 바로 옆에 있는 땅을 추가로 사들였는데, 아직까지 빈 땅으로 두고 있다. 이 나대지 맞은편에 조정호 회장의 부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중근 회장이 추가로 매입한 땅에 아직 아무런 건물도 없긴 하지만, 그는 조정호 회장 집이 완공하는 경우 이 부지에서 한강 쪽을 바라보는 방향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올해 5월 법원에 조정호 회장과 주택 시공을 맡은 장학건설에 공사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7월 27일 이중근 회장의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호 회장 주택 준공시 이 회장이 가진 땅 조망이 가려질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이 부지가 아직 나대지라 조망권을 운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 더불어 조정호 회장 역시 본인이 가진 땅에 건물을 지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중근 회장은 이런 기각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근 회장, 신세계 이명희·정유경과도 조망권 다툰 역사 있어
한편 이중근 회장은 과거 한강뷰를 두고 신세계그룹과도 갈등을 빚었던 이력이 있다.
2008년 10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한남동 일대에 외동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살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땅 역시 이중근 회장과 너비 5m 길을 사이에 둘 정도로 가까웠다. 이중근 회장은 이 때도 해당 주택이 들어서면 한강 조망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상무,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당시 부영 측은 “설계대로라면 이명희 회장의 신축 건물은 1층부터 조망권을 확보하는데, 뒷집인 이중근 회장 주택은 2층까지 완전히 조망권이 가려지고 사생활까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신세계 측이 협의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협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가처분을 신청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9년 8월 재판부는 이중근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세계 측 건물 신축으로 부영 측의 조망이익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판단된다"면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세계가 짓는 건물의 높이를 적법한 지표면을 기준으로 해 계산하면 12m를 초과해, 서울시 건축조례가 제한한 높이(12m)에 위배되는 등 건축관계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강뷰 분쟁은 신세계가 신축 주택을 계획했던 지상 2층이 아닌 1층까지만 올리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