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복정2지구 A1블록, 분양가 48% 오른 8억원 육박
입주 4년 5개월 밀리고, 공사비 부담 수분양자에 전가
[땅집고] “허리띠 바짝 졸라 매며 돈 모으고 있는데, 분양가가 1~2억도 아니고 3억 가까이 올라버리면 당장 수 억원을 어디서 구합니까” (성남 복정2지구 A1블록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
2021년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유도하겠다며 신혼희망타운(신희타)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성남 복정2지구 A1블록 전용면적 55㎡의 추정 분양가는 약 5억 3000만원대. 여기에 정부의 초저리 전용 모기지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기회였다.
당첨자들은 당초 안내받은 입주 예정일(2025년 12월)에 맞춰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와 이사 일정을 계획해왔지만, 본청약을 불과 이틀 앞두고 전달된 통보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 세 차례 본청약 연기 통보한 LH, 입주는 4년 5개월 지연
원래 2023년 3월로 예정되었던 본청약은 2024년 11월, 그리고 2026년 7월 31일로 두 차례 밀렸다. 심지어 본청약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7월 29일, LH는 청약 일정을 다시 변경한다는 문자를 발송했고 결국 본청약 입주자모집공고는 지난 10일에야 진행됐다.
연이은 지연 끝에 최종 입주 예정일은 2030년 5월로 미뤄졌다. 당초 계획보다 4년 5개월이나 지연된 것. 전국 사전청약 단지의 평균 입주 지연 기간이 약 14개월인 점과 비교하면 무려 4배에 달한다. 이로써 사전청약자들은 입주까지 총 9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 분양가 48% 폭등… “아픈 딸 수술비까지 털어야 할 판” 씁쓸함 더해
더 큰 문제는 '분양가 폭탄'이었다. 이번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공개된 확정 분양가는 전용 55㎡ 기준 7억 9831만원으로, 사전청약 때보다 무려 48% 상승했다.
불과 4개월 차이로 청약을 진행했던 인근 복정1지구와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해진다. 복정1지구는 분양가 상승률이 7%에 불과했고 이미 입주까지 무사히 마친 상황이다.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시기에 신청했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사전청약 당첨자 B씨는 아픈 딸의 병원 치료와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절실했다. A씨는 “딸아이에게 소이증이 있어 귀 한쪽이 없다. 곧 사춘기라 놀림을 받을까 봐 내년 1월에 수술을 해주려고 모아둔 돈이 있었는데, 분양가가 너무 올라 결국 수술비를 아파트 계약금으로 쓰게 생겼다”라며 “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사연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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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원·지연이 불러온 공사비 폭증, 비용 부담은 수분양자에게
사전청약 직후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자 지자체는 이미 632가구가 당첨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부지 매각 협의까지 난항을 겪으며 토지를 넘겨받는 데만 1년 7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공사비는 4895억원에서 7688억원으로 57% 폭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동수와 세대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면서, 남은 수분양자들이 부담해야 할 토지분담금이 가구당 5000만원씩 추가됐다.
◇ 자산 기준 3억 7000만원 이하인데… 신희타 자격요건의 모순
신혼희망타운의 자격 요건을 파악해 보면 이번 사태의 제도적 모순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LH가 사전청약 당시 제시했던 가구 총자산 기준은 3억 700만원 이하였다. 자산 형성 기회가 적은 청년 및 신혼부부층을 타깃으로 설계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분양가는 약 8억원에 달한다.
정부 전용 모기지 대출의 최대 한도인 4억원을 다 받는다고 해도, 순수 현금 4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자산 3억원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불과 몇 년 만에 현금 4억원을 더 마련하라는 것은 사실상 계약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이 대출은 저금리인 대신 향후 집을 팔 때 시세 차익의 최대 50%를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수익 공유형' 모델이다. 집값이 오르더라도 이익의 절반은 정부가 가져가는 구조다. 결국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할 신혼부부가 도리어 제도의 모순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 제도 폐지됐지만 이미 당첨된 피해자 구제책 없어
게다가 아직 정식 계약 체결 전 단계라 입주가 53개월이나 밀렸음에도 법적인 지체상금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억울해서 포기하려 해도 그동안 날린 5년이라는 기회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만약 지정 기간 내에 포기 신청을 하지 않으면 청약통장마저 재사용할 수 없다.
정부 역시 사전청약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2024년 사전청약 제도를 전면 폐지했지만, 이미 당첨되어 내 집 마련만 바라보며 수년을 기다려온 기존 사전청약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없다./herim570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