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접수 직후 ‘시티→포레스트’ 기습 변경
수백 가구 남았는데 파주시 미분양 통계엔 ‘0’
[땅집고] 경기 파주시 서패동 파주메디컬클러스터에 들어서는 3250가구 규모의 대단지 ‘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가 분양 개시 수개월이 지나도록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파주 대표 미분양 단지로 전락했다. 여기에 청약 접수 직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한마디에 단지명이 기습 변경된 사실이 알려진 데다, 지자체 미분양 통계에서는 단 한 가구도 잡히지 않는 ‘깜깜이 분양’ 정황까지 드러나 수분양자 기망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매일20명 프리미엄 혜택! AI 데이터로'내일의 낙찰가' 맞추러 가기
◇정몽규 회장 한마디에…청약 직후 이름 바뀐 아파트
13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운정 아이파크 시티’라는 단지명으로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식 계약 체결을 앞두고 당첨자 동의 절차도 없이 ‘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로 단지명이 전격 교체됐다.
이 같은 단지명 변경의 배경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현장 방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이 당시 분양 현장을 방문해 “단지 옆에 산이 있는데 ‘시티’보다 ‘포레스트’가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고, 이에 회사 측이 계약 체결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단지명을 바꿨다는 게 내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 관계자들은 당시 모델하우스 방문 고객들에게 “조경을 강조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이름을 바꿨다”고 안내했다. 당초 ‘운정 아이파크 시티’라는 명칭을 확인하고 청약에 당첨된 예비 계약자들은 사전 설명이나 동의 없는 기습 변경에 강하게 반발했다. 청약 당시와 계약 당시 단지명이 달라진 만큼 당첨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170조 황금알 시장을 선점하라! 시니어 케어시설 개발A to Z
◇청약 대거 미달…파주시 통계엔 미분양 '0'
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는 지하 2층~지상 29층, 25개 동, 총 325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파주메디컬클러스터 개발과 함께 대규모 주거단지로 공급됐지만, 단지명 변경 해프닝으로 초기 마케팅 혼선 속에 진행된 계약 실적 역시 참패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 당시 2897가구 모집에 1669가구가 접수해 청약 경쟁률 0.46대 1로 대거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 4월말 기준 계약률은 50%대에 그쳤다. 현재 시행사 측은 계약금 5%, 1차 계약금 1000만원 등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춘 조건을 내걸고 잔여 가구 선착순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선 계약률을 60~70%대로 추정한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분양률이 8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해명했으나, 이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의 20% 안팎인 600가구 이상이 여전히 미분양 상태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미 전용면적 84㎡(분양가 6억 중반대)를 중심으로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까지 등장했다.
◇파주시, 통계 고시마저 중단… “소비자 피해 우려”
더 큰 문제는 지자체의 부실한 미분양 통계 관리다. 파주시가 고시하는 미분양 주택 현황에 해당 단지는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실제로 파주시의 지난 2월 미분양 통계에 등록된 아파트는 문산읍 ‘파주한양수자인 리버팰리스’ 단 1가구뿐이었다. 수백 가구의 미분양이 존재하는 대단지가 통계상으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유령 미분양’ 상태가 된 것이다.
이마저도 파주시는 3월 이후 미분양 주택 현황 통계 고시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파주시민들은 매일같이 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 분양 홍보 문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미분양 규모나 계약률 정보는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파주시 내 미분양 주택 현황 통계 누락 관련 사안에 대해 경위를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약 당첨자 발표 후 단지명을 일방 변경한 것은 수분양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행위이자, 미분양 통계 누락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행태”라며 “대형 건설사와 지자체의 허술한 미분양 관리가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