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매년 여름마다 ‘흠뻑쇼’로 수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가수 싸이(49·본명 박재상). 15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본인이 보유한 6층짜리 이태원 대로변 건물에서 세입자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여 ‘악덕 임대인’이란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한 때 이 건물에 스타벅스를 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폐업했고, 현재 일부 층이 공실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 낀 이태원 건물…78.5억에 매입
빌딩업계에 따르면 싸이는 2012년 2월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 1985년 준공한 대지 330.7㎡,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 건물을 7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3.3㎡(1평)당 매입 가격을 계산하면 7800만원 정도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 단차가 커 대로변인 이태원로에서 보면 2층 높이인데, 뒷편 이면도로에서 보면 6층 높이인 독특한 건물이다.
싸이가 이 건물을 매입할 당시 지상 5~6층에는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입점해있었다.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이태원 일대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있고,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로도 유명한 장소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2010년 건물주 A씨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빌딩 주인이 B사를 거쳐 2012년 싸이로 바뀌었다. 불과 2년여 만에 임차인이 건물주 세 명을 거치게 된 것. 그런데 돌연 싸이가 카페 측에 공간을 비워달라고 퇴거를 요구했다. 건물이 1980년대 지어져 30년 이상 돼 낡은 만큼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싸이가 건물 재건축이 아니라, 해당 공간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입점시키려는 목적으로 기존 카페를 내보낼 계획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테이크아웃드로잉’이 2개층을 쓰며 내는 월세는 700만원 정도였는데, 새 커피숍이 제안한 임대료는 2000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퇴거를 요청하며 싸이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새 건물이 완공되면 기존 임차인들과 재입주를 우선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없는 반쪽짜리 약속이라 믿을 수 없다”며 퇴거를 거부했다.
◇카페 내보내기 위한 소송전…악덕 건물주 여론 뭇매
양 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싸이는 2015년 4월 건물에서 카페를 내보내기 위한 강제집행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악덕 건물주’, ‘연예인 갑질’이란 여론이 커지자 강제집행은 중단했고, 대신 소송전을 시작했다.
싸이와 배우자 유모씨는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 주인을 상대로 건물 인도 및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15년 8월 13일 서울서부지법은 카페가 싸이 부부에게 건물을 인도하고, 6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더불어 불법 점유 시기인 2024년 11월부터 건물 인도 시점까지 싸이에게 매월 손해액인 660만원을 주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판결을 근거로 싸이는 당해 9월 강제집행 절차를 또 한번 밟았다. 하지만 카페 측을 지지하는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 측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반발해 강제집행이 중단됐다. 이날 맘상모 회원 5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결국 싸이는 ‘테크아웃드로잉’이 2016년 8월까지 건물을 사용하는 내용으로 합의했고, 이후 카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들였지만 폐업…현재 일부층 공실
싸이는 카페를 내보낸 뒤 이태원 건물을 증축 리모델링하고 본격적으로 임차인 재구성에 나섰다.
2018년 2월에는 1층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인 ‘한강진역R점’을 입점시키면서 이태원 일대 대로변 건물 중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2월 스타벅스가 이 매장을 폐업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싸이가 새 세입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타벅스가 떠난 이 건물에는 현재 2층에 라이프스타일갤러리인 ‘마이플레져’, 3층에는 ‘맥퀸즈 플라워 스쿨’ 등이 입주해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지상 4~6층 3개층은 공실로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건물 가치는 싸이가 매입했던 15년 전 대비 5배 이상 뛰었다. 인근에 이 빌딩과 규모가 비슷한 대지 359㎡, 지하 1층~지상 5층 높이 건물이 380억원에 매물로 나와있는 것. 이 호가를 기준으로 보면 싸이가 300억원 이상 잠정 차익을 거두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