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사기극 피눈물' 다세대-다가구 공급이 서민 주거 대책이라는 정부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8.13 12:00
[땅집고] 2024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가 긴급 기자회견 열고 전세사기 '건축왕' 남모씨가 1심 재판에서 받은 징역 15년이 최근 2심에서 7년으로 감형되자, 검찰의 상고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땅집고] “다세대 다가주 주택 시장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전형적인 생색 내기식 대책이다.”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건설 확대를 통해 서민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8.13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최근 대통령 주재 부동산 토론회 등에서 ‘비아파트 주택의 급감에 따른 서민 주거 생태계 붕괴’의 심각성이 제기됐다.

서울 지역 다세대·다가구·연립 준공 물량은 2018년 3.5만 가구에서 최근 연간 4000여 가구 수준으로 약 85% 이상 줄어들었다. 그러나 8.3 대책은 사실상 다세대 다가구 건축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에 그쳤다. 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다세대 다가구 전세 사기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이 때문에 서민 주거생태계를 복원이 아니라 소규모 건설업체를 위한 ‘토건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건설업체들이 짓는다고 해도 이를 인수해 줄 건전한 다주택자가 없으면 공급이 늘어날 수 없고 자칫 전세사기극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부터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 엉뚱하게 서민주거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 소유자를 규제하면서 시장이 붕괴됐는데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은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시세가 잘 오르지 않는다. 거주용으로 구입하기 보다는 전월세로 사는 주택시장이다. 실수요자가 없다보니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 수입을 위한 임대사업용 주택으로 구입해서 전월세 시장에 공급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갑자기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등 각종 지원을 축소했다. 건전한 임대사업자 참가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사기꾼들이 활개 치면서 전세사기극이 벌어졌고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붕괴됐다.

◇전형적 탁생행정, 토건족 구하기 나선 정부

정부는 ‘8.13대책’을 통해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면적과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지식산업센터의 주거용 활용을 촉진하는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 13만가구 착공을 지원하기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면적 제한을 현행 660㎡에서 1000㎡ 미만으로 상향한다. 같은 면적을 2개 동이 아닌 1개 동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 계단·복도 등 공용부를 효율화하고 전용면적을 늘린다는 취지다.

다가구주택 층수 제한은 현행 3개 층에서 4개 층 이하로 완화한다. 정부는 1개 층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동일 면적에서 가구 수가 약 33%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가구 주택의 일조 규제도 완화하고 건설자금 대출 한도는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높이고 금리는 연 3.5%에서 3.2%로 낮춘다. 소형 신축 일반주택을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는 2028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대상은 2024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이면서 취득가격이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인 신축주택이다.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제외 하되 도시형생활주택인 아파트는 포함한다. 정부는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 2028년 이후 추가 연장도 검토할 예정이다.

건축업체에 대한 지원은 있지만, 주택을 사줄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보니 13만가구 공급은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세대 다가구 임대사업자들은 빈사상태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도 임대사업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도시생활주택 사업자 A씨는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는 문재인 정부 말을 믿고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었으나 이후 제도가 바뀌면서 종부세 등 세금폭탄에 사업이 부도위기에 몰렸다”면서 “세제 뿐만 아니라 보증보험 문제 등 계속된 제도 변경으로 인해 다세대, 다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임대 사업자들은 빈사 상태”라고 말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최근 세제개편에서 정부는 등록임대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과세특례 폐지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을 밝혔는데, 임대사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2018년 당시 등록임대제도를 들고 오면서 21가지 의무 사항을 다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했고 이에 따라 다수의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며 “불과 2년 만에 자동 말소하겠다는 7·10 대책이 나왔고 이번에는 과세특례 자체를 축소·폐지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위헌이자 정책의 신뢰를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임대사업자를 집값 올리는 투기꾼으로 보고 규제하는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비아파트 부문 주택의 공급이 다시 늘어날 수 없다는 현실 자체를 정부가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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