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실적 분석> KB금융그룹
상반기 3조8846억 순이익, 비은행 비중 44%까지 늘려
양종희 회장 전략, 증권사 7천억 증자 승부수 주효
[땅집고] 금융사의 주력 사업이 은행업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KB금융그룹은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전체의 44%까지 커지면서 ‘리딩금융’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른바 ‘되는 사업’에 자본을 몰아주는 전략을 진두지휘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역대 최대 실적 릴레이를 무기로 연임 레이스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상반기 경영 공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3조8846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KB금융은 신한금융그룹과 ‘리딩금융’ 경쟁에서 1위를 수성했다.
은행 업계 전반의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힘쓴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실적에서 금융그룹 성적표가 갈렸는데, KB금융은 증권사를 포함한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가 무려 44%에 달했다.
오는 11월 20일 첫번째 임기가 끝나는 양종희 회장으로서는 연임 레이스에 중요한 무기를 손에 쥐었다. 그룹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데다 취임 후 연일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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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정체? 비은행 강화로 ‘리딩금융’ 공고히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2위 신한금융 3조4427억원을 4419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신한금융도 전년 동기 대비 13.3%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KB금융은 격차를 오히려 더 벌렸다.
비이자이익 증대가 결정적이었다. 상반기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3조6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다. 신한금융이 19.7%, 하나금융이 15.2% 늘었는데, 추격자들에 비해 증가폭이 크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중 핵심인 KB증권은 상반기 순이익으로 796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35% 증가한 실적이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수탁수수료 수익이 확대된 영향이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 중 비은행 기여도는 44%에 달한다. 21%가 증권사가 책임지고 있고, 나머지 카드, 보험 등이 골고루 책임지고 있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 역시 35.4%로 높지만 KB금융과 간격은 8.6%p에 달한다.
그룹 차원에서 주식 호황 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노력이 효과를 봤다. 올해 2월 KB금융은 KB증권에 7000억원을 증자해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자기자본은 증권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초체력인데, KB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리테일 신용한도 확장, IB·트레이딩 부문 딜 참여 여력을 늘렸다.
KB금융의 강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포트폴리오 완성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을 뒤쫓는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을 완전 자회사로 흡수하고 증권사 출범 1년을 넘기는 등 이제야 종합금융 형태를 갖췄다.
KB증권은 상반기에 몸집을 더욱 불린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증권사에 대한 1조원 추가 증자까지 결정했다. 증가가 이뤄지면 KB증권은 8조원 이상 자기자본 갖추게 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추진 요건 충족하게 된다.
양종희 회장이 증권사에 그룹의 자본을 배분한 전략을 펼친 데에는 은행의 성장 정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이른바 ‘이자장사’에 제한이 생겼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증가율에 제한이 걸리면서 은행의 성장세 정체됐다.
실제 KB금융의 순이자이익은 6조473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화대출 잔액이 385조665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2.0%만 늘었다. 그 여파로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2조2254억원으로 1.7% 증가했다.
◇ ‘역대급 실적 릴레이’ 무기 쥔 양종희 회장, 연임 레이스도 안정권
호실적 덕분에 양종희 회장의 연임 레이스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차기회장 후보 6인 숏리스트를 추렸다. 양 회장을 비롯해 이재근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 부문장,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등 내부 후보와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익명 1인 등 외부 후보가 있다.
기존에도 타 후보들의 경쟁력이 양 회장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양 회장은 2023년 취임 전 손해보험사 대표, 지주 부회장, 재무, IR 등을 총괄한 경험을 갖췄다. 취임 이후인 2024년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 5조782억원, 2025년 5조843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번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지주 부문장들과 은행장 모두 차기보다는 그 다음을 바라볼 만한 그룹 내 2~3인자들로 평가된다.
회추위는 오는 27일 숏리스트 6명을 대상 1차 인터뷰를 진행해 3명으로 후보를 압축한다. 이후 9월 11일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지난달 “투명하고 객관적인 후보 검증과 평가과정을 통해 주주와 고객의 신뢰에 부합하는 최고의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