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본인은 31억원짜리 목동 아파트 살면서, 청년들한테는 폐버스 고친 주택에서 생활하라니…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하네요.”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난 발(發) 집값 상승 현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이른바 ‘폐버스 청년주택’ 모델에 전국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폐차를 앞둔 버스를 주택으로 개조해 공급하면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건물을 짓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인데, 이런 폐버스 주택이 빈민층 비율이 높은 베네수엘라에서나 찾을 수 있는 상품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황 의원은 최근 개인 SNS에 올린 ‘버스 하우스(Bus-House)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폐버스 주택을 공급하자고 했다. 그는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본다”면서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 정도만 잡아도 1만가구면 전체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이동성과 접근성 제고를 위해 대학가 또는 지하철 역사 주변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정책적으로 이동이 용이한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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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의원의 ‘버스 하우스’ 제안이 퍼지자마자 국민들 사이에선 다소 불쾌하고 황당한 공급 정책으로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런 폐버스 주택을 찾아볼 수 있는 국가가 바로 수 년째 경제난으로 생활고를 겪는 국민들이 많은 베네수엘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폐버스에서 생활하는 베네수엘라 가족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이 있다.
황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계약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6단지 95㎡에서 전세로 거주 중이다. 올해 7월 매매 거래는 31억원, 전세 거래는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이뤄진 고가 아파트다. 본인은 서울에서 핵심 학군지로 꼽히는 목동 아파트에 살면서, 청년들에게는 폐버스를 개조한 주택에서 살라고 제안한 황 의원이 다소 야박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청년들 사이에서 나왔다.
더 나아가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뾰족한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현 정권과 여당이 국민의 삶과 청년들의 절박한 심정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해 준다”면서 “제대로 된 도심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역량이 없으니, 결국 ‘버스 하우스’라는 눈속임형 꼼수 대안으로 청년 세대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캠핑카를 이용해봤거나 차박을 즐겨하는 국민들 사이에선 황 의원이 공급하자는 폐버스 주택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그가 버스 하우스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기능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하루라도 차량에서 숙박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다.
폐버스 주택에선 기본적으로 오폐수 처리가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 형태 캠핑카만 해도 내부에서 대소변을 보면 후처리를 따로 해야 하는 구조라서다. 더불어 일반적인 주택처럼 단순히 보일러를 연결한다고 해서 냉·온수를 계속 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거주자들이 물 충전도 알아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공급도 마찬가지다.
황 의원은 폐버스 주택을 정부 정책에 따라 이동시키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땅이 부족한 도심에 버스를 여럿 주차하는 것은 어렵다. 버스 하우스가 상품성 측면에서도 일반 주택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입지가 좋지도 않은 셈이다. 무엇보다 보안이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CCTV를 설치한다고 해도 외부인이 버스 유리문만 부수면 폐버스 주택 내부로 들어갈 수 있어 청년 안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진다.
청년들을 위한 폐버스 주택이 터무니없다는 분석과 함께 해당 모델을 조롱하는 합성어도 나오고 있다. 서울 핵심 아파트 단지명과 자동차와 관련된 단어를 결합해 ‘한남더휠’(한남더힐·바퀴 휠), ‘아크로 리버스 파크’(아크로리버파크·버스), ‘반포터 자이’(반포자이·버스 모델 포터), ‘디에이치 아너 휠즈’(디에이치아너힐즈·바퀴 휠), ‘래미안 버스티지’(래미안퍼스티지·버스) 등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어 그는 이달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밝히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간담회 2시간 전 돌연 행사를 취소하고 SNS에 사과문을 게시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결정을 내련다.
그는 사과문에서 “해당 제안은 정부 주도 주택공급의 시차를 보완하고, 저소득층 청년들의 극심한 임시주거비 부담을 단기적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면서 “본 의도와 달리 청년세대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들의 현실적인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보다 실질적이고 완성도 높은 주거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