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웃 민폐 이제 그만] 주차 민폐, 강제 견인에 과태료 500만원
[땅집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빌런’ 사연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단골 주제다. 주차 공간을 두 칸씩 차지하는 양차 주차부터 출입구를 막아버리는 알박기 주차까지, 입주민들의 혈압을 올리는 민폐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몰상식한 주차 빌런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무거운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빌런을 둘러싼 입주민 간의 갈등이 한계를 치닫고 있다. 주차 구획 두 칸을 독점하는 배짱 주차부터 차단기 앞을 가로막는 ‘길막’ 주차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얌체 차주들의 기행이 올라오며 공분을 사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화제가 된 온라인 사연만 봐도 주차 빌런들의 민폐 행태는 점차 상습화, 지능화되고 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평소에도 극심한 주차 난항을 겪는 30년 넘은 한 노후 아파트. 이곳에서는 한 고급 외제차가 2년 넘게 주차 칸 두 개를 독점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져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지난 4월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2년째 저주 중인 포르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 A씨는 “지하 주차장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라 주차 공간이 늘 부족한데, 2년째 같은 흰색 포르쉐 차량이 주차선 두 칸을 걸쳐 사용하고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KB·종근당도 뛰어든 시니어 하우징, 100% 성공 노하우 배우기
A씨는 “하루이틀이 아니라 계속 같은 방식으로 주차한다”며 “관리사무소에서도 뚜렷한 조치를 하기 어렵고, 안전신문고 신고도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1년가량 민폐 주차를 반복해 온 차주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 지하 주차장 곳곳에 제멋대로 위반 주차를 해놓은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B씨는 “1년 동안 상시로 위반 주차를 해오는데, 관리사무소에서 뭐라고 해도 차주가 욕을 하며 ‘나를 건들지 말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며 “단속 스티커를 붙이면 보란 듯이 주차장 기둥에 다시 붙여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엔 자기 다리가 불편하니까 장애인 스티커를 받기 전까지만 마음대로 주차하겠다고 하더니, 여전히 스티커 발급도 안 된 상태에서 각양각색으로 민폐 주차를 해대는 중”이라며 “위반 주차에 대해 별도 관리비를 부과하는 내부 규율이 있어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무 조치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제보했다”고 호소했다.
2023년 6월에는 인천의 8층 상가 지하 주차장 출입구에 한 임차인이 빈 차를 닷새째 방치하는 일도 있었다. 이 임차인은 평소 관리비로 건물 관리소 측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차량을 방치한 곳이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상가 건물 내부여서 견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며칠간 방문 차량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10년 새 민원 153배 폭증…이달부터 법 개정, 견인조치에 최대 500만원 과태료
이처럼 아파트 내 주차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행정기관으로 몰리는 민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사유지 불법주차에 대한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 건수는 2010년 162건에서 2020년 2만4817건으로 10년 사이 무려 153배 증가했다.
그간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교통법과 주차장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도로가 아닌 ‘사유지’로 분류해 왔다. 이 때문에 차단기 앞을 무단으로 막아 통행을 방해하거나 주차 칸을 침범해도 경찰과 지자체 등 행정관청이 강제로 견인하거나 단속할 법적 근거가 부실했다. 입주민들은 수년간 무력하게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2022년 3월 ‘공동주택 등 사유지 내 주차갈등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 법무부, 경찰청 및 전국 243개 지자체에 제도개선안을 권고했었다.
수년간 끌어온 주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마침내 행정조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달 27일 개정돼 오는 8월 28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주차장법 개정안’이 그 핵심이다.
개정 주차장법은 누구든지 노외주차장 또는 부설주차장 출입구에 자동차를 주차해 다른 자동차의 진출입을 막는 주차 방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새 법을 시행하면 주차장 관리자는 주차 방해 행위를 한 차주에게 주차 방법 변경이나 차량 이동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차주가 이에 불응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을 경우, 주차장 관리자는 지자체장에게 요청해 차량을 즉시 강제 견인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출입구를 막거나 통행을 방해하는 등 민폐 주차를 한 당사자에게는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동안 사유지라는 핑계 뒤에 숨어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던 주차 민폐족들에게 실질적인 처벌 수단이 생기면서 무분별한 민폐 주차 행태가 사전에 차단될 전망이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