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변동성 시대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자산 포트폴리오는?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8.10 09:05

[땅집고] 신환종의 신작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출판사 제공



[땅집고] 물가가 오를 때 대다수는 '지갑이 얇아졌다'며 한탄하지만, 누군가는 그 이면에서 거대한 부를 쥐어잡는다. 신환종의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포레스트북스 출판) 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물가 상승률을 논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닌, 자산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다시 매겨지고 부가 새로운 계층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판도 변화'로 정의한다.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자에게 인플레이션은 위기가 아니라 자산 축적의 결정적 기회라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신환종은 20년 넘게 채권과 크레딧 시장을 연구해 온 글로벌 금융 전문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매경증권인상을 수상했고, 5년 연속 최고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EBS 〈신환종의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비롯해 KBS, 한국경제TV, 〈삼프로TV〉 등 주요 경제 프로그램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을 해설하며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통찰을 전해왔다.

《1억부터는 포트폴리오다》, 《인플레이션 이야기》, 《땅, 돈, 힘》, 《글로벌 투자 여행》등의 책을 낸 저자는 서울신용평가,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자산운용, 우리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를 거쳐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에서 약 57조 원 규모의 자산배분과 운용전략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고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한문학, 정치외교학, 경영학을 두루 전공한 인문학적 통섭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수치 계산을 넘어 역사와 패권, 제도의 시선에서 금융시장을 해부하는 독보적인 안목을 보여준다.

[땅집고[ 《인플레이션은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의 저자 신환종/저자 제공



◇총을 든 강도 인플레이션

한국에서 50여 년 전 금고에 넣은 1억 원의 구매력이 현재 단 수백만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플레이션이 '총을 들지 않은 강도'라 불리는 이유다. 저자는 수동적으로 현금을 쥐고 있는 행위야말로 스스로 부를 잠식당하는 가장 위험한 선택임을 역사적 데이터로 직설한다. 물가 상승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자산의 방파제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단순히 돈을 많이 풀어 생기는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끝났다. 저자는 AI 인프라 투자 폭증, 미·중 패권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분열, 그리고 디지털 화폐의 부상이 한데 얽힌 '복합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목한다. 거시경제의 선 굵은 흐름을 되짚어내며, 앞으로 5년이 과거 70년의 자산 지형을 다시 쓸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임을 간결하고도 명확한 시선으로 꿰뚫어 본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금과 원자재, 1980년대의 채권, 2020년대의 빅테크에 이르기까지 승자의 자산은 시대마다 얼굴을 바꿨다. 저자는 20년 넘게 크레딧 시장을 누벼온 베테랑 애널리스트답게 70년의 통화·채권·주식 역사 데이터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단기적인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역사가 일러주는 돈의 궤적을 짚어내는 안목이 탁월하다.

◇단기 예측보다 인플레이션 작응형 포트폴리오

투자자 대다수는 "다음 달 물가가 몇 퍼센트 오를 것인가"에 목을 매다 실족한다. 저자는 단기 예측의 부질 없음을 꼬집으며, 미래를 맞히는 대신 어떤 환경이 와도 버텨내는 '인플레이션 적응형 포트폴리오'를 주문한다. 기본, 고인플레이션, 디스인플레이션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대비하는 전략은 유동성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현대 투자자들에게 단단한 나침반이 된다.

에너지의 95%, 식량의 5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쏠린 한국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파고에 유독 취약하다. 하지만 책은 자조에 머물지 않는다. 위기의 진폭이 큰 만큼 판을 읽는 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크기도 크다는 점을 역설한다. 한국 경제 구조의 약점과 강점을 가차 없이 해부하며 현명한 자산 배분 방식을 일러준다.

AI 전환과 친환경 정책이 불러온 구리 수요 폭발처럼, 물리적 공급 한계가 이끄는 원자재 상승 압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시에 디지털 자산은 통화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책은 정통 금융시장의 채권·주식뿐만 아니라 실물 원자재와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인플레이션의 복잡다단한 원인들을 하나씩 명쾌하게 해체한다.

◇자산을 지키고 변화의 승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선제적으로 예측했던 저자의 내공은 문장 곳곳에 스며있다. 자극적인 수사나 헛된 희망 대신, 서늘할 정도로 정교한 데이터와 체계적인 이론으로 논리를 쌓아 올린다. 시장을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냉정한 시장 원리에 기반하여 부의 흐름을 읽어내는 정통 경제서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한 재테크 기술서가 아니다. 인구 구조의 대역전, 탈세계화, 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바퀴가 어떻게 개인의 지갑과 국가의 자부를 바꾸는지 추적하는 경제 문명 보고서에 가깝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를 정화하고 재배분하는 과정을 거시적 안목으로 다루어 읽는 재미와 지적 격조를 더한다. 특히 70년 역사가 증명한 ‘인플레이션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변동성에 가슴 졸이지 않고 내 자산을 오래 지키는 구조를 만들어라." 책이 던지는 최종 메시지는 명료하다. 부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복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준비된 자에게는 더없는 도약의 계기가, 무지한 자에게는 잔인한 퇴출의 통보가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의 자산을 지키고 승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모든 이가 반드시 일독해야 할 책이다./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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