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비심의서 삼표 레미콘부지 개발사업 '재심사' 판정
국토부 "과밀 억제"vs 서울시·성동구 "도시 경쟁력", 엇갈린 입장
[땅집고] 서울 성수동의 핵심 노른자위 땅인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 사업’이 최근 정부 심의 단계에서 사실상 ‘보류’ 결정을 받으며 멈춰 섰다.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연내 착공 기대감을 높였으나,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약 5조원 규모의 대형 민간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개발이익 환수와 수도권 과밀 억제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국토부, 도시 경쟁력 강화와 디자인 혁신을 앞세운 서울시, 그리고 지역 숙원 사업의 차질 없는 이행을 촉구하는 성동구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토부 “수도권정비법상 인구 유발 시설 규제 엄격 검토… 논의할 사안 많아”
최근 열린 국토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서울시 삼표레미콘 부지 이용계획’ 안건을 재심사 판정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28일 열린 제13차 건축위원회에서 통과시킨 건축계획안에 대해 정부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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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국토부에 제출된 최종 건축 계획안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지상 81층 규모 주거동과 지상 53층 규모 업무복합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공동주택 403가구와 오피스텔 61실, 호텔 130실과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업무·상업·문화시설을 함께 조성해 업무와 주거, 여가가 공존하는 복합도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2027년 착공, 2032년 준공이 목표다.
시는 지난달 29일 약 6081억원 규모 공공기여를 활용해 용비교 램프 및 성수 대교 북단 직결램프를 설치하고 서울시 유니콘창업허브를 조성하는 등 미래산업 기반시설과 교통체계를 함께 개선할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성수동 일대 최고층 랜드마크를 목표로 기획됐으나, 앞으로의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사업 지연이 아닌 법적 기준에 따른 당연한 검토 절차”라는 입장이다. 당시 서울시 측에 “하이엔드 시설 위주의 개발 계획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정비실무위가 서울시에 “해당 부지에 실수요자를 위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4㎡) 주택 공급을 검토하라”고 의견을 냈다는 해석도 나왔으나, 국토부와 서울시 모두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종전 대지를 대규모로 개발하는 건인 만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엄격한 심의 대상”이라며 “서울 전역이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인구 유발 시설 입지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주택 자체는 인구 유발 시설이 아니며, 주택 공급 문제가 심의에서 가장 크게 논의된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주택 외에 계획안에 포함한 이번 계획상 포함한 인구 유발 시설들의 유입 추정이 다소 부정확한 측면이 있다”며 “인구 유입 억제 대책과 주변 환경·교통 영향에 대한 보완 대책 등 추가로 논의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보완 요청 사항에 대해 정리해 다시 재심사를 요청해 와야 안건을 재상정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공감대 부족에 대안 모색” 착수…성동구 “소모적 갈등 멈추고 3대 해법 찾아야”
반면 서울시는 사전 협상을 통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사업이 첫 심의에서 난관에 부딪히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첫 심의 자리에서 사업 개요와 추진 경위, 성수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당위성을 적극 설명했으나 위원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측에서 사업의 공익성이나 추진 필요성 자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주택 수 확대나 상업시설 조정 등 명확한 조건을 제시받지 못해 향후 보완 방향 설정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빨리 추진하는 것보다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토부와의 쟁점을 구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 계속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성동구는 절차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협조를 강하게 호소하고 나섰다. 유보화 성동구청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부와 서울시를 향해 3가지 핵심 사안을 촉구했다.
유 구청장은 우선 “삼표부지 개발은 단순한 개별 건축이 아니라 60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로 교통을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서울 전체의 미래 동력”이라며 “사업 본래의 목적과 공공적 가치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오랫동안 논의된 도심 핵심 거점 개발이 지연될 경우 지역 발전 차질은 물론 시장에 유효한 공급 시그널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목적은 결국 구민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같다”며 “소모적인 절차상 이견으로 사업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국토부의 전향적인 보완 심의와 서울시의 유연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구청의 최종 사업계획 승인 및 착공 절차가 진행되려면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통과가 필수적인 선행 조건이다. 사실상 국토부가 이 5조원짜리 대형 프로젝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사업자와 서울시는 국토부가 지적한 부분을 다시 가다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재심사 일정은 서울시의 보완안 제출 시기에 따라 정해진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의 수도권정비위 심의는 수차례 보완안을 주고받으며 조율해 나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역시 이번이 첫 번째 심의였던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와 협의를 거쳐 입장을 맞춰갈 예정이다. 업계에선 회의가 거듭되면서 사업 계획과 공익 환원 방안의 구체적인 윤곽도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