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 초강력 규제·세제 강화에도 집값 폭등
보수정권, 완화 기조 속엔 양극화·침체…이재명표 세제개편안 효과는
보수정권은 완화, 진보정권은 강화 ‘엎치락뒤치락’…이재명 정부, ‘세제 재설계’ 칼 빼들었다
[땅집고] 이재명 정부가 20년 만에 ‘거주 중심 과세’를 내세우며 부동산 세제 개편의 칼을 빼들었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거나 침제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매번 규제의 역설이나 극단적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한 이후 이명박·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그리고 현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이어진 보유세 정책은 매번 집값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세금 올린 정권은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아 교체된 사례가 많은데, 한국에서도 예외 없이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대선에서 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주택관련 세금을 올리면 매물잠김 현상으로 인해 집값이 오히려 오르거나 임차인에게 보유세가 전가돼 전월세 임대료 폭등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매번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 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 노무현, 종부세 신설 후 역대급 폭등…과세 무력화한 이명박·박근혜 땐 침체 후 완만한 회복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조세 공평성을 위해 2005년 국세인 종부세를 전격 신설하고 보유세를 대폭 강화했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과세표준과 세율 체계를 조정해 실효세율을 높였으나, 강한 조세 저항에 부딪혔고 세대별 합산 과세는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총 30여 차례의 수요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와 글로벌 호경기, 양도세·보유세 강화로 인한 매물 잠김(규제의 역설)이 맞물려 집값은 폭등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크게 뛰었던 시기는 2006년(전국 26.76%)이다. 종부세 시행 직후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80% 이상 치솟았다. 정부 초기 3억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임기 말 5억3000만원으로 뛴 것. 그리고 강남 11억500만원과 비강남 4억5000만원으로, 강남·비강남 격차가 5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2008~2017년)는 종부세를 ‘징벌적 과세’로 규정하고 세 부담 경감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세대별 합산 위헌 판결 후 개인별 합산으로 전환해 세 부담을 분산시켰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세율을 0.5~2.0%로 인하했으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상향해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5년간 3~4% 내외 하락했다. 다만 지방 광역시 상승으로 전국 가격은 15~16% 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완화된 보유세 틀을 유지하며 LTV·DTI 완화 등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과 함께 거래세 인하를 폈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맞물려 임기 4년간 전국 집값과 전셋값은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부양책의 영향으로 아파트 매매가 22%, 전세가 52%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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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25차례 징벌적 규제 역대급 폭등…윤석열, 보유세 수술 후 ‘똘똘한 한 채’ 쏠림
문재인 정권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집권하면서 노무현 정부 기조를 계승해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추진했다. 3주택자나 조정지역 2주택자 최고 세율을 최대 6.0%로 인상했고, 법인 기본공제 폐지, 세부담 상한 300% 상향을 단행했다.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로드맵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최대 100%)을 적용해 세 부담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25차례가 넘는 대책에도 유동성과 규제의 역설로 서울 평균 매매가는 2017년 6억원에서 2021년 12억원대로 80% 이상 폭등했고, 무주택자 사이에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2020년 ‘임대차 3법’ 강행 후에는 전세가 폭등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다시 집권한 보수 정권은 보유세 진화에 나섰다. 2022년부터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전 정권 이전 수준으로 경감하는 세제 정상화를 추진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대부분 폐지해 일반 세율(0.5~2.7%)로 통합했고, 기본공제를 1주택 12억원, 다주택 9억원으로 상향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고정하고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했으며 종부세 폐지와 재산세 통합을 추진했다.
집값은 임기 초 고금리 충격으로 수도권 아파트값이 -15.1% 급락했다. 역대 하락폭이 컸던 시기도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전국 –4.77%)이다. 그러나1·3 대책 등 규제 완화 후 서울은 우상향으로 돌아섰다. 세금이 가액·개인별 기준으로 완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 쏠림이 극대화되어 서울 전체 시세 보합(-2%) 속에서도 강남 3구 아파트값은 18% 폭등하는 극단적 양극화가 나타났다.
◇ 또다시 징벌적 과세 선택한 진보정권, 이재명 ‘가액·거주 중심’ 세제 재설계
역대 보수 정권은 완화를, 진보 정권은 강화를 택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가장 강력한 강화에 나섰다. 과세 기준 자체를 개편하는 ‘세제 재설계’에 나선 것이다. 세금 부과 기준을 기존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전환해 합산 가액에 맞춰 세금을 매긴다.
동시에 실거주 1주택자는 철저히 보호하되 비거주자는 기본공제를 축소하고, 초고가 1·2주택자의 최고세율을 강화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또한 실제 거주 기간에 비례하는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전환해 실거주자 중심의 세제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선 지난 20년간 반복된 보유세 규제의 역설과 양극화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이 과거와 달리 서울과 지방 간 자산 격차가 극심해진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방향성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임대차 시장에 나타날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한다. 현행 정책이 ‘실거주 1주택’ 외의 모든 수요를 투기로 규정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강력한 거래 규제와 맞물릴 경우, 당장 서민 주거 안정의 핵심인 임차 시장의 공급 가뭄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무리 명분이 좋고 올바른 방향성이 담긴 정책이라고 해도 서민 주거 안정 대안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여론은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순께 인허가 속도전, 신규 택지 발굴, 비아파트 금융 지원 등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가 비아파트를 청년·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사다리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세제 특례와 공급자 금융, 원스톱 인허가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