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 커지는데 수억원 분담금 ‘변수’
전용 32㎡→84㎡ 추정분담금 7.6억
“이 나이에 수억원을”… 고령 소유주들 한숨
[땅집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인 상계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수억원에 달하는 추정분담금이 공개되면서 주민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수십 년째 이곳에 거주해온 고령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이 나이에 수억원을 어떻게 부담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1988년 지어진 2646가구 대단지… 재건축 사업 속도
기자가 최근 찾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는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아파트 외벽과 단지 시설 등에서 오래된 주거단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상계주공6단지는 1988년 준공된 단지로, 올해로 입주한 지 30년을 훌쩍 넘겼다. 총 2646가구 규모의 대단지인데다 노원역과 가까운 역세권 입지를 갖추면서 일찌감치 재건축 기대감이 높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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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상계주공6단지는 올해 3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며, 추진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는 최근 정비계획안에 대한 주민 공람 절차에 들어갔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현재 약 10만2380㎡ 부지에 최고 15층, 2646가구 규모인 단지는 최고 59층, 총 3573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재건축 후 임대주택 653가구가 포함되며, 일반분양 물량은 약 270가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겉으로만 보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만한 상황이다. 문제는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돈이다.
◇ 전용 32㎡에서 84㎡ 가려면 7억6500만원
서울시가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추정분담금 자료를 보면 부담 규모는 만만치 않다. 현재 전용 32㎡를 보유한 소유주가 재건축 후 전용 49㎡를 분양받을 경우 약 2억9200만원, 전용 59㎡를 선택하면 약 4억4800만원, 전용 84㎡를 선택하면 약 7억6500만원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전용 32㎡ 시세가 약 4억86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용 59㎡ 선택 시 부담해야 할 추정분담금만 현재 주택 가격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기존 주택 가격에 맞먹는 금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 사이에서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5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상계주공6단지에서 만난 한 고령 소유주는 추정분담금에 대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다가 그런 고층을 지으면 계산이 되지만 여기다 지어놓고 그 돈을 분담금으로 내라고 하면 계산이 안 맞는다”며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또 다른 고령 소유주는 “아예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를 받는 것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재건축이 완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상계주공6단지는 1988년 준공된 만큼 수십 년째 이곳에 거주해온 고령층 소유주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었거나 별도의 고정소득이 없는 소유주에게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은 단순한 ‘투자 비용’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장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젊은 분들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많은데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3000만원도 큰돈”이라며 “3억원씩 부담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고령층 소유주들은 사업 기간과 이주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나이 드신 분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아둔 돈도 없는데 그냥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재건축을 포기하고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출이 나오지 않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새 아파트를 받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고령 소유주들에게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주민이 분담금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 소유주는 재건축으로 기존 아파트보다 넓고 새 아파트를 받게 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분담금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헌 아파트 주고 새 아파트, 넓은 평수로 가면 분담금이 생기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말했다. 결국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을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까지 부담할 수 있느냐를 놓고 온도 차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상계주공6단지 전용 59㎡의 시세는 현재 8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2억원 오른 수준이다. 특히 상계주공 일대는 소형 평형 비중이 높은 데다 대지지분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향후 사업 과정에서 용적률과 일반분양 물량 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사업성과 조합원 분담금도 달라질 수 있다./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