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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수억 낮춘 매물 등장…'양도세 폭탄' 고령 집주인들 매도 눈치 싸움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8.06 15:39 수정 2026.08.06 15:41
[땅집고]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3구역 전경. /강태민 기자


[땅집고]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이 확정되면서 고령층과 장기 실거주자가 많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호가를 수억원씩 낮춘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이후 수십억원의 양도차익을 기대하며 버티던 집주인들이 앞으로 늘어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매도자가 내년도 보유세를 피하려면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전에 주택을 처분하면 되는 만큼 아직 급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거나 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세 부담을 확인한 집주인들이 우선 호가를 낮추고 매수자 반응을 살피는 탐색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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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억원 매물 70억원으로…집주인이 먼저 호가 낮춰

6일 압구정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압구정 초고가 아파트에서 기존보다 호가를 수억원 낮춘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압구정 현대’ 전용면적 131㎡의 경우, 당초 72억원에 나왔던 매물의 호가가 최근 70억원으로 2억원 낮아졌다. 신현대아파트 전용 183㎡에서도 108억원을 부르던 집주인이 호가를 105억원까지 내렸다. 아직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격은 아니지만, 매물이 귀했던 압구정에서 집주인이 먼저 호가를 낮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신만호 중앙리얼티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압구정 일대 장기 보유자들은 이번 정부 들어 세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면서 실제 세 부담을 따져보기 시작했다”며 “기존 호가를 고수하던 집주인 가운데 일부가 매수자를 찾기 위해 호가를 2억~3억원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차익보다 커질 세금…고령 집주인 셈법 바뀌나

압구정은 서울에서도 고령의 장기 보유자와 실거주 조합원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이다. 수십 년 전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한 소유자가 많아 지금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동안에는 재건축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높은 호가를 고수하는 집주인이 많았다.

하지만 세제 개편으로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재건축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매년 내야 할 보유세와 향후 양도세를 합하면 추가 집값 상승으로 얻을 이익보다 세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70세 이상이면서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한 1세대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산출세액의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장기보유 공제가 장기거주 공제로 바뀌고 공제액에도 2027년 800만원, 2028년 이후 600만원의 상한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압구정·반포처럼 종부세 산출세액이 큰 초고가 주택은 장기간 실거주했더라도 기존처럼 세액의 80%를 모두 공제받기 어려워진다. 특히 은퇴 후 근로소득 등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 장기 보유자에게는 늘어난 세금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각 단계의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공제율과 별도로 장기거주소득공제가 적용되는 양도차익의 한도를 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으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압구정·반포처럼 수십 년 전 주택을 매입해 양도차익이 50억~60억원에 이르는 고령 장기 보유자는 매각 시점에 따라 세금이 수억원에서 10억원 이상 차이 날 수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데다 양도세 공제 혜택까지 줄어들면서, 재건축 이후 추가 상승을 기다리기보다 제도 시행 전에 매물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압구정동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 집주인들은 당장 돈이 급해서라기보다 재건축 이후 얻을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보유세가 늘고 향후 양도세까지 수억원 더 붙는다고 판단하면 호가를 낮춰서라도 미리 처분하려는 고령 집주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급매보다 탐색전…내년 6월이 분기점

다만 현재 나타나는 호가 하락을 본격적인 매도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6월 1일 현재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집주인이 내년 6월 1일 전에 매각을 마치면 내년도 보유세를 피할 수 있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매도 상담은 늘었지만 급하게 처분하겠다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며 “내년 봄까지 세금과 시장 흐름을 지켜본 뒤 매도나 자녀 증여 등 처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호가를 낮춘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초고가 주택 시장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매도자는 과거 거래가격과 재건축 기대를 반영한 가격을 원하지만 매수자는 세제 개편 이후 늘어날 보유세와 향후 매도 때 부담할 양도세까지 가격에 반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투매 번지면 버블 붕괴로 이어질까

내년 6월 보유세 과세기준일이 다가올수록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줄다리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때까지 거래되지 않은 매물의 호가가 추가로 내려갈 경우 압구정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 움직임이 반포·대치·한남 등 다른 초고가 주택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축소되면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기존보다 10억~20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 세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장기 보유자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매수 여력이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유지된 상황에서 매물이 늘어도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으면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연이어 나올 수 있다. 이런 흐름이 투매로 번질 경우 일부 단지의 호가가 단기간에 20~30% 조정되면서 서울 핵심지를 넘어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금리인상과 함께 대출을 규제한 가운데 보유세를 올리자 버블이 붕괴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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