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저스, 이태원센터 10년 위탁계약…1년 안돼 소송당해
건물주 "6억 들여 인테리어 부담…매달 수천만원 적자"
"예상 순수익 3~5배 부풀려 계약 유도" 주장
리저스 "일방적 계약파기 무리한 명도 요구" 반박
[땅집고] “글로벌 1위 브랜드라는 이름 값만 믿고 건물을 통으로 맡겼는데, 1년이 지나도록 손에 쥔 임대료가 단 한 푼도 없습니다. 매달 수천만원 적자에 대출 이자만 독박을 쓰고 있습니다.”
글로벌 1위 공간 솔루션 기업으로 알려진 IWG 그룹이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브랜드 리저스(Regus)가 최근 국내에서 리저스 지점으로 운영해 달라며 건물 위탁운영을 맡겼던 건물주로부터 “사실상 사기였다”며 10억원대 손해배상소송과 건물 퇴거 요구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주 A씨는 “빌딩 매각 지연에 따른 공실 부담을 덜고자 글로벌 브랜드를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유치했으나, 돌아온 것은 인테리어 공사에 따른 6억원대 빚과 매달 쌓이는 영업 손실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리저스 측은 “당초 계약서에 따라 정당하게 위탁운영을 했을 뿐”이라며 “계약기간도 10년이어서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처음부터 3배쯤 부풀린 수지표 제시”
3일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리저스코리아그룹과 그 자회사(이하 리저스)를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태원동 빌딩에서도 즉시 나가줄 것(명도)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된 건물은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리저스 이태원 블루스카이센터’. 2024년 준공한 지하 2층, 지상 3층 신축 건물로 루프탑(옥상)까지 총 6개층을 리저스가 통으로 쓰고 있다. 당초 A씨는 건물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매각이 어렵다고 판단, 일단 건물을 통임대해 공실을 없앤 뒤 다시 매각하려고 생각했다.
A씨는 지인으로부터 글로벌 브랜드인 리저스를 소개받고 이태원 건물 전체를 리저스에 맡겨 공유오피스로 운영하는 계획을 진행하게 됐다.
소장에 따르면 A씨는 리저스 측 영업 담당자로부터 기존 임대 수익 대비 높은 순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권유를 받고 점포 개설에 필요한 내부 인테리어 등으로 6억원 이상을 부담했다. 리저스 측은 작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저스가 위탁운영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과도하게 부풀린 예상사업수지표를 제시해 착오를 유발했다고 A씨는 주장한다. 사업수지표의 매출 추정치가 객관적 시장 시세와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는 것.
리저스 측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점의 1인당 좌석 판매가를 71만원선으로 책정했으나, A씨가 나중에 파악한 결과, 당시 인근 역세권 경쟁사의 좌석당 평균 판매가는 40만원 중반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리저스가 제시한 안정기 월 순수익(3339만원)은 시장 조사 전문기관 기준 객관적 예상 수익인 1200만원의 약 3배에 달했으며, 오픈 1년 차 예상 수익 역시 실제 가능 금액 대비 4.5배 높게 산정됐다고 주장한다.
◇“위탁운영 계약 구조, 처음부터 불공정”
A씨는 “리저스 측이 제시한 위탁운영 계약(수익 배분) 구조 자체가 처음부터 지나치게 불리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계약서상 인테리어 비용과 모든 시설물 지출은 건물주가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매장 운영으로 발생한 매출액의 경우 리저스 측이 먼저 브랜드 사용료, 플랫폼 수수료, 인건비 등 고정 운영비를 가져가고 난 후 남는 금액을 A씨가 임대료로 받는 방식이었다.
A씨는 “매달 수천만원씩 적자를 내도 리저스 측은 고정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챙기지만, 건물주는 임대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누적 적자와 대출 이자만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맹점이 존재한다”고 했다. 즉, 매장은 망해도 리저스 측은 단 한 푼의 손실도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결국 적자를 견디다 못한 A씨가 계약 해지와 건물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자, 리저스 측은 “당초 계약 기간인 10년을 유지해야 한다”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리저스 측은 “소송을 취하하고 10년 치 운영 수입을 보전해달라”는 요구까지 내걸며 건물을 비워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저스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당한 건물주가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주요 지역에 들어섰던 동일 형태의 리저스센터 다수가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이미 폐점 후 공실 매물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서울 방배동의 리저스센터는 건물주가 30억원 가까운 인테리어 비용을 투입했으나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점해 현재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지점 역시 개소 직후 공실 상태로 시장에 나왔다. 정상 가동 중이라는 강남구나 양천구 일대 센터들조차 고정운영비를 차감하고 나면 건물주에게 돌아가는 실질 수익이 주변 임대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형태를 표방하면서도 실제 계약 시에는 가맹본부로서의 법적 의무나 책임을 회피하는 계약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맹사업법 적용이 불투명한 공간 위탁운영 계약 분야에서 소형 건물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리저스 “장기 위탁운영 계약…일방적 계약 파기” 반박
리저스 측은 “이번 분쟁은 건물주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와 명도 요구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며 반박했다. 리저스는 이태원 센터 계약은 일반 임대차나 프랜차이즈 계약이 아니라 건물주가 자산을 투자하고 리저스가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10년 만기 장기 위탁운영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리저스 측은 건물주가 제기한 허위·과장 수익예측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제시한 수익예측은 국내 유사 센터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했고 공유오피스 사업 특성상 초기 손실을 거쳐 수익이 개선되는 ‘J커브’ 구조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J커브는 오픈 초기 안정화(Ramp-up)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초기 손실이 이월되는 공유오피스 비즈니스 특성의 수익구조를 말한다.
리저스 측은 명도 소송에 대해서도 “계약 해지의 적법성과 명도의무는 법원의 판단 대상”이라며 “당사는 계약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점유를 유지하고 있을 뿐 부당하게 명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리저스 관계자는 “계약상 건물 매각 시에도 위탁운영 계약을 승계하도록 돼 있지만 건물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저스 측은 “건물주가 재정적 이유로 건물을 공실 상태로 매각하기 위해 10년 계약을 파기하려는 것이 이번 분쟁의 본질”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계약상 권리를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종료에 따른 손실을 합리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