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통령 말 믿고 1억 싸게 팔았는데" 급히 처분한 다주택자 바보 됐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8.04 15:12

다주택 양도세 중과 시행 3개월만에 다시 완화
유예 종료 앞두고 대거 '급매'…1억 싸게 팔기도
정부 "당시에는 보유세 올릴지 몰랐다" 해명
이 대통령 "중과 완화는 중과 배제와 달라"

[땅집고]이재명대통령이 지난1월 2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X


[땅집고] “작년 가을부터 올해 4월까지 다주택 정리한 사람들 바보 됐네요. ”

정부가 지난 5월 10일부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세율을 다시 낮추기로 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양도세 중과 유예는 없을 것'이란 이재명 대통령의 장담을 믿고 올해 5월 10일 전에 주택을 급매로 처분한 이들이 이번 대책의 최대 피해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는 피할 수 있었지만 급매를 하느라 가격을 손해보고 판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는 다주택자의 매도 기회를 넓히기 위해 2027~2028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올해 5월10일 이후 중과세율을 적용받은 양도분에도 혜택을 소급하기로 했다.

올해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에 20%p, 3주택 이상 소유자에 30%p를 각각 중과세율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부터 다시 가산세율을 낮춰 매물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과세율은 2주택자의 경우 2027년 5%포인트(p), 2028년 10%p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27년 10%p, 2028년 15%p를 추가한다. 2029년부터는 중과세율을 각각 현행 20%p와 30%p로 복귀한다. 올해 이미 중과세율을 적용받은 양도분은 소급해서 2027년 수준의 가산세율을 적용한다.

◇ 대통령 “기간 연장 없다” 공언, 3개월도 안돼 뒤집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완성됐으나 이후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뒤 2022년 5월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매년 시행을 유예해 왔다. 탄핵정국 이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서도 유예가 이어졌다. 서울 강남권 등에서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여부가 최대 화두였다.

그러다가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에 4차례나 X(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기간)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5 월 10일 이후 양도세 중과 시행이 공식화했다.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실제로 시장에는 다주택자나 고가 1주택자들이 내놓는 급매물이 풀렸고 이런 흐름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둔화했다.

실제로 서울시에 접수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를 보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매매 건수가 늘어난 것이 확인된다.서울 토지거래허가 신청건수는 1월 총 7171건으로, 2월에는 5174건으로 줄었다가 3월 8673건, 4월에는 1만208건 등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기한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매매 계약 건수가 늘어났다. 5월 4일과 6일에는 하루 신청 건수가 각각 912건, 926건으로 1000건에 달했다.

특히 5월 9일을 앞두고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초고가 단지에서 기존 최고가 대비 수억원에서 10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매물이 '다주택자 급매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속속 등장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자치구들이 마지막날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받으면서 관할 구청에는 아침부터 막바지 허가 신청을 하려는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정부 약속 믿고 팔았는데… 1억 손해보고 바보 됐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중과세율을 다시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때 서둘러 다주택을 처분한 이들이 억울한 상황이 됐다.이들이 만약 5월 9일 이전에 주택을 팔지 않았다면 이번 대책에 따라 최소 5~10%포인트(P)의 중과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거주기간(최대 30%)이나 보유기간(최대 15%)에 따른 장기거주·보유 공제도 받을 수 없지만, 양도세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 사이 집값이 더 많이 올라 결과적으로는 금전적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스터디카페 회원 A씨는 카페에 올린 글에서 “올해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들어가면 중과배제라고 해서 많이 깎아 팔았더니, 팔고나니 1억이 올랐다”고 말했다. B씨도 “돈도 돈이지만 시간에 쫓겨 갑입장에서 여러 상황 양보해서 팔아야 했던게 정말 비굴하고 화나요”라고 말했다. C씨는 "5월 9일 이전에 급하게 파느라 계속 가격 내려서 올해 실거래가 중에 최저가로 팔았고(고층인데 중층보다 -1억 싸게..) 팔고나니 1억 올랐다”고 말했다.D씨는 “급하게 세입자 이사비용 뜯겨가면서 로얄층을 7천이나 싸게 팔았는데 믿은 게 바보였다”고 했다.

다만, 이들처럼 5월 9일 이전에 매도한 다주택자라도 보유기간이 길어 양도세 장기보유 공제를 받았다면, 1억원 정도 낮은 가격에 매도했다 하더라도 미리 처분한 편이 이득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도차익이 크지 않고,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 대상이 아닌 다주택자였다면 낮은 중과세율을 적용받더라도 더 비싼 금액에 매도하는 편이 이익이 더 크다.

여기에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해도 중과가 적용되면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정부 관계자는 보유세 중과 유예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말을 번복한 데 대해 “(당시에는) 보유세를 올릴지, 올린다면 얼마나 올릴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며 “이제 보유세 정상화 방침이 정해졌고 정책 환경이 변한 점을 감안해서 다주택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5월 ‘더 이상의 다주택자 중과 유예 연장은 없다’고 발표해 놓고 또다시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정책을 논의할 때도 ‘괜히 미리 팔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이번 조치는 중과를 다 폐지해 주는 것이 아니라 1~2년에 걸쳐 퇴로를 열어주되 차등해서 중과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소셜미디어에서도 X(옛 트위터)에도 별도로 글을 올려 “중과 배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더니 왜 또 예외를 두느냐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시행하려는 다주택자 퇴로 보장을 위한 중과세 완화는 종전에 시행되던 중과세 배제와는 다릅니다”라고 해명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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