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가짜 통계가 근거인 보유세 인상...공약파기 설명도, 전월세 대책도 없었다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8.04 09:38 수정 2026.08.04 09:54
3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조선DB


[땅집고]정부가 한국의 주택 보유세를 인상하기위한 세제개편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리 세금이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을 세금 인상의 근거로 내세운다.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을 ‘정상화’로 표현했다. 정상화의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OECD 부동산 세금 통계이다. ‘토지+자유연구소’는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0.3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1년에 발표한 ‘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 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기준 0.16%로 OECD 주요 8개 회원국 대비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 상업용 건물과 주택 보유세 구분 안한 가짜 통계

두 자료는 한국의 주택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낮다는 근거로 정부와 언론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선 이 통계는 주택의 보유세를 비교하는 통계가 아니다. OECD 부동산 세금 통계에는 주택-상업용 건물-토지를 모두 포함한 부동산 통계이다. OECD는 주택 관련 세금을 따로 비교해 자료를 발표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 언론, 지식인이 각국의 주택 보유세를 비교하면서 주택, 토지, 상업용 건물을 포함한 OECD통계를 사용하는 것은 ‘지식 사기극’이다.

OECD 국가들의 보유세는 한국과 달리, 부동산 가격 조절 수단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충당하는 수단이다. 모든 나라가 주택보다 상업용 건물의 보유세율이 훨씬 높다. 주택은 보유를 할 경우, 자신이 주거하면 보유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이다. 주택보유세를 매년 높이면 결과적으로 소득이 없는 은퇴 계층은 세금 탓에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 주택보유세가 극심한 조세저항은 초래할 수 있고 세금을 올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회는 선거에서 심판을 받은다. 반면 상업용 건물은 정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세금을 올리기 쉽고 조세저항이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주택보유세 없는 영국을 세금 지옥으로 둔갑시킨 사기극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로 너무 낮기 때문에 주택보유세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토지+자유’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실효세율은 0.72%이다. 세계 4번째로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다. 정말 영국 사람들은 엄청난 주택 보유세를 내고 있을까.

그러나 영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주택보유세는 아예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영국은 보유세가 없는 대신 카운실 텍스(Council Tax)라는 것이 있다. 핵심은 집주인이 아닌 거주자가 납부한다. 한국으로 치면 주민세에 가깝다. 임대로 활용하는 주택을 갖고 있는 주택 소유자라면 한푼의 보유세도 내지 않는다.

카운실 텍스의 세액 산정은 주택의 시장 가치가 아닌 1991년 기준 평가액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넓이 등을 고려해서 등급을 나눠 부과한다. 런던의 경우, 지역에 따라 평균적으로 200만~500만원 정도를 낸다. 수백억원하는 런던 고급주택(Band H)도 1000만원이 한계이다. 성인이 혼자 살 경우, 25% 감면을 받는다. 학생신분이면 면제이다. 저소득층도 감면혜택을 받는다.

주거용 건물과 달리, 상업용 건물은 부담이 크다. '연간 예상 임대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는데, 실효세율이 40~50%나 된다. 임대료가 1억원이며 연간 50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보유자가 아니라 임차인이 낸다.

대신 런던은 거래세가 높다. 구매 단계에서 집값의 최대 12%를 취득세를 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비싼 저택을 보유해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관습이 있었으며, 이는 조세 저항을 줄이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 양도세는 어떨까. 한국의 경우, 고가 주택은 1가구 1주택자도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런던은 실거주 1주택 보유자라면 전액 면제이다. 투자용 주택의 경우, 18~24%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적어도 실거주를 한다면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파는 일은 없다. 실거주자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세금이 적은 나라 중 하나인 반면 다주택자나 해외 투자자에게는 세금이 매우 무겁게 부과된다.

◇보유세 높다는 미국의 실체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종전 전후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들은 집값은 매년 20~30%씩 급등했다. 1970년대 초반에 교외지역 중산층 주택가격이 약 2만 5000달러에서 1978년에는 8만 ~10만 달러로 폭등했다. 장부상 가격 상승이었지만, 집값 상승에 따라 보유세 년 750달러~900달러 정도 내던 보유세가 갑자기 3000달러~3600달러로 급등했다. 은퇴자 1년 연금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곳곳에서 보유세 고지서 화형식이 벌어졌다. 저항운동은 1978년 주민 직접 입법(주민발의)인 '주민발의 13호(Prop 13)'로 결실을 맺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주택 보유세율을 매입 가격의 최대 1% 이내로 제한하고 연간 보유세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최대 2%까지만 제한하는 내용이다. 보유세의 과표를 구입시점에 고정시켜 자신이 부담할 보유세를 미리 알수 있게 하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매매(소유권 변경) 또는 신축 시에만 현 시장가로 재평가한다. 주세를 도입하거나 세율을 올리려면 주 의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했다. 캘리포니아 보유세 저항 운동이후 상당수 지역자치단체들이 비슷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보유세 개편안은 종부세 인상폭을 150%에서 200%로 상향한다. 한꺼번에 세금을 2배로 올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가혹한 증세 정책이다.

◇증세로 정책실패 감춘 정부

부동산을 보유하는 동안만이 아니라 취득·보유·양도하는 전 과정에서의 세금 부담률을 보면 한국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한국의 부동산 취득세·인지세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양도세(0.66%)도 세계 3위다. 취득·보유·양도세를 합친 세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한국이 3.03%로 미국(4.22%), 영국(3.97%) 다음이다. 선진국에서 보유세 인상을 집값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집값이 급등하자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깼다. 세금과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는 결국 집값도 올리고 전월세 대란까지 만들었다. 문 정부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와 세금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을 했다면 할 수 없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대출, 거래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노무현, 문재인 정부보다 더 올랐다는 비난을 받자, 정책 실패를 증세 카드로 대응하는 것이다. 보유 장특공제 폐지와 보유세 인상이 초래할 전월세 대란에 대한 대비책도 없었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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