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종로구청장, 신통 창신9·10구역 딴지걸기…법적 근거 없이 추가 합의 요구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8.04 06:00

동의율 75% 법적 요건에도 구청 승인 한 달 넘게 감감무소식
뉴타운 해제→도시재생 실패→신통기획 재개발…잔혹사 여전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조선DB


[땅집고] 뉴타운 해제 후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지정됐다 주거환경 개선에 실패했던 서울 종로구 창신 9·10구역. 오세훈 서울시장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10여 년 만에 겨우 재개발 사업의 물꼬를 텄으나, 행정 절차 지연으로 또다시 사업 차질 위기에 직면했다.

주민들이 사업시행자 지정에 필요한 법정 동의율을 넘어서며 행정청의 승인 의무(기속행위) 대상이 됐음에도, 구청이 법적 기준에도 없는 ‘추가 합의’를 요구하며 두 달 가까이 인허가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기초지자체의 자의적인 행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창신 9구역(대신자산신탁)과 창신 10구역(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11일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각각 75.86%, 75.38%를 채워 종로구청에 사업시행자(지정개발자) 지정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다. 이는 신탁방식 재개발의 법정 지정 요건인 토지등소유자 4분의 3인 75% 이상 동의를 충족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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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2013년 뉴타운 해제 후 2014년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지정됐다 주거환경 개선에 실패했던 서울 종로구 창신 9·10구역. 오세훈 서울시장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10여 년 만에 겨우 재개발 사업의 물꼬를 텄다./서울시

◇ 서울시 “닥치고 재개발” 외치는데… 종로구청 “무자비한 개발 안 돼” 엇박자

그러나 관할 구청장이 추가적인 합의와 투기 의혹 등을 언급하며 비협조적으로 승인 절차를 미루자 사업은 또다시 정체 위기에 처했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지난 24일 현장 주민과의 대화에서 “75%, 80% 동의율을 갖췄다고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라 구청 및 주민들과 제대로 협의해야 한다”며 “찬성이든 반대든 근사치의 합의점에 도달해 진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무자비한 재개발은 능사가 아니다”, “조직적인 찬성 움직임은 투기가 의심된다”며 신탁방식 추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비판이 나온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요건(75% 동의)을 충족해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하면, 행정관청은 특별한 법적 결격사유가 없는 한 이를 승인해야 하는 ‘기속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허가권자의 사업시행자 지정고시에 대한 처리 기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빠르면 2주에서 한 달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이 사업지는 처리 시기가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정치적 이유로 사업을 희생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에서 100% 전원 동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에서 75%라는 기준을 정해둔 것”이라며 “소수의 반대 의견이나 구청장의 주관적인 프레임으로 법정 동의율을 달성한 사업을 막아서는 것은 법치 행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측은 “구청장 직속 ‘재개발·재건축 TF(전담팀)’를 가동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TF는 건축·도시계획·정비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와 함께 주민 의견을 폭넓게 듣고 갈등을 조정하며, 사업의 합리적인 추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민심 부글부글…창신9·10구역 주민 2300여 명, 종로구청에 집단 탄원

창신동 현장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창신·숭인 지역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2013년 해제된 후, 2014년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지정돼 보존 중심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의 예산 투입에도 주거 환경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신통기획을 통한 재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벽화만 그리다 끝난 도시재생 실패를 딛고 수년을 견디다 이제야 재개발하게 됐는데, 구청장이 또다시 재개발 반대 움직임을 보이며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반응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가칭)창신동 재개발 추진위원회(9·10구역)’는 종로구청에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관련 조속한 행정처리 요청’ 공문을 전달하고 구청의 고시 지연에 항의하는 주민 탄원서를 접수 중이다. 탄원 건수는 작성 약 일주일 만에 23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는 더 미뤄질 전망이다. 지자체가 6.3 지선 이후 대대적인 인사철과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인사나 휴가철 등 내부 사정이 겹치면 인허가 고시가 지연되기도 한다”며 “해당 사업지 역시 고시까지 두 달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최근 지자체장들이 정비계획 입안·결정 권한의 지방 이양을 요구하는 상황과 맞물려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법적 기속행위조차 자의적으로 막아서는 기초단체장들에게 권한을 더 넘겨준다면 도심 재개발은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권한만 탐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행정 편리주의”라고 지적했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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