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통령 지시에도 잔금 대출 안 나와, 엉뚱 규제에 수원 2000가구 패닉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07.31 16:24 수정 2026.07.31 17:16

같은 단지인데 3개동만 규제지역이었던 '이 단지'
행정구역 변경으로 혼란 수습
이번엔 잔금대출 문제…대통령 지시에도 현장은 여전히 불안

[땅집고] 수원시는 '매교역 팰루시드' 내 3개 동이 '팔달구'에 묶여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대출이 규제받자, 지난 2월 해당 3개 동을 모두 수원 권선구 세류동으로 편입시켰다. /강태민 기자, 수원시


[땅집고]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들어서는 대단지 ‘매교역 팰루시드’는 입주도 하기 전에 정부 정책으로 두 번이나 홍역을 치른 아파트다. 처음에는 행정구역 때문에 같은 단지 안에서도 규제 여부가 갈렸고 이번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여파로 집단 잔금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대출 오픈런까지 벌이고 있다.

매교역 팰루시드는 다음달 18일 입주를 앞둔 총 2178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의 10·15 대책에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규제 여부가 갈렸다. 당시 수원시 팔달구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단지 32개 동 가운데 114동·126동·132동만 팔달구에 속해 규제를 받게 됐다. 나머지 29개 동은 권선구 소속으로 비규제지역이었다.

같은 브랜드, 같은 단지, 같은 생활권인데도 행정구역 경계 하나 때문에 규제가 달라진 것. 규제 대상이 된 3개 동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고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도 70%가 아닌 40%를 적용받게 되면서 매매와 자금 조달에 큰 불편을 겪었다. 논란이 커지자 수원시는 올해 2월 26일 행정구역을 조정해 해당 3개 동을 권선구 세류동으로 편입하면서 규제 문제를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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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 코앞에 두고…이번엔 잔금대출 막혔다

하지만 안도의 시간은 잠시, 이번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올해 은행별 신규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지난해 대비 1.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면서 은행마다 대출 한도를 설정했다.

문제는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의 잔금대출까지 사실상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수분양자들은 2~3년 전 계약을 마친 뒤 입주 시기에 맞춰 잔금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은행들이 연간 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하면서 신규 대출을 막기 시작했다.

다음달 18일 입주하는 매교역 팰루시드도 직격탄을 맞았다. 집단대출에 참여한 은행 6곳 가운데 4곳이 대출 한도 마감을 통보하면서 약 2000가구가 잔금대출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마다 하루 상담 가능 인원이 10~50명 수준에 그쳐 입주 예정자들은 새벽부터 대출 접수를 위해 이른바 ‘오픈런’까지 해야 했다. 잔금대출은 신축 아파트 입주 직전 마지막 잔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다. 시행사와 은행이 협약을 맺어 집단대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땅집고]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매교역 바로 앞에 위치한 '팰루시드' 아파트 전경. /강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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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아직 해결 안돼

논란은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마이크를 잡고 “2년 전에 계약한 실수요자인데 대출 규제로 입주를 못하게 됐다”며 경과조치와 예외 적용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저런 지적들이 꽤 있더라”라며, “‘이미 확정된 건데 사후 정책을 변경하면 어쩌란 말이냐’라는 등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긴급 소집해 잔금대출 중단에 따른 혼란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29일, 신한은행은 약 1000억원 규모의 한도를 새로 배정했고, KB국민은행은 우선 5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를 추가 배정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도 추가 배정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실수요자의 잔금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본지가 31일 확인한 결과, 아직 대출실행이 확정되지 않았다.

◇ “문제 해결 아니다”...현장은 아직도 대출 전쟁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입주 예정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실제 대출 실행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 안심할 수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잔금대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책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한도 추가 배정을 요청하면서 일부 숨통은 트였지만, 실제 대출 실행이 확정되지 않은 입주 예정자들이 적지 않아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입주 예정자인 누리꾼들은 “분양은 받았지만 확정된 내용이 없어 정부 발표만 기다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은행 상담 예약조차 쉽지 않아 대부분 실패했다”, “대출이 실행될 때까지는 여전히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박예원 펠루시드이강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연초 입주한 신축 단지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7월 들어 갑자기 대출 제한이 생겼다”며 “은행 담당자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거주 목적으로 입주하는 수분양자만큼은 정부가 별도 보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잔금대출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에게만 예외를 적용할 경우 구축 아파트나 비아파트 매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잔금대출을 예외적으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보완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특정 부문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자칫 부동산 시장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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