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싼 공사비에 속지마라" 시공사 옥석 가리기, 특약으로 리스크 막는법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7.31 09:59

[신보연의 부동산개발 처방] ⑦ 좋은 시공사 고르기? 저가 수주의 유혹 뿌리쳐야…특약으로 리스크 막기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땅집고] 시공사는 사업시행사로부터 공사를 발주받아, 설계도서대로 모든 공사의 전 과정을 도맡는다. 앞서 6단계에선 공사 품질•공사비•공사 기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설계도서에 대해 설명했다. 그 다음 7단계로는 이 설계도서를 실제 건축물로 구현해 줄 주체인 시공사를 고르고, 관련 약속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고 계약 체결해야 한다.

☞관련기사: ⑥설계비 아낀 건축? ‘공사비 폭탄’이란 결과로 돌아온다

개발사업에서 토지비와 함께 큰 비용이 투입되는 항목이 바로 공사비다. 따라서 시공사를 잘못 선정하거나 도급계약을 허술하게 체결하면, 그동안 사업구상·타당성 분석·자금조달·설계에 들인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개발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상당수가 '시공사 선정 단계의 검증 부족'과 '도급계약의 모호함'에서 비롯된다. 도급계약은 단순한 공사 발주 문서가 아니라, 공사기간과 공사비, 분쟁 발 생시 책임 소재까지 결정짓는 사업의 핵심 계약이다.

그럼 좋은 시공사는 어떻게 선정하고, 도급계약은 어떻게 체결해야 좋은 걸까.

◇좋은 시공사 고르는 법? 실적과 재무상태로 검증 가능

설계사마다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듯, 시공사 역시 저마다 특화된 시공 분야가 다르다. 어떤 시공사는 오피스텔 시공에 강점을 가지는 반면 또 어떤 시공사는 업무시설을 잘 짓는 등이다. 따라서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이름이 잘 알려진 회사를 찾기 보다는, 자신이 개발하려는 건 축물의 용도와 유사한 분야에서 실적이 우수한 시공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땅집고] 대한건설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업체별 시공능력평가액 및 실적, 기술자 수 통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시공사를 검증할 수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공시하는 시공능력평가액과 등록 여부를 확인하면 해당 시공사의 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신인도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순위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재무제표를 함께 검토해 부채비율과 유동성, 자본잠식 여부 등 재무상태가 건전한 곳으로 골라야 한다. 공사 도중 시공사가 부도나거나 자금난에 빠지면 공사 중단과 유치권 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 검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재무 검증을 통과했다면 다음은 사람과 실적을 확인할 차례다. 시공사 대표이사의 이력과 그가 추구하는 가치, 기술자 보유 현황, 그리고 유사 실적 레퍼런스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설계 결과물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해당 시공사가 직접 완성한 건축물을 답사해 시공 정확성과 마감 상태, 하자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허가도면이 아닌 '현장설명서'로 기준 통일하라

좋은 시공사 후보군을 추렸다면 이제 견적을 받아보자. 이 단계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허가도면’으로 견적을 받는 것이다. 공사 견적은 각 분야 상세도면과 시방서를 포함한 ‘실시 설계도서’를 기준으로 받아야 한다. 허가도면은 인허가를 받기 위한 도면일 뿐, 자재·공법·마감의 상세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서다.

견적의 기준을 통일시키는 장치가 바로 '현장 설명서'다. 발주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들을 한 자리에 모으거나, 한날 한시에 이메일로 시공사에게 동일한 도서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한 뒤 견적을 받아야 한다. 같은 기준으로 받은 견적이라야 가격은 물론 시공사의 역량 차이까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설명서는 단순히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견적 조건을 통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급계약서 첫 장에 들어가는 준공예정일, 계약보증서, 공사비 지급방법(선급금·기성금·잔금), 하자보수책임, 지체상금 등 핵심 조건을 이 단계에서 미리 정할 수 있다. 많은 발주자가 이 내용을 도급계약 체결 시점에 정하면 된다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계약 체결 직전에 이런 핵심 조건을 협의하려고 하면 협상력은 이미 발주자에게서 시공사로 넘어간 뒤다. 현장설명서를 통해 주된 도급계약의 틀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사업시행자가 계약의 주도권을 쥐는 출발점이다.

◇무조건 싸기만 한 시공사는 안돼…현장대리인도 확인해야

시공사 선정시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저가 수주의 함정이다. 견적이 지나치게 낮은 시공사는 공사 도중 자재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추가 공사 명목으로 끊임없이 증액을 요구하거나,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할 위험이 높다. 공사비뿐 아니라 적정 공사 기간이 확보된 견적인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무리하게 짧은 공기는 부실시공으로, 무리하게 낮은 공사비는 분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입찰을 진행했다고 해서 단 한 번에 시공사가 확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시공사 선정은 견적서 비교 검토에서 시작해 우선협상자 선정, 원가절감을 위한 대안 검토(VE·Value Engineering) 등 조건 조율 및 재견적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과정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먼저 동일한 기준으로 받은 견적서를 비교 검토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우선협상자와 협의하여 견적 항목별로 VE를 통해 조건을 조율하고, 수정된 조건을 반영해 재견적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발주자는 단순히 총액이 낮은 곳이 아니라, 항목별 단가가 합리적이고 전 공정 누락없이 견적을 제시한 시공사를 가려내야 한다.

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현장대리인(현장소장)이다. 아무리 회사의 실적이 좋아도 실제 현장을 책임지는 것은 현장대리인이라서다. 따라서 배정될 현장대리인이 그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회사의 평균적인 역량과 그 현장에 실제 투입되는 공사책임자의 역량은 다를 수 있다.

/픽사베이


◇표준도급계약서만 믿으면 안돼…'특약'이 진짜 계약이다

좋은 시공사를 선정하고 적정한 공사비에 합의했다면, 마지막 관문은 도급계약서다.

국토교통부나 관련 기관이 제공하는 표준 도급계약서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틀일 뿐이다. 해당 개발사업의 특성과 위험을 실제로 통제하는 것은 사업시행자가 추가하는 특약사항이다. 표준계약서만 믿어서는 안되고, 특약이 곧 진짜 계약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 먼저 계약이행증권, 선급금 보증서, 하자이행증권의 3종 보증서를 반드시 수령해야 한다. 이는 각각시공사의 공사 이행과 선지급한 자금, 준공 후 하자보수를 담보하는 안전장치다. 여기에 더해 공사 포기각서와 유치권 포기각서를 미리 받아두면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 하더라도 유치권 분쟁으로 사업이 발목 잡히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지급한 기성금은 반드시 본 현장에만 사용하도록 특약으로 명시해, 발주자가 지급한 공사비가 시공사의 다른 현장으로 유용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2) 기성금 지급 기준·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감리자의 서면 확인을 거친 뒤 기성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워 실제 시공된 만큼만 정확히 지급되도록 관리하는 등이다. 아울러 기성금 지급시 완료한 공정에 대하여 사용승인에 필요한 첨부 서류를 받아 두면 나중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3)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을 막으려면 설계 변경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개발 사업에서 추가 공사비의 대부분은 설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를 설계변경으로 볼 것인지 그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설계변경시 적용할 단가를 계약서에 분명하게 기재해야 한다. 단가가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으면 변경이 생길 때마다 시공사가 부르는 가격을 지급할 수도 있다. 또한 시공사 선정 전 단계인 설계 단계에서 설계사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세부적인 마감까지 완성된 설계도서를 준비했다면 설계 변경 가능성은 낮아진다.

4) 책임과 관리에 관한 특약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부실시공이나 임의시공이 발생했을 때 적용할 패널티 조항을 명시하고, 안전사고 관리와 민원 관리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둬야 한다. 공사 현장에선 불가피하게 안전사고와 인근 주민 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와 책임이 계약서에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시행자에게 돌아온다.

5) 이 밖에 각 개발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특약을 기재 가능하다. 공종별로 정할 수 있는데 특히 누수관련 하자는 준공 후 완성된 건축물 사용 중에 발생할 경우 인테리어 뿐 아니라 고가의 전자기기까지 손상될 수 있고, 한 번에 보수 공사가 완료되기 어려우므로 방수공사 후 담수 테스트를 실시하면 예방할 수 있다.

시공사 선정과 도급계약의 핵심은 결국 가장 싼 시공사가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시공사를 고르고, 그 신뢰를 표준계약서가 아닌 구체적인 특약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좋은 건축물은 좋은 설계도서와 좋은 시공사, 그리고 빈틈없는 계약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글=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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