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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막고 주가 띄우더니"…'주식 주도 성장' 정권 책임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7.30 15:36 수정 2026.07.30 15:38

코스피 40% 사라지자…규탄 목소리 나와
국민연금 리밸런싱 지연, 국장 보유한도 강제 증액
고위험 단일 레버리지 상품 풀기까지

[땅집고]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선DB


[땅집고] “체감상 이번 주식 시장 대폭락은 IMF,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이게 다 내 집 마련까지 막으면서 주가를 띄운 정부 탓아닌가요 ?”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코스피가 이달 30일 현재 554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을 계산하면 무려 40.9%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량주로 꼽히면서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몰렸던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37만4500원에서 저점 20만2000원으로 44.1%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298만7000원에서 128만7000원까지 밀려 56.9% 하락률을 기록하며 거의 반토막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식 시장에서 불과 한 달여 동안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반복적으로 발동될 만큼 변동성이 극심해 우려가 컸는데, 결국 코스피가 비정상적으로 폭락하면서 대거 손실을 본 국민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현재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해 정부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달성’을 내걸었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린다는 이른바 ‘머니무브’ 정책은 사실상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포기힌 30~40대가 대거 주식시장으로 뛰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의 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만 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주식시장을 카지노 판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로 주식판 키우더니…결과는 대폭락

투자자들은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 ‘큰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원칙을 깨부수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26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며, 국내 주식 비중이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주식을 매도해 목표 비중으로 되돌리는 리밸런싱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이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주가가 과열되는 시점에 국민연금의 매도 규율을 늦췄다는 것.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8~9%를 보유한 최대 장기 투자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 기관이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이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확신으로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국민연금이 실제로 주식을 추가 매수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일종의 ‘정책 풋옵션’을 제공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던 정책이 하락장에서는 방어막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 자산이 반토막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덩달아 국민연금이 연금 가입자들의 노후자금을 주가지수 관리의 도구처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다.

[땅집고]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이 붕괴된 이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레버리지 상품 풀린 바로 다음날,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급 상향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강제로 높인 결정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반면, 국내주식 비중은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자산을 운용했다. 국내 경제와 원화 자산에 이미 노출된 국민의 노후자금을 해외 자산에 분산해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올해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 돌연 2026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한꺼번에 5.9%포인트 높였다. 목표 비중뿐 아니라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확대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사실상 25.8% 이상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장기적으로 국내주식 의존도를 낮추던 운용 방향을 단번에 뒤집은 결정인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상향 결정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는 것. 5월 27일 고위험 상품이 시장에 풀린 직후, 5월 28일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목표가 대폭 상향됐다. 이에 정책 당국이 같은 시기에 기관과 개인 양쪽의 국내 증시 노출을 동시에 확대해 리스크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초집중 시장에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푼 정부…폭락으로 다같이 나락

결정적인 문제는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상장시키면서 터졌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 상품과 국내 상품 사이의 규제 차이를 없애겠다는 이유로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을 상장시켰다. 이 결정에 따라 ETF 16개와 ETN 2개 등 총 18개 상품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삼성생명, 삼성물산, SK스퀘어 등 반도체 관련 6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한때 코스피 전체의 62.57%에 달했다. 사실상 소수 반도체·그룹주가 지수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였던 것. 이처럼 기초자산의 쏠림이 극심한 시장에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을 붙이면, 상품 리밸런싱 거래가 본주의 움직임을 다시 증폭시키는 자기강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가 깔아준 주식 판에 뛰어들었다. 상품이 출시된 5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을 약 8조20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자산은 SK하이닉스 9조1500억원, 삼성전자 5조2200억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운용자산은 6월 10일 4조8400억원에서 19일 9조1500억원으로 불과 7거래일 만에 거의 두 배로 커졌다.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찾아 여유 현금을 넘어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7월 들어 주식 시장 하락 압력이 커졌고, 결국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쏟아져나오게 된 것이다.

[땅집고] 국회 앞에 놓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 /연합뉴스


◇정권의 자산시장 개입 리스크 노출…폭락 책임 누가 지나

금융당국은 주가가 폭락한 뒤에야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거래단위 역시 1주에서 20주로 확대하는 등 대응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보완책을 두고 “그것 가지고 되겠느냐”며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을 지시했고, 김용범 정책실장도 유동성공급자의 괴리율 관리시간을 늘리며 리밸런싱 수단을 현물에서 다른 파생상품으로 바꾸는 방안을 거론했다.

결국 이는 역설적으로 상장 당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이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시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예탁금과 거래단위, 괴리율, 리밸런싱 방식까지 뜯어고쳐야 했다면 제도 도입 전 스트레스 테스트와 투자자 보호 검토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최종 책임자로서 응당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발언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최근의 주가 폭락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의 위험 이해 여부와 증권사의 신용공여, 유동성공급자의 괴리율 관리, 운용사의 파생상품 노출을 점검하는 기관인 만큼 애초에 판매·건전성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이번 폭락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환율, 은행, 기업 자금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무너진 총체적 위기 사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더 뼈아픈 이유는 외환이 바닥 나거나 세계 금융회사가 연쇄 파산한 것도 아닌데도 코스피가 40% 넘게 폭락하면서 수 많은 피해 국민들을 양산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기금의 자산배분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갑자기 높이며, 극도로 집중된 시장에 충분한 안전 장치가 없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풀어 변동성 증폭 장치를 직접 만들면서 발생한 일인 것. 그 책임은 시장의 공포에 휩쓸려 매도한 투자자가 아니라, 위험을 알고도 제도를 설계하고 승인하고 감독한 정책 책임자들에게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증시가 홀짝 도박판이 됐다”면서 “대통령도 주식 투자하라고 했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남의 일처럼 침묵만 하고 있다, 국정조사하고 특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개인 SNS에 “코스피는 연이틀 대폭락을 기록하며 5000선조차 무너질 뻔했고, 국가 비상사태에서나 나올 법한 서킷브레이커가 일상이 됐다”면서 “대한민국 주식을 더 이상 레버리지 노답 삼형제(김용범 정책실장·이억원 금융위원장·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맡길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 이들이야 말로 코리아 디스카우트를 유발하는 휴먼 에러”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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