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폭락 심층 분석] ①최태원 회장 호언장담 후 주가 급락
현금 88조원 쌓아놓고 주주환원 발표 없어
[땅집고]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만 60조원 넘게 벌어들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실적 발표와 함께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회사 실적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온 것과 달리 주가 관리, 주주환원 정책은 여전히 후진국 형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스피는 29일 6% 가까이 떨어지면서 6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그동안 코스피 활황을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동반 폭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9% 하락해 140만1000원으로 마감한 데 이어, 30일에도 하락 출발했다. 한 때 300만원을 바라보던 주가가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것. 지난 16일 최태원 회장이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고 호언장담한 이후로도 낙폭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올해 2분기 매출이 79조3187억원, 영업이익이 60조5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7%, 557% 늘어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5개 분기 연속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은 콘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주주 환원책이나 추가 이익 성장 목표가 나오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실적 콘퍼런스콜이 열리던 오전 10시까지 1~2% 오르는 보합세를 보이다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18%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여 9.61% 하락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봤다는 A씨는 “뒤쳐지는 듯한 불안감에 고점에 들어가 투자 원금 절반 이상을 날렸다”며 “정부와 하이닉스가 주도한 리딩방에 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원, 순현금은 69조4000억원이다. 그러나 회사는 시장 기대와 달리 “ADR 공모 관련 규제와 절차상의 제약으로 공개되지 않은 새 중요 정보를 현 시점에서 추가로 말씀드리는 데는 제약이 있다”며 주주환원 방식과 규모, 시점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과 장기 공급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던 것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형수 “주가 낮은 이유가 있다…미 기업은 주주 동업자로 인식”
경제 전문 유튜브 'IT의 신'을 운영하는 이형수씨는 이점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실적 대비 낮은 이유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SK하이닉스 컨퍼런스콜 전까지 주가가 올랐던 건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주가 앞에서 회사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최소한 주주를 향한 신호라도 무언가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회사는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마치 제3자처럼 원론적으로 답하는 데 그쳤고, 이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이씨는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마이크론의 두배인데 시가총액은 그렇지 않고, 멀티플이 더 낮은 것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라면 주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역대급 실적이 나왔다면 즉각 행동했을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규모를 발표하고, 배당을 올리고, 주주에게 구체적인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주가는 경제의 일부고, 주주는 동업자라는 문화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서울 강남구 옛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에 신사옥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요소다. 사옥 건립은 돈은 많이 벌었지만 딱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최대 실적 이후 대형 사옥을 건립한 것이 ‘고점 신호’가 돼서 주가가 곤두박질 친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향후 순현금을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책을 병행해야 주가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추가 환원이 진행되고 장기공급계약 세부 내용이 제시될 경우 장기 실적에 신뢰를 높여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