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 소멸에 외국자본이 월세시장 싹쓸이"…'기업형 임대' 확대에 시끌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7.30 06:00

현장선 "국내 진출한 외국계 '메기' 배만 더 키울까" 우려
미국 선벨트 지역 12% 싹쓸이…핵심지 쏠림 현상 재현 가능성

[땅집고] (왼쪽부터) 한성숙 국무총리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땅집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와 함께 기업형 임대사업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세 제도가 축소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글로벌 자본에게 국내 주택 임대 시장을 통째로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비아파트 활성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비아파트 공급이 활성화되고 기업형 임대 주체도 다양화되어 공급 주체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함께 관련 금융 지원 방안을 계속 협의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1~2인 가구 증가에 맞춰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장 반응은 차갑다.

◇ ‘돈 냄새’ 맡은 외국계 대형 자본, 이미 침투…온라인 “초고가 월세장 열린다” 불안 가속

시장에서는 전세 사기 후폭풍과 1인 가구 급증으로 한국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틈을 타 외국계 자본이 이미 대거 진출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글로벌 중장기 임대 플랫폼 블루그라운드는 서울 강남·여의도에 이어 상암동 DMC 일대 오피스텔까지 속속 입점했다. 영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M&G리얼에스테이트는 서울 황학동 원룸 주택(95실)을 약 240억원에 통째로 인수했고,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국내 코리빙 기업 MGRV와 손잡고 1330억원을 초기 투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미국 하인스, 모건스탠리, KKR, 영국계 ICG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 큰손들이 서울 금천, 성북, 영등포, 강남 등지에서 호텔이나 상업용 건물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동안 독특한 ‘전세 제도' 때문에 한국 시장 진입을 망설였던 해외 자본이 전세 소멸과 1인 가구 비율(전체 가구의 35.5%) 증가를 기회로 낙점하고 밀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미국의 경우 개인 집주인 비율이 90% 대에서 30% 대로 쪼그라들고 기업 집주인이 시장을 점령했다”며 “한국도 개인 집주인이 사라지고 거대 기업 자본이 월세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초고가 월세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평생 수수료0원' 8월 말까지500실 한정! 지금 단기임대 방 등록하기

◇미국 현지 상황은? 기업 임대사업자 비중 불과 0.59%...함정은 따로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이 분석한 실상은 온라인상의 소문과 조금 다르다. 올 4월 23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파클랩스’(Parcl Labs)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350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대형 기관 임대사업자(약 140곳)가 전체 단독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9% 수준에 불과하다. 거대 기업 집주인이 나라 전체의 주택을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은 일종의 착시라는 의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역적 쏠림에 있다. 대형 기관 임대자본은 전국에 균등하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 수요가 풍부한 특정 인기 도시로 집중됐다. 애틀랜타는 대형 기관 투자자의 주택 소유 비중이 4.2%에 달해 미국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멤피스가 3.8%, 잭슨빌이 3.6%, 샬럿이 3.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애틀랜타에서도 대형 임대사업자 소유 비율이 가장 높은 4개 구역을 뜯어 보면, 이들 거대 기업이 해당 지역 주택의 12%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단위 비중은 낮아 보일지 몰라도, 특정 핵심 지역의 주택을 집중 매입해 월세 상승을 부추기고 개인 실수요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부작용은 실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사례가 한국 임대차 시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 범위를 넓히고 금융 지원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자칫 서울 핵심지 주택을 글로벌 거대 자본이 싹쓸이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전세 소멸에 따른 대안으로 기업형 임대를 도입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무분별한 해외 자본 진출로 인한 특정 지역 임대료 폭등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세심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pkram@chosun.com

화제의 뉴스

동학 개미 가슴에 비수 꽂은 SK 하이닉스..최대 실적에도 주가 반 토막
[단독] 현대家 3세가 짓던 '대치 아티드', A타워 1500억에 통공매 유찰
감정가 7.5억 '光州 치평동 금호쌍용' 낙찰가는?…땅집고옥션 낙찰가 맞추기 이벤트
8월 선착순 500실 평생 수수료 0원, 안전한 단기 임대 플랫폼
"전세 소멸에 외국자본이 월세시장 싹쓸이"…'기업형 임대' 확대에 시끌

오늘의 땅집GO

[단독] 현대家 3세가 짓던 '대치 아티드', 1500억에 통공매 유찰
"웃돈 거의 안 붙었다"는 용산 재개발 '이 동네', 실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