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현일의 미국 부동산] 공실 오피스의 변신, 미국서 아파트 전환 열풍
미국 전역 9만가구 프로젝트 진행 중
뉴욕 화이자 본사 개조 현장 붕괴 위험에 안전성 논란도
[땅집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정착과 고금리 여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노후 오피스 빌딩을 주거용 아파트로 개조하는 용도 변경(컨버전) 사업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최근 뉴욕 대형 현장에서 건물 붕괴 위험이 발생하는 등 구조 안전성과 사업성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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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최대 용도 전환 현장 붕괴 위기
이달 초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42번가에 위치한 옛 화이자 본사 건물 개조 현장에서 공사 도중 21층과 22층의 철골 기둥이 휘어지며 여러 층(21~26층)의 바닥이 처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장 인부와 인근 건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고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해당 사업장은 총 1600가구 규모로 뉴욕 역사상 오피스에서 아파트로 용도를 전환하는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던 곳이다. 현재는 임시 지지대를 설치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미 전역의 컨버전 현장에 구조 보강 및 안전 관리 비상이 걸렸다.
아파트 임대 중개 플랫폼 렌트카페(RentCafe)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미국 전역에서 추진 중인 오피스-아파트 전환 물량은 9만300가구에 달한다. 이는 1년 전(7만600가구) 대비 28% 증가한 수치이자, 2022년과 비교하면 약 4배나 늘어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부동산 용도 전환 프로젝트 중 오피스의 비중이 47%로 절반에 육박한다. 호텔을 주거로 바꾸는 사업(18%)이 뒤를 이었다. 도시별로는 오피스 공실이 심각한 뉴욕이 1만6358가구로 가장 많았고, 워싱턴 D.C.(8479가구), 시카고(4360가구) 순이었다.
◇재산세 90% 감면 등 인센티브 지원
이처럼 컨버전 붐이 일어난 배경에는 오피스 공실률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이 있다. 현재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실질 점유율은 50%를 밑돈다. 여기에 대출 금리 인상으로 부실 오피스 매물이 시장에 저렴하게 나오면서 주택 수요가 높은 아파트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급증했다.
다만 이 같은 용도 전환 사업은 지방정부의 인센티브 없이는 사실상 사업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물 상태에 따라 1제곱피트(sqft)당 100~500달러에 달하는 고비용이 들지만, 전환 후 상승하는 아파트 가치가 기존 오피스 가치를 대폭 상회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전체 세대의 25%를 저소득층에 할당할 경우 최대 35년간 재산세를 90% 감면해 주는 강력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 D.C.와 보스턴 등 주요 도시들도 재산세 감면과 사업 초기 개발비 대출 등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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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보강·시공 관리 중요성 부각
오피스를 주거시설로 바꾸는 작업은 단순한 리모델링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를 주거 시설로 바꾸는 과정이 철저한 보강 공사와 외과 수술에 가까운 기술적 정밀함을 요한다고 지적한다. 현대 오피스는 건물 폭이 깊어 내부 공간까지 자연채광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거시설은 모든 세대에 창문과 채광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건물 중앙에 '라이트웰(Light Well)'을 새로 만들거나 대규모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
건물 하중 설계도 다르다. 오피스와 주거시설은 하중 분산 방식이 달라 철골과 기둥 보강 공사가 필수적이며, 냉난방 설비와 배관 역시 주거용 기준에 맞게 전면 교체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공실 문제와 도심 주택 공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피스-주거 전환은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이번 뉴욕 사례처럼 구조 안전 검토와 시공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한미글로벌 제공, 정리=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