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김윤덕과는 비공개 회동...주택공급 해법 모색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바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왜곡된 시각만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인정해야만 부동산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정답을 가린 채 시험문제를 푼다면, 결과는 낙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토론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대토론회에서 국민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뿌리 깊은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재확인하는 씁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대통령 발언의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대통령께서는 서울에서 택지개발을 할 땅을 거의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면서도, 재건축은 평수가 늘어나 공급 효과가 크지 않고, 재개발은 총 입주 가구 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취지로 말씀했다”며 “서울에 더 이상 집 지을 땅이 없다는 현실은 인정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를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보다 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李 “효과 미미”사실왜곡 지적…”서울시만 8.7만호 순증 효과, 정부 계획의 2.7배”
또한 오 시장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도 다르다”고 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1년까지 31만 호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약 8만7000호의 순증 효과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에 따르면 이는 정부가 내놓은 1·29 대책의 서울 공급 순증분 3만2000호보다 약 2.7배 많은 수준이다.
오 시장은 “재건축은 평균적으로 약 40% 수준의 주택이 순증되고 있으며, 재개발 역시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평균적으로 약 15% 수준의 공급 증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정부에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 상한 용적률을 1.2배까지 완화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효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얘기하신 것처럼 일부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의 재개발 사업에서 기존 가구 수 산정 방식에 따라 공급 세대 수가 다소 줄어드는 사례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이는 일부 사업에 국한된 경우일 뿐, 이를 재개발 전체의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일부 사업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면, 그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며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대분리형 주택처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주택 수를 늘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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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대통령께서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종로구 창신동을 직접 가보신 적이 있느냐”며 재개발·재건축의 가치가 단순히 주택 숫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가파르고 낙후된 환경 때문에 어르신들은 외출조차 쉽지 않다”며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낡고 위험한 주거 현장의 주민들에게 재개발은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삶의 희망”이라고 했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더 쾌적한 집에서 살기를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고, 살고 싶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는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생각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인식이 공개적으로 드러날 때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국민들은 “이 정부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은 어려워지겠구나"라고 받아들인다는 것. 오 시장은 “그 예상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며 “대통령께서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문제를 푸는 유일한 길”이라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오 시장은 “정답은 가린 채, 지난 시험에서 오답으로 밝혀진 증세 정책만 반복한다면 결과는 또 다시 낙제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는 조만간 정비사업과 관련한 상세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어떠한 경우라도 흔들리지 않고, 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발 빠른 주택공급 행보…국토장관과 비공개 주택공급 회동
한편, 오 시장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비롯핸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위해 곧장 행동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주택시장 현황과 주택공급 확대 등 정책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오 시장은 이달 14일 국무회의 참석을 비롯해 최근 적극적으로 정부에 부동산 정책 관련 의견을 낸 만큼 이날 김 장관에게도 의견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 억제와 대출 규제, 증세에 집중된 점을 지적하면서 공급 확대와 이를 위한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과 김 장관은 이날 서울시와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두고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