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50%대… '리조트 아파트'의 현실
분양가 7억, 생활 인프라는 아직 미완성
검암 성공·왕길 부진… 엇갈린 DK아시아 전략
[땅집고] 인천 서구 왕길역 인근에 들어선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이하 왕로푸)'는 분양 당시 '리조트형 아파트'를 내세우며 관심을 모았다. 1500가구 규모의 대단지에 호텔식 커뮤니티와 고급 조경을 적용해 기존 아파트와 차별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분양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 분양을 시작한 이후 올해 6월 기준 계약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인 DK퍼스트와 모기업 DK아시아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현장을 둘러보니 단지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입지와 생활 인프라가 수요자들의 선택을 가른 핵심 요인으로 보였다.
◇ "역은 가깝지만 그게 전부"…주변은 아직 개발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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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인천2호선 왕길역에서 단지까지 걸어봤다. 도보 약 10분 안팎으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역과의 거리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역을 벗어난 뒤부터였다. 단지 주변에는 빈 부지가 대부분이었고 상권도 사실상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학교와 대형마트, 병원 등 생활 인프라를 이용하려면 기존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왕로푸가 들어선 곳은 검단3도시개발사업구역이다. 약 52만㎡ 규모로 공동주택과 학교, 공원, 상업시설 등이 함께 조성되는 사업이지만 아직 개발이 모두 완료되지 않았다. 결국 현재 입주 예정자 입장에서는 미래 가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 구축보다 두 배 가까운 가격…수요자들은 "부담스럽다"
입지 여건만 놓고 보면 분양가는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왕로푸의 전용 84㎡ 분양가는 7억원대였다. 반면 인근 구축 아파트는 같은 면적 기준 3억원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기 분양했던 검단신도시 아파트 역시 전용 84㎡ 기준 4억~5억원대였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생활여건을 감안하면 가격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분양이 이어지자 시행사는 계약금 5%, 발코니 확장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계약률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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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홍보 과정에서 단지명을 기존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에서 '신검단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로 변경해 사용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전략 가운데 하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있다"며 "입지가 검단신도시보다 불리한데 가격은 높다 보니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지역이라도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신도시 선호도가 훨씬 높다"며 "분양가가 조금만 낮았어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검암은 94대1, 왕길은 미분양… 엇갈린 두 프로젝트
DK아시아가 앞서 성공을 거둔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를 찾아가 보니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단지 주변에는 학교와 학원가, 병원, 카페 등 생활 인프라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고 상권도 활발하게 형성돼 있었다. 2020년 분양 당시 이 단지는 1순위 평균 9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은 있었지만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5억원대 중반 수준이었다. 여기에 이미 갖춰진 생활 인프라와 리조트형 커뮤니티 시설이 결합되면서 높은 청약 경쟁률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왕로푸는 더욱 고급화된 상품을 내세웠지만 생활 인프라가 완성되기 전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검암은 '인프라를 갖춘 리조트'였고, 왕길은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은 리조트'였다는 점이 두 단지의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 미분양 장기화에 DK아시아도 부담…"자금 묶여"
미분양이 길어질수록 시행사와 모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행사 DK퍼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자산 대부분이 미분양 아파트에 묶여 있는 데다 금융비용 부담도 계속 늘고 있다. 모기업 DK아시아 역시 이 사업에 약 1900억원을 빌려준 상태다. 사실상 대규모 자금이 왕로푸 사업장에 집중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분양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금융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계속 늘어나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순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상품성만 놓고 보면 공을 많이 들인 단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결국 입지와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암역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갔지만, 생활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은 입지에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점이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DK아시아가 내세운 '프리미엄 리조트 특별시' 구상은 아직 진행형이다. 향후 검단3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고 생활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는 '좋은 상품'만으로는 미분양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고 있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