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누르자 광명·권선·만안·남양주·오산은 오히려 확대
김학렬 “수요 사라진 게 아니라 규제 피해 이동”
[땅집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시행된 지 2주 만에 경기 화성 동탄과 수원 영통구, 구리 등 수도권 집값 급등 지역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반면 규제지역 밖에 있는 광명과 수원 권선구, 안양 만안구, 남양주, 오산 등에서는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를 두고 “큰불은 잡았지만 불씨가 규제선 밖 여러 지역으로 튀기 시작했다”며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출과 규제를 피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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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영통·구리 큰불은 잡혔다”
김 소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분석했다.
그는 먼저 화성 동탄의 아파트값 상승률에 주목했다. 동탄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1.29%에서 이번 주 0.73%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6월 셋째 주 2.22%로 정점을 찍은 뒤 1.65%, 1.46%, 1.29%, 0.73%로 둔화하면서 1%대 상승률도 깨졌다.
구리도 0.64%에서 0.31%로 상승폭이 줄었고, 수원 영통구는 1.19%에서 0.64%로 낮아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 실거주 의무 등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투자 수요와 이른바 ‘막차 수요’가 진정됐다는 해석이다.
김 소장은 “단기 브레이크로서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 조합은 유효했다”며 “동탄과 영통, 구리라는 큰불은 확실히 잡혔다”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를 적용받은 지역 안에서도 가격대와 수요층에 따라 반응은 엇갈렸다. 용인 기흥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56%에서 0.59%로 오히려 높아졌다.
김 소장은 그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을 꼽았다. 동탄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값이 20억원을 넘어선 것과 달리, 기흥은 반도체 산업벨트에 포함돼 있으면서도 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규제가 대출을 조여도 애초 대출 의존도가 낮은 갈아타기 수요와 현금 수요에는 규제지역 지정이 일종의 정부 공인 유망지 인증서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같은 규제를 받아도 가격대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는 점을 기흥이 보여줬다”고 했다.
◇광명, 동탄 제치고 경기 상승률 1위
규제지역 밖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했다. 김 소장이 주목한 지역은 광명과 수원 권선구, 안양 만안구, 남양주, 오산 등 다섯 곳이다.
수원 권선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26%에서 0.32%로 높아졌다. 안양 만안구는 0.28%에서 0.30%, 남양주는 0.21%에서 0.27%, 오산은 0.03%에서 0.14%로 각각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오산은 한 주 만에 상승률이 5배 가까이 뛰었다.
광명은 0.59%를 기록해 경기지역 아파트값 상승률 1위에 올랐다. 하안동과 철산동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으면서 기존 선두였던 동탄을 넘어섰다. 광명 전셋값도 0.53% 올라 경기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 소장은 “동탄과 영통, 구리의 큰불은 잡혔지만 그 불에서 튄 불씨가 규제선 밖 여러 곳에서 동시에 올라오고 있다”며 “두더지 게임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강남 주춤하자 성북·마포·강서로 번진 매수세
서울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해졌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2주 연속 0.30%를 유지했지만, 강북권과 비강남권의 상승세는 확대된 반면 강남권은 둔화했다.
강북 14개구의 상승률은 0.33%에서 0.35%로 높아진 반면 강남 11개구는 0.28%에서 0.26%로 낮아졌다. 강남구는 0.16%, 서초구는 0.11%에 그쳤고, 강동구도 0.34%에서 0.24%로 상승폭이 줄었다.
반면 성북구는 0.49%를 기록하며 하월곡동에 이어 정릉동까지 상승세가 번졌다. 중구는 신당동과 황학동을 중심으로 0.40% 올랐고, 마포구는 0.19%에서 0.37%로 상승폭이 커졌다. 강서구는 0.38%, 서대문구는 0.34%, 은평구는 0.32%를 기록했다.
김 소장은 “서울의 상승 에너지 총량은 그대로지만 에너지가 흐르는 물길이 강남에서 비강남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노도강과 금관구에서 시작된 갭 메우기가 도심권과 서북권, 마곡까지 확산하는 3차 확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음 관전 포인트는 광명이 1%대 상승률에 진입하는지, 오산과 수원 권선구, 안양 만안구 가운데 어느 지역이 다음 규제 후보로 지목되는지 여부”라며 “규제의 지도가 넓어질수록 시장 참여자가 살펴봐야 할 지도 밖 지역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