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목재 자르고 공정 80% 공장서 끝내
가전·AI홈 결합한 모듈러주택 시장 본격 공략
[땅집고] 16일 오전 찾은 경기 화성시 목조 모듈러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 공장. 공장 옆에는 연면적 약 330㎡(100평)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짙은색 처마가 건물 양옆으로 길게 뻗어 있었고, 통유리 외벽과 유리 난간을 두른 테라스가 어우러져 일반 고급 단독주택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건물 전면에는 목재 질감을 살린 세로형 외장재를 적용했고, 1층 모서리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대형 창으로 마감해 실내와 정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공장에서 구조체를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한 모듈러주택이라는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공장 생산 방식으로 지은 집이라고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주택은 공간제작소가 최근 삼성전자와 협업해 선보인 목조 모듈러주택이다. 주택 설계 정보를 공간제작소 공장 생산설비에 입력하면 로봇이 목재를 절단하고 벽체와 지붕 구조체를 제작한다. 창호와 단열재, 전기·배관 설비 등을 포함한 전체 건축 공정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마친 뒤 완성된 구조물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한다.
현장에서 거푸집을 설치하고 철근을 배근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공장 생산 방식은 날씨와 현장 여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통제된 공장 환경에서 정해진 규격에 맞춰 반복 생산하기 때문에 작업자나 현장에 따른 시공 품질의 편차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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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제작소는 일반 철근콘크리트 주택보다 공사 기간을 최대 절반가량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동화 설비를 활용해 목재 가공과 조립 정밀도를 높이고, 시공 불량률도 2%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간제작소가 지금까지 시공한 전원주택은 누적 3000채가 넘는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공간제작소와 손잡은 배경에도 이 같은 자동화 생산 체계가 있다. 공장에서 일정한 품질과 가격의 주택을 생산하고, 삼성전자의 가전제품과 인공지능(AI) 홈 기술을 패키지 형태로 결합해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모듈러주택 업체와 협업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단독주택형 AI 홈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공동주택형 모듈러주택과 기업 간 거래용 솔루션을 개발해 왔지만, 이번에는 설계 단계부터 가전제품과 배선, 급·배수 설비를 주택에 반영해 완성된 집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QR코드 하나로 냉장고·커튼·보안장치 연결
주택 내부로 들어서자 냉장고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TV 등 삼성전자 가전제품이 거실과 주방, 침실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겉보기에는 고급 단독주택의 일반적인 내부와 다르지 않았지만, 가전과 조명, 커튼, 보안장치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공간제작소가 주택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삼성전자가 가전제품과 스마트싱스 기반 AI 홈 솔루션을 미리 설치하고 등록해두는 방식이다.
입주자는 입주 전 스마트폰으로 집 안에 부착된 QR코드를 한 차례 인식하면 된다. 그러면 가전과 조명, 커튼, 보안장치가 한꺼번에 스마트싱스에 연결된다. 집을 완공한 뒤 가전제품을 따로 구입해 설치하거나, 기기마다 네트워크에 일일이 등록할 필요 없이 입주 직후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는 20여종이다.
1층 주방 한쪽에는 냉장고 옆으로 AI 와인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을 열고 와인을 넣자 내부 카메라가 병의 라벨을 인식해 보유 와인과 재고 상태를 기록했다. 보관 중인 와인의 종류에 맞춰 곁들일 음식도 추천한다. 단순히 온도를 유지하는 저장고라기보다 와인 목록을 대신 관리해주는 기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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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는 거주자의 취침과 기상 시간에 맞춰 실내 환경이 자동으로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침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커튼이 닫히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저소음·무풍 모드로 전환된다. 반대로 기상 시간에는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자연광이 실내로 들어오도록 설정할 수 있다. 사람이 기기를 하나씩 조작하지 않아도 집이 생활 패턴에 맞춰 움직이는 구조였다.
◇외부인 침입부터 화재·누수까지 원격 감지
전원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단지 출입구나 경비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와 공간제작소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AI 홈 기능 가운데 보안 분야를 강화했다.
현관에 설치된 AI 도어캠과 실내 홈캠은 방문객이나 택배기사, 현관 앞에 놓인 물건을 인식해 거주자에게 전달한다. 외부인 침입 등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보안업체 에스원의 출동 서비스와 연계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로봇청소기에 장착된 카메라를 활용하면 사람이 없는 시간에도 집 안을 이동하며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재와 누수 대응 기능도 적용했다. 센서가 연기나 누수를 감지하면 집 안의 가전 화면과 거주자의 스마트폰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외출 중에도 화재나 누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독주택의 높은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설비도 들어갔다. 외부 공기의 열을 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공기열원 히트펌프 ‘EHS’를 적용했다. 삼성전자 측은 EHS를 사용하면 기존 기름보일러와 비교해 난방비를 약 53%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60%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주택 넘어 LH·SH 공공주택 겨냥
삼성전자와 공간제작소의 목표는 단독주택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간제작소는 현재 목조 단독주택 중심인 사업 영역을 공동주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민간 아파트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이 발주하는 공공주택에 AI 가전과 스마트홈 기술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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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듈러주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반적인 현장 시공 방식보다 빠르고 일정한 품질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AI 가전과 스마트홈 기술을 결합하면 젊은 세대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AI 홈 솔루션을 적용한 모듈러주택 공급 물량을 올해 약 4000호에서 2030년 1만2000호, 2034년 2만3000호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단독주택형 AI 모듈러 홈을 교두보로 삼아 향후 공동주택과 공공주택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주거공간 전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가전 제조를 넘어 공간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일반 아파트와 오피스, 숙박시설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소비자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의 AI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