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국가에 맡기라는 정부
HUG가 관리·운용하는 방안 검토
'전세 종말' 앞당기는 자충수 우려
[땅집고] 정부가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임차인이 낸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직접 보유하는 대신 별도의 공적 기관에 맡겨 관리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을 임대인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안심신탁사업’이다. 집주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 시장을 뒤흔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팽배하다. 전세 공급 감소와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단기임대 방 등록하면 수수료0원에 커피 공짜…빈 방 해결엔 단단홈즈
◇임차인 보증금 공적 관리 추진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HUG 내부에 가칭 전월세안정화기구를 신설해 전세보증금을 관리하는 전세 안심신탁사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임차인이 납부한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직접 보유하지 않고 공적 기구가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주택을 매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하는 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새 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활용이 사실상 차단된다.
대신 공적 기구가 보증금을 안전자산 등에 운용하고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임대인은 별도의 임대료를 받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운용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당초 등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민간 임대인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제 가입 의무는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상 민간 전세시장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세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HUG 관계자는 “관련 제도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금 단기임대 방 등록하면 수수료0원에 커피 공짜…빈 방 해결엔 단단홈즈
◇“전세 소멸시키고 월세 폭등 촉매제 될 것” 경고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제도 실효성과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임대인이 받을 운용수익이 현재 월세 수익률보다 낮을 경우 전세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안심신탁 방식의 전세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자산에 투자하거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국가가 보증금을 묶어두고 지급하는 매월 수익이 시중 월세 수익에 미치지 못한다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유지할 요인이 전혀 없다. 또 국가가 보증금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 수익률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 원금과 수익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전세의 월세화’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될 것이라 경고한다. 임대인이 월세와 비교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운용수익 체계와 함께 국가의 자금 운용 안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할 가능성이 커 향후 매매가격이나 월세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에서 수익률을 맞추기 힘들다면 제도 실효성은 크게 높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