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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사주세요!" 길바닥서 분양 구걸하던 강북 아파트, 국평 30억 눈앞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7.16 11:30

[땅집고] 2014년 11월 16일 GS건설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희궁자이’ 분양을 앞두고 홍보를 위한 전통 의상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GS건설


[땅집고] “아, 이 때 경희궁자이 한 채 샀어야 했는데…”

정부 규제로 부동산에 대한 국민 관심이 역대급으로 집중돼있는 가운데 웬 궁궐 행차 사진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에 따르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화려한 한복을 입은 중전마마를 둘러싸고 포도대장, 무사 등 인물들이 퍼레이드 행렬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세로형 천막에는 ‘경희궁자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현재 서울 4대문 안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로 유명한 ‘경희궁자이’가 과거 미분양을 우려해 이색 마케팅을 펼쳤던 현장인 것.

서울 종로구 돈의문1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자이’는 2017년 입주해 올해로 10년을 꼭 채운 아파트다. 총 4개 단지로 이뤄졌는데, 임대주택인 1단지(496가구)를 포함해 총 2415가구 규모로 도심인 중구·종로구 일대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아 명실상부한 지역 대장주로 통한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초역세권이라 핵심 업무지구인 광화문역까지 한 정거장 거리며, 버스나 도보 통근도 가능해 직주근접 측면에서는 ‘끝판왕’이라는 평가다.

이런 희소성을 업고 올해 ‘경희궁자이’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 실거래가가 올해 30억원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2단지가 지난 6월 27억7000만원(7층), 3단지가 5월 26억원(9층)에 팔리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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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총 2415가구 규모로 서울 4대문 안 아파트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단지 전경.


이런 ‘경희궁자이’가 과거에는 미분양을 걱정해 선제적 마케팅으로 왕실 코스프레 퍼레이드까지 펼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 단지 최초 분양 시기는 2014년. 당시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빚 내서 집 사라’고 주장했다는 말까지 돌았지만 수요자 반응은 싸늘했다. 집값은 언젠가 떨어질 것이란 공포심에 갖고 있던 집도 팔고 전세로 이사하는 사례가 빈번했을 정도다.

수요자 심리가 이런 상황에서 국평 기준 8억원대에 분양에 나선 ‘경희궁자이’는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다. 이에 시공을 맡은 GS건설이 모델하우스 오픈 직전인 2014년 11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 동안, 강남·여의도·광화문·시청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색 거리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진행한 것. 서울 4대문 안 입지면서 ‘경희궁’이라는 단지명을 정한 콘셉트에 맞춰 한복을 차려입은 왕실 인물 퍼레이드를 고안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분양소장은 언론에 “도심 속 편리한 교통 인프라와 함께 경희궁, 경복궁, 덕수궁 등 자연과 문화를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단지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해 전통의상 행렬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외국인은 물론 일반 행인들의 관심도 뜨거워 아파트 홍보에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땅집고] 2014년 11월 16일 GS건설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희궁자이’ 분양을 앞두고 홍보를 위한 전통 의상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GS건설


하지만 이런 마케팅에도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던 ‘경희궁자이’는 대거 미분양을 겪었다. 그러다 준공 시점인 2017년쯤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이 단지 가격 역시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올라, 자연스럽게 미분양 물량이 해소됐다고 한다. 도심에서 근무하는 국내 4대 로펌 변호사, 서울삼성병원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미분양 주택을 다수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말 84㎡ 주택을 8억원대에 분양했는데 올해 거의 30억원까지 뛰었으니, 집값이 약 10년 만에 거의 4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결국 ‘경희궁자이’가 과거 독특한 마케팅에도 미분양 굴욕을 겪었지만, 결국 서울 대단지 아파트는 희소성이 큰 만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왕실 행차 퍼레이드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30억 경희궁 자이에게 이런 흑역사가 있다니”, “지금은 별 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팔릴텐데 신기하다”, “이 때 샀어야 하는데 눈물이 난다”는 등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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